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시다 고노스케는 ‘경영의 신’으로 불린다. 마쓰시다 그룹을 창립, 산요, 내셔널, 패나소닉 등 계열사만 570개, 종업원 25만을 헤아리는 일본 제일의 전자회사로 키웠다. 재벌 회장 중 유일하게 노조가 동상을 세워줬다는 기록을 갖고 있으며 이병철 회장도 그를 정신적 사부로 삼았다.
1989년 94세를 일기로 그가 타계한 지도 20년이 가까워 오지만 사람들이 아직도 그를 기억하는 것은 그가 단순히 비즈니스를 잘 해서가 아니라 사회와 나라, 나아가서는 인류의 미래를 생각한 드문 기업인이었기 때문이다.
1894년 오사카 인근 농촌에서 8자녀 가운데 막내로 태어난 그는 비교적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6살 때 아버지가 쌀 투기를 하다 집안이 망하는 바람에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9살의 나이로 취업 전선에 뛰어든다. 당시 일본에서는 전기가 막 보급돼 전등과 전차가 선보이기 시작했다.
일본의 미래는 전기에 있다고 판단한 그는 전기 회사에 취직하려 했으나 업주는 작고 꾀죄죄한 몰골의 그가 탐탁지 않아 “한 달 후에 다시 오라”는 말로 쫓아 보냈다. 한 달 후 그가 다시 찾아가자 이번에는 복장이 불량하다고 트집을 잡았다. 그가 단정한 차림으로 다시 찾아가자 “당신처럼 전기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은 쓸 수 없다”고 돌려보냈다. 몇 달 후 그가 다시 찾아와 “전기에 대해 모든 것을 공부했으니 한번 써보고 결정해 달라”고 졸랐다. 그의 끈기에 질린 업주는 그를 받아들였고 그는 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아이디어로 만든 제품을 가지고 세상과 승부하고 싶었다. 자본금 100엔에 직원이라고는 자신과 아내, 그리고 아내의 동생이 전부였다. 처음 1년간 물건은 팔리지 않았고 마쓰시다의 첫 회사는 파산 위기에 직면했다. 마지막 순간 그 가치를 알아본 큰손의 대량 주문으로 간신히 위기를 벗어났다.
‘물같이 싸고 유용한 상품을 만들자’라는 것이 그의 경영 철학이었다. 냉장고, 세탁기, TV, 라디오가 부유층의 독점물이었던 시절, 그는 대량생산을 통해 이를 파격적인 염가로 시장에 내놓았다. 중간 상인을 거치지 않고 바로 소매점에 물건을 파는가 하면 당시로서는 드물게 신문 광고를 통한 세일즈 캠페인을 펼치기도 했다. 불경기에도 직원의 월급을 깎지 않고 이들을 위한 학교를 세워 인적 자원의 질을 높이는데 힘썼다. 비즈니스는 날로 번창했다.
1945년 일본이 패전하자 그에게 아버지의 파산과 초창기 파산 위기에 이은 세 번째 위기가 다가왔다. 미 군정 당국은 일본 정부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그로 하여금 경영에서 손을 떼게 하려 했다. 그를 구해준 것은 1만5,000명의 직원들의 연대 청원서였다.
그는 은퇴 후에도 정력적인 활동을 펼쳤다. 85세에 돈과 간판, 지연이 없이는 명함을 내밀 수 없는 정치 현실을 개탄하고 정치인 양성소인 ‘마쓰시다 정경숙’을 설립했다. 지금 일본 각계에는 이 ‘정경숙’ 졸업생들이 곳곳에 포진, 개혁을 선도해 가고 있다.
마쓰시다는 “젊어서 돈을 벌기보다는 자신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라. 돈은 떠날 수 있어도 자신은 남는다”등등 숱한 어록을 남겼다. 그 중에서도 유명한 것은 하늘이 자신에 내린 3복론이다. 사람들이 짧은 인생에 어떻게 그처럼 많은 업적을 이룰 수 있었느냐고 묻자 그는 “하늘은 내게 3가지 복을 내려줬다. 첫째는 가난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열심히 일 할 수밖에 없었다. 둘째는 병약한 몸이다. 건강을 위해 열심히 운동할 수밖에 없었다. 셋째는 학교에 가지 못한 것이다. 그 때문에 평생 누구에게서나 배울 수밖에 없었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런 사람에게는 아무리 가혹한 운명의 여신도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벌써 한 해가 다 저물어간다. 인간은 주어진 여건이나 이미 먹은 나이를 탓하면서 하루하루를 무심히 지내기 쉽다. 마쓰시다의 삶은 그런 미망에서 깨어나게 하는 특효약이다. 세모를 맞아 지난 한 해를 반성하고 보다 나은 자신을 만들어갈 결의를 새롭게 할 때다.
<민 경 훈> 논설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