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론 스톤은 나이 40이 되면서 중년여인에 관한 사실적인 다양한 역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1968년 6월5일 민주당 대통령 예비선거 후보로 나선 바비 케네디가 LA의 앰배서더 텔에서 암살당하던 날 이 호텔에 있었던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바비’(Bobby-현재 상영중)에서 호텔 내 미용실 미용사로 나온 샤론 스톤(48)과의 인터뷰가 지난 달 베벌리힐스의 리전트 베벌리 윌셔 호텔에서 있었다.
물결치는 긴 금발에 날씬한 몸매를 지닌 섹시한 모습의 스톤은 굽 높은 구두를 신고 로베르토 카발리가 디자인한 가슴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알록달록한 색깔의 드레스를 입고 인터뷰장에 나왔다. 스톤은 마틴 루터 킹과 엘레노어 로즈벨트 등의 어록을 테이블 위에 펼쳐 놓고 답변에 이들의 말을 인용했는데 대단히 진보적인 정치성향의 사람이었다.
인터뷰 후 그녀와 악수를 나누며 “한국 기자”라고 나를 소개하자 스톤은 “너의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불상사를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염려하는 눈길로 나를 바라봤다. 불상사란 김정일의 핵실험을 뜻했는데 내가 “그는 약간 머리가 돌았어”라고 말하자 “뭐 조금만 돌았다고” 하며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스톤은 ‘바비’로 오스카 조연상 후보에 오를지도 모른다.
“내 나이 마흔때 다양한 중년역 맡기로”
삶에 지친 역할 위해
옷도 허름하게 입고
나이들어 보이게 애써
-당신은 영화에서 미용사로 나오는데 여자와 머리는 어떤 관계가 있는가.
▲미용실은 늘 사람들이 와서 대화를 나누는 장소다. 사람들은 그들의 비밀을 얘기하고 또 서로 연계를 맺는다. 미용사는 손님의 머리를 만지고 ‘허니’라 부르면서 그들에게 위안과 치유와 친절을 제공한다. 우리는 살면서 사랑과 염려를 받지 못하고 지내는 경우가 많은데 미용실이란 이런 우리에게 상냥함을 베푸는 곳이다.
-영화 속 당신을 표현하는데 무엇이 또 누가 영향을 주었는가.
▲프랑스 배우 시몬 시뇨레의 헤어스타일에 미국적인 것을 가미해 내 머리를 가꾸었다. 나는 중년의 삶에 지친 여자 역을 위해 옷도 허름하게 입고 나이도 들어 보이도록 애썼다.
-여배우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레이건도 됐는데 왜 여자라고 안 되는가.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그들의 과거 직업이 무엇인가가 아니라 그들이 자신을 어떻게 사용했으며 또 자신의 인격체를 어떻게 개발했는가 하는 점이다. 당신의 직업이 무엇이던 간에 진정한 이해란 문제 해결을 통해 이뤄진다. 미국은 지금 큰 문제에 봉착해 있는데 그것은 우리가 이성적 해결을 기다리는 대신 반사작용식 반응을 보이고 있어서이다. 미국은 사려 깊고 남을 염려하며 인류를 위한 선을 찾는 대신 반동적임으로써 사람들에 커다란 고통과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바비 케네디가 살해됐을 당시를 기억하는가. 언제부터 당신의 정치 사회적 자의식이 시작됐는가.
▲존 케네디가 암살당했을 때 이런 상실의 충격과 힘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그 때 초등학교 1학년이었는데 학교 구내방송으로 대통령이 살해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일찍 귀가했는데 우리 아버지는 우리들을 TV 앞에 모아놓고 대통령의 죽음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설명했다. 존에 이어 마틴 루터 킹과 바비 케네디의 암살은 내 전 생애에 깊은 영향을 주었다. 아버지는 당시 우리들에게 인간은 없앨 수 있으나 이상주의와 메시지는 없앨 수 없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나는 누군가 떠날지라도 그를 자신 속에서 살아가게 한다면 그는 떠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나는 스스로 설 수 없는 사람들을 대변해 미움도 많이 받았다. 존과 바비의 이념은 종종 실종되는데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 영화를 만든 에밀리오 에스테베스의 용기가 무척 자랑스럽다. 우리는 도전과 분란 그리고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를 두려워하는 시대에 처해 있다. 지금은 매우 위험한 암흑시기이다. 우리는 지금 또 다른 베트남을 바라보고 있다.
-바비의 암살 장면을 찍던 날의 경험을 말해 달라.
▲그 날 영화에 나온 많은 사람들이 모두 그 장면에서 모였는데 서로 하나가 되는 경험을 겪었다. 당시 앰배서더 호텔은 학교를 짓기 위해 해체되고 있었다. 우리들 중 일부는 아직 허물어지지 않은 부엌과 식품 저장소와 무도회장을 살펴볼 수 있었는데 그 경험은 우리를 무력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다음날 우리는 촬영에 들어갔는데 분위기가 매우 감정적이요 또 정화되는 느낌이었다. 우리는 모두 과거로 돌아가 현장에 있는 것처럼 강렬한 연기를 했다. 우리 모두는 현장에 있었던 것이 자랑스러웠으면서도 겸손해졌었다.
-바비 암살을 1인 이상의 음모로 보는가.
▲그렇다. 바비가 암살당한 부엌은 창문이 없는 폐쇄된 방이었는데 현장에서 보니 한 사람이 쏜 총알들이 당시에 발표한 대로 이 곳 저 곳에 박힐 수 있었다는 것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당신 첫 아이에 이어 마지막 두 아이도 입양했으나 언론으로부터 좋은 엄마가 못 된다는 비난을 받았는데.
▲막내가 오늘 처음 돌아누웠다. 그것이 보다 큰 뉴스다. 유명 인사들이 뭔가 좋은 일을 해도 매스컴들은 그것을 논란거리로 만든다. 마지막 두 아이를 잇달아 입양한 것은 그런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바니스에 가서 샤핑하는 것이 아닌 이상 기회가 생겨 입양한 것뿐이다. 맏이 로앤은 두 동생에게 좋은 형 노릇을 하고 있다. 둘째는 이제 말하기 시작했다. 나는 지금 애들과 함께 즐거운 개인생활을 하고 있다.
-바비 케네디의 연설에서 베트남을 제외시키면 요즘의 이라크를 생각나게 한다. 역사는 반복 된다고 생각하는가.
▲종종 그렇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우리가 사람들을 보다 낫게 만들려 시도하고 있으며 보다 용감하려 하는가 하는 것이다. 우리는 인간은 선하게 태어났다는 것을 기억하려고 애써야 한다.
-당신은 늘 섹시했고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섹시해 보이는데 그것은 보다 우아한 성적매력인가. 데이트는 하는가.
▲나이가 먹으면서 육체가 점차 볼썽사납게 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각자 몸의 남은 부분을 고마워하고 즐기면 된다. 예전에는 남이 날 흉보면 공포에 떨었으나 이제는 그것들을 보다 진실하게 바라보고 있다. 데이트에 관해선 말하고 싶지 않다.
-영화에서 당신은 진짜로 나이가 들어 보이는데 당신의 짙은 화장과 표정은 어떤 사람을 모델로 했는가.
▲나는 오래전 앞으로는 여러 가지 다른 역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꺾어진 꽃들’ ‘바비’ ‘알파 독’ 및 ‘남자가 숲에서 넘어질 때’ 등에 나왔다. 나는 중년여인으로서 시대극과 현대극에 나오면서 극적으로 또 코미디적으로 실제적 경험을 하고 있다. 중년여인의 삶에 관한 얘기를 경험하고 싶다. 나는 40이 되었을 때 절대로 내 나이에 대해 거짓말 하지 않기로 결심했었다. 중년여인이란 무엇인가를 탐구하는 다양한 역을 하고 싶다. 내가 내 딸의 애인과 자고 내가 남의 남편과 자는 그런 어리석은 영화 말고.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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