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학생들 전자오락 빠져 독서 부족
인터넷 발전으로 독서력이 더 중요
모교회에 새로 목사가 부임해 왔는데 그 목사가 가져온 서재가 전임 목사님의 것보다 너무나 빈약해서 교인들이 많이 실망을 했다고 한다. 그랬던 나머지 부임 후 교회에 내부적으로 무슨 일이 있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주저하지 않고 그 목사 곁을 떠났다고 한다.
그렇다고 서재를 문고집으로 가득 채워 놓았을 수도 없었던 것은 읽지도 않은 책이 도움이 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또 박사학위 과정에 합격한 한 대학원생이 담당교수의 방에 처음 들어갔는데 서재의 책에 먼지가 뽀얗게 쌓여 있는 것을 보고 걱정을 했다고 한다.
“아니 이 교수님은 책을 볼 새도 없이 바쁘신 모양인데”하고. 그런데 마침 서재에 자기가 익히 읽어서 내용을 알고 있는 책이 눈에 띄어서 한번 테스트하는 식으로 그 책에 관해서 질문을 했다고 한다. 먼지가 뽀얗게 쌓여 있는 것으로 보아 분명 장식용이라고 단정을 하고는 질문을 한 것인데 교수님이 너무나도 자세하게 잘 설명해 주시는 것을 보고 안심을 했다고 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교수는 천재교수로 웬만한 책은 한번 훑어보듯 읽어봐도 그 내용을 완전히 파악하는 놀라운 독서력의 소유자였다고 한다. 그리고 한번 읽은 것은 절대로 잊어먹지도 않는 그 학교의 최고 석좌교수였더라는 얘기다. 그 교수님의 뛰어난 견식의 배경에는 그의 어마어마한 독서력이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몇주 전 신문에서 기사화 되었지만, 전남 목포 북교초등학교에 다니는 전대원이란 한 학생은 열살 남짓한 어린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벌써 400여차례의 글짓기 대회에 입상을 해서 상금만 1,000만원이 넘게 획득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렇게 글을 잘 쓰게 된 비결은 한마디로 어마어마한 독서량이라고 했다. 전대원군은 다섯살부터 책과 잡지를 닥치는 대로 읽어서 벌써 1,200여권을 독파했고 이에 대해서 메모해 놓은 독후감만 해도 노트장 17권에 달한다는 것이다. 역시 독서는 힘이라는 것을 증명해 주는 좋은 예이다.
독서가 이렇게 힘이 된다고 하면, 이와 정반대로 아주 해로운 것이 있는데 그것은 과도한 전자게임이 아닐까. 아이들을 여럿 키우다 보니까 한동안 졸업식에도 무척 많이 가 보았는데 상을 받거나 졸업식에서 졸업생 대표로 답사를 하는 학생들 중 눈에 띄게 여학생들이 많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었다.
얼마 전 하버드 대학의 총장이 여자들은 인체구조학상 남자보다 추리 능력이 떨어진다는 발언을 해서 이 발언에 대한 추궁을 받고 경질된 적이 있지만 이 말을 반증이라도 하는 듯이 여학생들의 활약이 이렇게 눈에 띄게 활발한 것이다.
이런 현상에 대한 가장 유력한 설명은 요즘 교육방법이 남자아이들의 모험성과 경쟁성을 배제하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고 순응형, 협조형의 학생들을 선호하는 경향으로 편재해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조금 비전문적인 의견이긴 하지만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는 말은 남학생들이 여학생들보다 훨씬 더 전자오락에 빠져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전자오락은 머리로 하는 것이니까 사고력과 판단력을 높여주지 않을까 생각하는 분도 있겠지만 전자오락의 가장 큰 약점은 시간을 무한정 빼앗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번 빠지면 식음을 전폐하고 하루 온종일 게임에 빠지는 사례도 수없이 많게 되고 이렇게 빠지다 보면 그 만큼 책을 읽을 시간을 뺏기게 되었고 또 그만큼 학교활동 여러 면에서 뒤지게 됐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중증에 걸린 학생들이 대부분 남학생이라는 사실이다. 한 유수 게임판매 업체가 새로운 제품을 발매했을 때 상점 앞에서 장사진을 치고 밤샘들을 하는 군상들이 TV 뉴스에 나왔는데 이 중 대부분이 남자였던 것이 증명해 주듯이.
요즘 시청각교육이 많이 발달하고 인터넷이 우리 생활 속에 깊이 파고들어서 혹 독서력이 이전보다는 중요하지 않다고 착각하는 분이 있을지 모르지만 독서의 방법과 정의는 다소 바뀌었을망정 독서의 중요성은 전혀 감소되지 않은 것을 볼 수 있다.
20~30년 전만 해도 1분간 50자만 타자를 해도 빠른 축에 속했었는데 요즘 아이들은 인터넷 채팅으로 잘 훈련되어 있어서 어떤 때는 말하는 것보다 더 빨리 타자로 쳐서 주고받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 역시 일종의 독서력을 요구하는 것이다. 빨리 치는 만큼 빨리 읽어주어야 하니까. 인터넷은 우리가 필요로 하는 자료를 훨씬 손쉽게 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만 일단 자기가 원하는 자료를 제공하는 웹사이트로 찾아가면 결국은 그 내용을 읽어야 내 것으로 소화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오히려 인터넷의 범람으로 여기저기 읽어야 될 것이 늘었고 그 만큼 더 큰 독서력이 요구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책을 발행하기도 너무나 쉬워졌고 글을 쓰기도 쉬워져서 예전에 교과서 한 권으로 배우던 역사과목이 이제는 도서목록이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독서양이 많이 늘어난 것을 본다. 따라서 모든 사무기능의 전산화와 인터넷의 발전으로 독서력의 중요성은 줄기는커녕 오히려 극대화해 가고 있는 것이다.
요즘은 대학에서 문장력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문장력은 글쓰기 연습만 한다고 신장이 되는 것도 아니요, 많이 보고 넓게 읽어서 넓혀진 견식과 다듬어진 인격이 병행해 주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감사한 것은 따로 글쓰기를 연습시킬 필요가 없었던 일이다.
물론 주일학교, 여름성경학교 등등 발표의 기회가 많았던 것도 있었지만 그런 기회들을 잘 소화할 수 있었던 것은 책과 친해질 수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다음 주에는 독서는 기술이다 라는 제목으로 책과 가까워지는 방법에 대해 얘기해 보고자 한다.
황석근 목사 <마라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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