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pire Strikes Back’- ‘별들의 전쟁’ 시리즈였나. 그 한 제목이 불현듯 떠올려진다.
하나 같이 신의 존재를 부인한다. 그것도 그저 단순히 부인하는 게 아니다. 노골적인 공격이다. 분노가 묻어 있다고 할 정도다.
그런 책이 유행이다. 마치 때를 기다려온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일제히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저마다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The God Delusion’ ‘Letter to a Christian Nation’ ‘Breaking the Spell’- 또 뭐가 있더라. 최근에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책들이다. 그 저자들의 면면이 그렇다. 이름께나 알려진 과학자들에, 지성들이다. 리처드 도킨스, 샘 해리스, 대니얼 드니트 등.
이들이 나서서 종교를 조롱하고 있다. 그리고 주장 주장마다 하나님의 존재를 부인한다. 무신론의 이름으로 십자군운동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그들뿐이 아니다. 그 유명한 칼 세이건의 미망인 등 또 다른 일군의 과학자들이 가세할 계획이다. 마치 과학과 종교가 전면전에라도 돌입한 형국이다.
웬 느닷없는 세속주의의 대반격인가. 기독교 우파. 9.11사태. 지하드. 회교 극렬단체. 요즘 세태를 알려주는 단어들이다. 그 답의 일부는 여기서 찾아질 수 있다. 다수의 지적이다.
(그들이 보기에 말도 안 되는) 종교적 수사가 일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 종교적 근본주의, 더 심하게 말하면 광신주의를 몰아내야 한다. 그래야만 세계 평화가 있고 진보가 있다. 그 분노의 표출이다.
말하자면 세속주의가 화가 난 결과라는 진단이다. 동시에 한 가지 주장이 새삼 제기되고 있다. 모든 인류의 비극, 그 비극의 근본 원인은 종교에 있다는 거다.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인간의 갈등, 그 한 가운데 있는 것이 바로 종교다. 십자군은 예수의 이름으로 학살을 자행했다. 루터의 종교개혁 이후 3세기에 걸친 종교전쟁을 통해 크리스찬은 서로를 살해해 왔다.
오늘 날 상황도 다를 게 없다. 중동지역, 발칸반도, 카시미르, 스리랑카 등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유혈참극은 종교에 내재된 잔학한 충동에서 비롯됐다. 도킨스, 해리스 등의 한결같은 견해다.
인류가 종교로부터 해방되지 않을 때 또 한 차례의 비극을 맞을 수 있다. 이들은 이런 메시지를 계속 띄우고 있는 것이다. 과연 맞는 주장인가.
아니, 그와 반대다. 때로는 종교가 갈등의 원인이란 사실을 부인하지 않는다. 종교의 이름으로 학살이 자행된 경우가 있었다. 게다가 오늘날 근본주의 회교 테러리즘도 분명 그런 양상을 보이고 있으므로. 이는 그러나 하나님의 성품을 잘못 해석한 결과다.
인류 학살의 대참사는 오히려 극단적 세속주의의 이름으로 자행됐다. 반대편에서의 주장이다.
종교의 이름으로 학살된 숫자는 얼마나 될까. 그 악명 높은 스페인 이단사냥의 경우 직접적인 희생자는 1만여명으로 집계된다. 그리고 그에 따른 기근 등 간접적 피해를 입은 사람은 1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최대 종교탄압으로 알려진 케이스가 이 정도다.
반면 세속주의, 다시 말해 신으로부터 인간을 해방시켜 유토피아를 이룬다는 세속주의의 이름으로 자행된 학살 피해자는 아무리 적게 잡아도 억대가 넘는다.
국가사회주의, 나치와 파시스트 체제의 피해자만 5,000만이 넘는다. 공산주의가 학살한 인명은 줄잡아 1억이 넘는다. 스탈린 치하 소련에서만 최소한 3,000만 이상이 학살됐다. 모택동의 중국에서는 무려 7,000만이 희생됐다.
지난 2000년간 종교의 이름하에 희생된 사람은 20세기의 불과 수십년 동안 무신론의 이름하에 희생된 숫자에 비할 때 극히 미미하다는 결론이다. 이런 역사 사실을 망각하고 무신론자들은 인류의 문제를 종교에 돌리고만 있다는 것이다.
무엇이 그러면 그 같은 대학살을 불러왔나. 하나님이 아닌 인간이 모든 가치의 창조자란 이데올로기다. 인간의 힘으로 유토피아 건설이 가능하다는 세속주의의 오만이 역으로 인류 대학살의 참사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과연 어느 편이 옳은 주장일까. 한 해가 가는 시점에서 한번 던져보고 싶은 질문이다. 한국인을 가장 많이 학살한 집단은 외국 침략세력이 아닌, 김일성-정일 체제라는 사실을 새삼 상기하면서. 6.25의 피해를 별도로 하고 그 체제에서 희생된 인명이 300여만 이라니….
sechok@koreatimes.com
<옥 세 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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