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노동이나 정기적인 운동을 하지 않으면 몸이 약해지는 것과 같이 지성 또한 적절한 훈련을 하지 않으면 약해지고 좋지 않은 상태가 된다.”
은퇴자들이 다시 대학으로 돌아가고 있는 이유이다. 지금 미 전국의 대학 강의실은 지성을 다시 갈고 닦으려는 은퇴자들도 온통 ‘회색 빛’이라고 US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지가 최근 보도하고 있다. 은퇴자들이 속속 다시 대학 강의실로 들어서자 ‘한 반에 5명 이상은 안 됨’ 또는 ‘학부생의 10% 이상은 안 됨’이라는 지침서까지 나붙고 있는 실정이다. 은퇴자들의 대학 강의실 진군, 그 실태를 살펴본다.
은퇴자들“생활에 활력소”청강 등록 급증
등록금·시험 부담 없지만 재학생보다 더 열의
일부 대학선“수업에 지장”청강 제한하기도
알 그린은 은퇴 전 무려 40년이나 일했다. 그러나 은퇴 후의 생활이 그가 생각했던 것만큼 그리 흥미진진하지 않고 지루해지자 ‘새로운 은퇴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플로리다에서 20년간 은퇴생활을 한 그는 “골프가 지루하다”고 술회하고 있다. 그는 아내와 함께 그가 1947년에 졸업한 펜실베니아 스테이트 유니버시티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스테이트 칼리지로 이주했다. 물론 많은 것이 변해 있었다. 그가 재학 당시에는 전교생이 7,000명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4만명이 넘는다. 달라진 것은 대학뿐 만이 아니다. 타운도 변했고 사람들의 인생, 라이프스타일도 변했다. 그는 지금 80세이다.
■늘어나는 청강생들(Auditors)
센서스의 최근 데이터에 의하면 2004년 미 전국에서 65세 이상의 대학 청강생은 4만7,000명에 이른다. 이는 대학 캠퍼스 인근에 소재한 은퇴촌의 주민, 알 그린 같은 사람은 포함되지 않은 숫자이다. 프린스턴 같은 대학은 2001년 이후 청강생이 두 배로 증가했다고 발표하고 있으며 펜스테이트 같은 대학은 “청강생 물결 유입이 꾸준하다”고 완만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 같은 은퇴자들의 강의실 ‘출두’로 대학 강의실의 풍속도도 변하고 있다.
전형적인 대학생들은 교수가 강의를 철회하면 클래스메이트들과 몰려나가 축하 맥주파티를 열지만 은퇴자인 청강생들은 대 실망이다. 젊은 대학생들은 이 과목이 필수과목이라 할 수 없이 수강하지만 청강생들인 은퇴자들은 재미로 수강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학교 당국에서는 “두 부류의 학생사이에 아젠다가 다르다”고 표현하고 있다.
이른 아침 강의시간에 눈동자를 반짝이며 앞줄에 앉는 학생들은 거의 은퇴자들이다. 젊은 대학생들은 아직 선잠에서 덜 깨어나 하품을 해대고 있지만 바이 포칼 안경을 걸친 회색 머리 청강생들의 눈망울은 샛별처럼 초롱초롱하다. 이유는 재미로 들으니까.
청강생들이 수강하는 과목은 주로 문학, 역사, 철학 등으로 젊은 시절의 전공과 상관없는 것들이 많다. 그리고 그들은 학점, 시험, 제출해야 하는 페이퍼로부터 자유롭고 심지어는 등록금으로 부터도 자유롭다.
■경험의 목소리
처음에는 끼리끼리 앉는다. 은퇴자는 은퇴자끼리 몰려 앉고 젊은 학생들이 끼워주지도 않는다. 그러나 토론이 시작되면 서로의 경험으로부터 배우기 시작한다. 워싱턴 DC의 조지타운 유니버시티에서 미술사와 철학 강의를 듣고 있는 랜스 프리드샘(67)은 미술사가인 아내와 함께 전 세계 미술관은 다 가봤다. 젊은 학생들은 물론이지만 교수조차 그로부터 한수 배우려고 그가 입을 열면 주의 깊게 경청하곤 한다. 나이든 청강생들의 경험은 60년대, 70년대를 비롯, 시대를 넘나들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의 변론이 지나쳐 강의의 흐름을 더디게 하는 경우도 있다. 포틀랜드 스테이트 대학은 오리건주 주민으로 65세가 넘으면 등록금을 받지 않고 있다. 한 학기당 약 500명 가량의 은퇴 청강생들을 받아들이고 있는데 한 클래스 당 5명 이상은 등록시키지 않고 있다. 이 학교 당국은 청강생들에게 “강의실에서 주도권을 잡지 말 것과 말을 많이 하지 말 것”을 주의시키고 있다.
프린스턴 대학도 커뮤니티 청강생을 각반에 10% 이상 배치하지 않고 있으며 질문 자제와 교수를 너무 물고 늘어져 독점하다시피 하는 것을 기술적으로 제재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은퇴 청강생은 일체 받아들이지 않는 대학도 있다. 인디애나주의 노터데임 대학은 인근의 홀리크로스 은퇴촌 거주자들의 등록을 거부하고 있다. 도서관 카드도 소지할 수 있고 그 외의 많은 행사에 참여는 할 수 있지만 청강생으로 강의 수강은 안 된다는 방침이다. 하버드 대학도 이와 같은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대학 중의 하나이다.
■무료 등록금
젊은 대학생들은 크레딧을 얻기 위해 2만달러의 사립대학 등록금을 내야 하지만 은퇴 청강생들은 무료거나 턱없이 저렴한 값에 강의를 들을 수 있다. 알래스카, 코네티컷, 플로리다, 일리노이, 메릴랜드, 미네소타, 뉴저지, 버몬트, 버지니아를 포함한 많은 주들이 65세 이상의 시니어 시티즌이 주립대학에 등록할 경우 약간의 경비(fee)는 들지언정 대부분 등록금은 무료이다.
그리고 50세 이상만 수강할 수 있는 특별 강의를 개설하고 있는 대학들도 많이 있고 미 전국에서 93개 대학은 4~8주 코스로 시니어 시티즌에게 넌 크레딧 강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이런 강의는 시험이나 숙제가 없고 비용은 과목당 25~450달러로 다양하다.
인근 대학에 전화로 시니어 시티즌을 위한 청강생 프로그램(audit program)여부를 물어보면 된다.
<정석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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