미주문협의 새 리더 김동찬 신임회장(오른쪽)과 장태숙 이사장이 협력과 견제를 통한 문단의 발전을 다짐하고 있다. <진천규 기자>
“문 활짝 엽니다”
25년만의 세대 교체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모든 문인 끌어안아
문학안에서 화목할 것
미주한국문인협회의 새 모습이 기대된다.
미주문협은 지난 달 말 정기이사회에서 김동찬(48)씨를 신임회장으로, 장태숙(50)씨를 신임이사장으로 선출, 무려 25년만에 세대교체를 이뤄냈다.
이로써 말 많고 탈 많은 문단이 새로운 한 시대를 시작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됐다는 사실에 많은 문인들은 특별한 관심과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동안 미주 문단은 소설가 송상옥, 시인 고원, 두 원로가 근 30년을 이끌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협만 해도 1982년 창립된 이래 송상옥 현 회장이 1대와 2대 회장을 맡았고, 2000년 송씨가 다시 13대 회장으로 취임해 지금까지 6년간 일해왔으니, 지난 25년간 창립 1세대의 영향력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던 셈이다.
물론 그것을 나쁜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그 반대일지도 모른다. 문협의 새로운 계획을 묻는 질문에 대한 김동찬씨의 답변이 그것을 증명한다.
“새로운 사업을 벌이기보다는 전 회장께서 하시던 일을 잘 메인트넌스 하는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송상옥 회장께서 연간 발행되던 ‘미주문학’을 계간지로 만들었고, 협회 웹페이지를 개설했으며, 한국서 문예진흥기금을 받아냈고, 문학캠프와 분과별 토방모임을 활성화 시키는 등 기초를 잘 다져놓았습니다. 이미 그렇게 잘 깔아놓은 인프라 위에 또 다른 도로를 건설하는 것은 불필요한 일입니다.”
그것은 이사회의 새로운 각오와도 일치한다. 장태숙 신임이사장은 이렇게 말한다.
“33명의 이사진은 25년의 정통성을 지켜온 미주문협이 앞으로도 그 전통을 잘 계승시키면서 더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새로운 임원진과의 협력 및 견제를 통해 이사회의 기능을 정립해갈 것입니다. 또한 그동안 문협을 키워주신 원로들의 공로를 충분히 대우하는 한편 젊은 인재들을 많이 등용해 보다 활성화된 이사회의 모습을 구축해갈 것입니다.”
김동찬 신임회장은 해오던 사업이나 잘 챙기겠다고 조심스레 말을 여미는 표정이지만 그를 잘 아는 주변에서는 각별한 기대를 걸고 있다.
우선 기본적으로 그가 문단에서 문인으로서의 탄탄한 실력을 인정받은 시인인데다, 오랫동안 문협에서 일해온 경험으로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는 배경, 그리고 그 자신이 성공한 사업가로서 재정적으로나 경영수완 면에서 누구보다 문협의 운영을 확실하게 책임질 적임자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듯하다.
또한 ‘파’가 심한 문단에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유지하려는 노력과 포용력이 그에게 이 자리를 맡겼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그는 2007년을 맞는 새로운 문협이 “교포사회와 함께 하는 단체가 되고 싶다”고 한다. 또한 “전체 문인들이 주는 느낌이 개선되도록 애쓰겠다”고도 했다.
이 말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곳의 ‘전체 문인들이 주는 느낌’이란 게 정말 한심하고 보잘 것 없기 때문이다.
집필에 매진해야 하는 문인 본연의 자세는 접어두고 수많은 문학단체들 간에 반목과 불화, 투서와 싸움이 난무하여 ‘문인’이라 하면 ‘문제 많은 인간’이라는 등식을 적용해도 좋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김 신임회장은 “이번 문협의 세대교체는 젊은 사람들은 ‘구원’에 사로잡히지 말고 서로 어우러져 문학 안에서 가깝게 지내길 바라는 원로들의 마음도 포함돼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미주문협이 가장 큰 단체이니만큼 앞으로 문을 활짝 열고 모든 문인들이 서로 교류하고 이용하고 가깝게 지낼 수 있도록 애쓸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 대신 독자들에게도 부탁할 것이 있다고 한다.
“문인이 글을 쓰면 독자들이 읽어줘야 작품이 완성되는 겁니다. 누군가 읽어주지 않으면 보람이 없지요. 우리가 쓰는 글은 우리 이민자들의 정서가 담긴 우리의 이야기입니다. 계간으로 발행되는 미주문학은 이런 우리의 글들을 담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업소에 여성잡지만 꽂아두지 마시고 순수문학지 한권 정도 꽂아 놓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미주문학의 구독신청은 협회 웹사이트(www.mijumunhak.com)에서 할 수 있다. 문협 웹사이트는 문학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들어가볼 만하게 알차다.
각종 문학행사의 정보와 소식들은 물론 회원 60여명의 문학서재가 연결돼 있어 누가 무슨 글을 쓰고 있는지 한 눈에 볼 수 있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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