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압도적인 독주가 과거에 있었던가? 다른 모든 선수들이 도무지 상대가 안 된다. 세계 남자 테니스 최강자 로저 페더러의 일방 독주가 오랜 테니스 역사에 새로운 기록을 남길 전망이다. 페더러는 이번 가을 내내 한 번도 지지 않았고, 이런 무패행진은 아마 내년 4월 봄 클레이 코트 시즌이 열리기 전까지 계속될 것이다. 그러면 여태껏 지미 코너스가 보유했던 최장기 세계 1위 집권 기록을 가볍게 넘어서게 된다.
테니스 사상 최장기 압도적 1위 기록 눈앞
천적 나달도 최근 2연속 꺾어 일방독주 강화
테니스대회 2위 다툼일 뿐“드라마가 없다”
70년대의 코너스가 지금껏 보유했던 최장 1위 기록은 160주. 페더러는 이런 페이스라면 오는 2월이면 테니스 사상 최장기 집권자가 된다.
페더러는 새해 첫 그랜드슬램 대회인 호주오픈을 석권할 것이고, 그러면 나이 25세에 메이저 타이틀 10번 우승이란 기념비적인 고지에 올라서게 된다.
이런 전망을 당연히 할 수 있는 것은 페더러에 위협을 가할 선수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과연 페더러 만큼 센 선수가 테니스 사상 존재했을까 싶을 정도라고 선수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테니스 사가들도 선수들의 이런 푸념 아닌 푸념에 동의하는 추세다.
페더러는 못 치는 샷이 없고, 움직임은 번개다. 테니스 사상 처음 보는 경이적인 선수라고 불러도 그다지 이의가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이것이 문제다. 도대체 아무리 찔러봐도 흔들어볼 수도 없으니 테니스 대회의 재미가 없어져 버렸다. 정상에는 언제나 한명 뿐, 테니스 대회라는 것이 모조리 2위 다툼으로 전락해 버렸다.
2006년 중 페더러를 위협했던 선수는 2위 라파엘 나달. 그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달은 프랑스 오픈까지 페더러를 4번이나 연속으로 꺾으며 페더러의 천적으로 큰 기대를 모았지만 윔블던 이후 경기에서는 페더러에 계속 패하고 있다.
페더러는 최근 2번 잇달아 나달을 가볍게 꺾으며 나달 징크스도 무난히 극복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열렸던 테니스 매스터스컵 상하이 대회는 난공불락 페더러의 위상을 확인하는 무대였다. 세계 남자 테니스의 엘리트 중의 엘리트라고 초청받았던 6명의 선수들이 모두 맥없이 쓰러졌다.
결승전에서 페더러와 붙었던 미국의 제임스 블레이크는 파죽지세의 상승세를 타고 있어 기대를 모았으나 페더러에게는 전혀 위협이 되지 못했다. 6-0, 6-3, 6-4로 맥없이 물러났다. 블레이크는 경기 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도대체 상대가 안됐음을 본인도 알고 있었다.
“우린 모두 페더러를 쫓아다닐 뿐, 페더러의 들러리다. 선수들 사이에 이건 비밀이 아니다. 페더러는 우리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선수다.” 블레이크는 페더러와 6번 붙어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다.
페더러가 지난 3년 동안 거둔 실적은 247승 15패. 34개 대회를 우승했다.
2006년에는 92승5패를 올렸는데, 4번은 20세 나달에게 졌고 나머지 한번은 19세짜리 앤디 머레이에게 일격을 당한 것이다.
페더러의 장기집권을 흔들 만한 선수는 아마 어린 선수 중에서 나와야 할 것이다. 동년배 선수들 중에는 없다. 비슷한 연령대의 선수 중에도 실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많다. 그러나 페더러는 이미 이들 모두를 압도해 버렸다.
앤디 로딕이 막강한 파워로 대적할 만한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붙어보면 통하지가 않는다. 용을 써보다가도 어김없이 벽을 넘지 못하고 만다. 여태껏 1승12패를 당했으니 기대를 걸 수가 없다.
나달의 용한 재주도 이젠 통하지 않는 것 같다. 나달은 페더러의 한손 백핸드를 약점으로 잡아 끈질기게 공략하는 전법으로 승리를 따냈는데 이젠 페더러는 그 약점도 극복했다. 한손 백핸드를 더 연마한 끝에 이젠 다운 더 라인으로 후려친다. 이런 공격적인 백핸드는 2005년에는 치지 못했던 샷이다.
이젠 왼쪽으로 상대해도 나달을 능가하고 오른손잡이들인 데이빗 날반디언, 이반 르주비치치, 니콜라이 데비덴코 등의 선수들은 가볍게 균형을 흔들어놔 버린다.
백코트에서 어떤 선수와 스트로크 대결을 벌여도 앞서고, 피트 샘프라스가 나와 서브 앤 발리를 펼쳐도 그냥 패싱을 해버릴 것 같다. 패싱 각도와 파워, 컨트롤에 전혀 흠이 없다.
약점이라곤 도대체 찾을 수가 없으니 선수들은 솔직히 무섭다고 느낀다. 블레이크는 페더러를 보면 한참 더 갈고 닦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도대체 약한 구석이라곤 없으니 역대 최고의 선수다”라고 말한다.
과한 평가일 수 있다. 아직 그랜드슬램 타이틀이 피트 샘프라스보다 적은 5개 밖에 없으니 그런 극존칭을 쓰기는 아직 이르다. 그러나 페더러의 압도적인 능력을 감안하면 과히 틀린 말도 아니다. 새로운 선수가 나오지 않는 한 그랜드슬램 트로피 수를 늘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페더러의 라이벌은 다음 세대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페더러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탑 10으로 올라올 어린 선수들이 많이 있다. 머레이, 리처드 개스켓이 그렇고, 토머스 베르디치도 서서히 부상 중이고 노박 드조코비치도 유망하다. 가엘 몬필스는 올해 초 아주 잘했는데 한두 해 더 발전하면 아주 강해질 것이다. 지금 당장은 이들 중 나달이 단연 돋보이나 다른 어린 선수들도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위협적인 존재로 부상할 것이다”
페더러는 2007년에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남자 테니스를 압도할 것이 확실시 된다. 페더러 때문에 테니스가 재미없어졌다는 불평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그의 집권 의지는 전혀 줄어들지 않는다.
“좀 더 (1위를) 했으면 한다. 이 상태를 유지하기란 아주 어렵다. 도전이 없을 수 없겠지만 2007년에도 계속 정상에 서 있기를 희망한다.”
그는 욕심 많은 전제 군주다.
<세계 남자 테니스 최강자 로저 페더러를 위협할 만한 선수가 없다. 페더러의 이런 압도적 지위는 테니스 사상 최장기 기록일 가능성이 높다>
<스페인의 라파엘 나달은 올해 페더러를 꺾은 딱 두명 선수중 하나지만 최근에는 페더러에 연속 패해 페더러는 나달 징크스도 극복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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