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B를 받은 것이 기뻤던 사정
가정이 화목해야 어린이답게 자라
우리 큰 딸이 아직 초등학교 3학년 때의 일이였다. 학부모와 선생님과의 15분 면담에 갔더니 선생님이 중간성적을 보여주면서 조심스럽게 말해주는 것이었다. “드디어 Janice가 처음으로 ‘B’를 받았습니다”라고. 이 말을 듣고 우리 부부는 사전에 상의라도 한 듯이 얼굴을 마주보며 큰소리로 웃기 시작했고 선생님도 마음이 통했는지 같이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한참 웃다가 선생님이 입을 열어 “요즘 Janice 주변에 좋은 일이 있는 것 같은데, 그 말이 맞죠?”라고 물어 왔고 우리도 그 동안 우리 딸에게 지대한 관심과 사랑을 보여준 선생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대답을 했다. “네, 이제 우리 부부가 싸운 지도 오래 되었어요”라고.
우리 부부는 하나님을 사랑한다는 것을 빼놓고는 여러 가지 부분에서 상반된 습관과 성격을 가지고 있다. 특별히 매년 계속해서 태어나는 아기들에 대해서 아주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 막내가 태어났을 때에는 조그만 2-bedroom에 살고 있었었는데 아무 대책도 없이 식구가 일곱이 되었으니 피임에 대해서 매일 다투다시피 했고 이웃이 경찰을 불러 진땀을 흘리며 설명을 하고 나서야 경찰을 돌려보낼 수 있었던 사태도 있었다. 그러다가 결국에는 집사람이 짐을 싸서 나가 버려서 따로 살게 되는 사태로까지 발전했는데 그 사태는 한 달도 못되어 다시 평화롭게 진정이 되고 일년 후에는 길을 가운데 두고 양쪽에 두개의 아파트를 빌려서 사는 방편을 취하게 되었었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그 식구가 다 같이 살 수 있는 집으로 함께 이사하게 되기에는 3년이나 걸렸던 것이다.
그래도 아직은 아이들이 어렸었으니까 그동안 애들에게 끼친 영향은 생각도 못했었는데 우리 큰딸에게는 이것이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었던 것이 그 어린 나이에 아주 애어른이 되어 버려서 도무지 측은할 정도로 애같지 않은 아이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물론 공부도 모두 완벽하게 했고 그 나이답지 않게 다투거나 싸우는 일도 없었고 어리광부리는 일도 없었다. 말썽을 전혀 안 부리니까 우선 감사는 했지만 무엇인가 측은한 생각이 들었었는데 우리가 다시 한 집으로 합치고 싸움도 그치게 되니까 다시 어린애의 자세로 돌아와서 싸움도 하고 소리 내서 울기도 하고 한눈도 팔고 그리고 “드디어 ‘B’까지 받게 되고 말았던 것이다. 이런 변화를 관심 있는 교육자로서 익히 눈치 채고 좋게 들리지 않을 수 있는 좋은 소식을 조심스럽게 학부형에게 알리는 그 자세에 안도와 감사의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던 것이다.
아이들의 성격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따뜻한 가정은 너무나도 중요한 것이다. 병아리가 부화하기까지 오랫동안 인내를 가지고 따뜻하게 품어주어야 병아리가 껍질을 깨고 나올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듯이 어린아이들도 이런 따뜻한 사랑을 체감할 수 있어야 마음이 열리고 기개가 펴지는 것이다. 초등학교 선생님들의 도우미로 봉사할 때 가끔 도무지 학습태도가 돼있지 않아서 특별히 따로 구별해서 가르쳐야 하는 ‘문제아’들이 있는데 이런 아이들은 10이면 10 다 가정에 문제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집에서 부모들이 다투는 것은 아이들에 있어서는 진도 8의 지진 이상으로 파괴력이 있는 것으로 도무지 학교에 와서 관심을 가지고 배울 수 있는 그런 마음의 상태가 되지 않는 것이다.
미국의 41대 대통령 조지 부시(George Bush, Sr.)는 큰 아들이 43대 대통령이고 작은 아들은 플로리다주 주지사를 하고 있는 아주 부러워할 만한 사람이다. 그런 그가 무엇이 제일 자랑스러우냐고 묻는 한 기자의 질문에 “내 자식들이 아직도 때마다 우리 부부를 찾아오는 것이라오”라고 의미 깊게 대답을 했다고 한다. 백악관에 있으면서도 주지사 관저에 있으면서도 찾아가고 싶어지는 부모들한테 이런 부러워할 만한 일들이 생기는 것이다.
이런 부러워할 만한 부모들은 단지 부유하다고 아니면 직책이 높다고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학원 시절 아파트 매니저를 한 적이 있는데 그 아파트의 주인은 그 지역 일대의 큰 부자였었다. 그러나 그 많은 재산은 다 무엇하고 독신으로 살면서 생의 유일한 낙은 자기의 보모(governess)를 찾아와서 보모가 좋아하는 오페라에 동반하는 것 뿐이었다. 그 아파트가 그 보모를 위해서 지은 아파트였기에 건물 1층에는 마켓을 들이고 24동을 보모의 친구가 되어 줄 수 있는 할머니들에게 싼값으로 임대해 주고 있었다. 그 할머니들이 들려준 얘기에 의하면 혼자 독신으로 결혼도 안하고 사는 이유가 돈은 많았지만 아이는 다른 사람 손에 맡기고 항상 여기저기 여행만 다니던 부모에게서 받은 상처가 너무 컸기 때문이라고 했다. 결코 재산만으로 자랑스러운 자녀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좋은 증거이다.
나중에 따로 기숙사 학교에 대해서 얘기할 기회가 있겠지만 본인은 미국에서 기숙사 학교를 3군데 다닌 적이 있는데 워낙 학비가 비싸니까 부유하고 유명한 집의 아이들이 많이 있었다. 인도의 귀족이라고 해서 ‘왕자’라는 별명의 아이도 있었고 유명한 ‘Pinch’라는 술을 파는 Haig & Haig라는 회사의 아들들도 있었으며 Coleman 캠핑도구 제작회사의 아들, 미합중국 하원의원의 아들, 교과서에도 나오는 물리학자 밀리컨의 손녀, 케네디 대통령의 자문의 딸, 워너 영화회사의 아들 등과 가까이 사귈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한 가지 깜짝 놀랐던 것은 이들 중 자기 부모를 전혀 낯선 사람과 얘기하듯이 얘기하는 아이들이 의외로 많았다는 것이다. 그런 아이들은 또 학교에서도 말썽을 부려서 한 아이는 대마초 사건에 연루되어 퇴학을 당하게 된 것을 부모가 10만달러짜리 파이프 오르간을 학교에 기증하기로 하고 퇴학은 면했다는 말이 있었을 정도였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마음 놓고 기개를 펴고 성장해 나갈 수 있는 따뜻한 가정을 이루어 나갈 수가 있을까? 사랑과 용서와 이해가 있는 곳을 만드는 것인데, 사랑 중에도 조건적이고 한계적인 사랑보다도 바다보다도 넓고 하늘보다도 높은 그런 사랑이 있는 곳이 되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황석근 목사 <마라선교회 대표>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