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사랑의 보금자리
한국서는 내 집을 가져보지 못했다. 결혼하자마자 이민을 왔기 때문이다. 미국 와서는 다른 사람보다 비교적 일찍 집을 산 편이다. 이민 초기 시내 아파트에 살았는데, 그만 어느 날 도둑이 들었다. 그 후 아파트 문을 열 때마다 섬뜩섬뜩 기분이 나빴다. 홧김에 무슨 짓 한다고, 서버브에 곧바로 집을 샀다. 애들 학교문제도 있고 해서 유태인 촌인 ‘,스코기’에다 말뚝을 박았다. 작은 집이었지만, 뒤뜰이 넓어 좋았다. 아이들이 마음 것 뛰놀 수 있었고, 할머니가 계셔서 봄이면 상추, 깻잎, 부추, 호박 등을 열심히 심어 먹었다.
만약 이민초기 도둑을 맞지 않았다면, 집 살 돈으로 비즈니스를 시작했을 지도 모른다. 그러면 내 운명도 무척 달라졌을 것이다.
보통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것을 의(衣),식(食),주(住)라고 일컫는다. 그 중에 집은 식구들이 모여서 먹고 자고 하는 이상의 의미가 있는 곳이다. 집이라는 울타리 속에 모여 사는 식구들의 사랑과 꿈이 또한 이 곳에서 움트는 곳이다.
나는 ‘내 집’과 ‘미국의 꿈’을 이야기 할 때면, 사하로프의 부인 ‘보너’여사가 생각난다. 미국서 6개월 동안 여행을 하고 소련으로 돌아간 후 미국에 대한 소감의 제일성( 第一聲)은 ‘내 집’과 ‘자유로운 안식처’에 대한 것이었다. 미국은 집 장만이 세계에서 가장 합리적이며 지상 천국이라는 생각은 그녀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투기 잡으려다 대란
한국이 부동산 대란을 겪고 있다. 서울 강남의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던 노 대통령이 오히려 부동산투기에 잡혀버렸다. 정부는 정책 실패를 자인하고 관계장관들을 경질했으며, 가격 담합을 하던 ‘아주머니들’은 쾌재를 불렀다. 쾌재를 부를 수밖에 없는 것이, 정부의 파상적(波狀的) 규제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불패 신화(不敗神話)는 건재했고, 집 값은 오히려 폭등하는 반사이익을 얻었기 때문이다. 상식으로는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폭등이다.
예를 들어보자. 서울 강남 삼성동 아이파크 55평짜리 아파트는 지난 7월까지 27억 원이었다. 현재 시세는 32억 원, 그러니까 석 달 새 5억 원이 올랐다. 집 한 채가 자고 나면 1억씩 올라, 올 1월에 22억 하던 강남구의 한 아파트가 지금은 33억 원이라고 한다. 이것은 분명히 정상적인 시장이 아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났을까?
우선, 근인(近因)으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든다. 장기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고 그때그때 땜질식 임기응변으로 일관했다는 지적이다. 시장(市場)원리를 무시한 정부 정책의 불신이 심리적으로 “지금 사지 않으면 영영 못살 것 같다”는 불안 심리를 조장에 값이 뛰었다는 것이다. 강남을 잡자는 정부의도가 빗나가 전국으로 확대됐다. 2만 여 주택을 짓는 은평지구 건설에 분양가를 너무 높게 책정했다는 것도 부채질을 했다. 또 행정수도 이전과 개발로 보상받은 유동자금이 부동산 투자로 쏠렸다는 이유도 크다고 한다. 이렇게 볼 때 직접적인 이유는 모두 세금과 규제에 의한 수요억제로 나간 정부의 잘못으로 귀결된다. 그것뿐인가? 원인(原因)을 생각해 보자.
일본같은 버블우려
땅은 작은데, 사람이 너무 많이 산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부동산 버블(거품)파동도 그래서 겪은 것이다. 가장 큰 원인은 경제 제일 원리인 ‘수요 공급의 원칙’ 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집을 갖고 싶은 사람(살 사람)은 많은데, 집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최근 마산에서 아파트를 분양하는데, 1만 여명이 몰렸다. 복권 당첨자 추첨을 하는데, 당첨만 되면 ‘떳다방(이동식 무허 복덕방)이 나타나 프리미엄을 2천만 원까지 준다. 투기꾼들에 의해 실수요자가 어이없이 피해를 보는 경우다.
다행이, 분양가 인하, 주택 담보 대출 규제, 아파트 공급 화대 등을 주 내용으로 하는 11/15 부동산 종합 대책 발표이후 가격 폭등의 불은 급한 대로 껐다. 문제는 종합 부동산세(종부세)를 ‘세금폭탄’으로 간주하는 사람들의 조세저항이다. 내년쯤엔 진짜 ‘종부세 폭풍’이 일거라는 전망이다. 예를 들면 대치동 34평의 올해 세금은 21만원이었으나 내년에는 420만원으로 껑충 뛰게된다. 그러나 불어난 불로소득의 액수를 생각하면 세금이 과중하다고 정부를 탓 할 수만은 없을 줄 안다.
어차피, 한국은 땅과 집의 개념이 삶의 터전이나 ‘복음자리’라는 생각보다 다분히 ‘투자’에 비중을 두기 때문에, 부동산 투기와 버블을 막기 위해선 정부의 신뢰와 근본적이며 혁명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집’은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는 확신을 심어 주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투기에 의한 불로소득을 세금으로 환수하는 정책은 옳은 정책이다. 우리는 이번 부동산 파동에서 한국사회의 극단적인 부익부 빈익빈의 편중 현상을 보았다.
종부세 대상인 6억 넘는 집을 가진 37만 명의 92%가 서울 경기 지역에 살며, 그 중 2채 이상을 갖고 있는 사람이 70%라고 한다. 북핵 실험이후 6자회담을 앞둔 미국, 북한, 중국의 움직임을 보면 전쟁도 통일도 멀어진 느낌을 주지만, 만약에 통일이 된다면 북한 땅은 소수의 한국인 땅 부자가 다 살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이런 저런 것을 고려해 볼 때, 혁명적인 조치로 ‘토지공개념’의 도입도 진지하게 의논 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제언한다.
육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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