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따갑도록 들었다면 과장일까. 북한이 망한다는 이야기 말이다.
‘개방을 하면 인민은 산다. 그러나 통제력이 약해지면서 체제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고립을 고수하면 체제는 더 버틸지 모른다. 그러나 결국 맞는 운명은 고사(枯死)다. 붕괴는 그러므로 어찌됐든 필연이다.’-.
김일성 사망 후, 그러니까 10년도 넘게 계속 들어온 김정일 체제 붕괴론이다. 한동안 시들했었다. 요즘 다시 부쩍 거론된다. 이제는 ‘if의 문제’가 아니다. ‘When의 문제’로 보는 경향이다. 망하는 건 시간문제이고, 그 후의 사태가 문제라는 인식이다.
‘북한이 붕괴하면’(When North Korea Falls)이란 제목으로 로버트 캐플런이 애틀랜틱지에 기고한 내용도 바로 이런 맥락이다. 붕괴는 정해진 코스다. 문제는 붕괴가 가져올 파장이다. 그 붕괴과정부터가 극히 파멸적일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을 하고 있다.
‘2007년의 톱뉴스는 김정일의 중국 망명이 될 수도 있다’-. 이코노미스트지가 내놓은 새해 전망이다. 북한 핵문제로 동북아 지역의 두통이 더 심해질 것으로 진단하면서 역시 김정일 체제 붕괴의 가능성을 내다본 것이다.
김정일 망명으로 끝나면 그나마 다행이다. 현실은 더 위험하고 복잡하다. 때문에 2007년은 한반도로서 상당히 어려운 해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 때 유행했던 조기붕괴론이다. 그 리바이벌이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시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왜. 관련해 주목되는 게 ‘J 커브 이론’이다. 이안 브레머가 제시한 이론으로 개방과 안정이란 두 축을 중심으로 체제의 안정성을 측정하는 방식이다.
안정성을 수직축으로, 개방성을 수평축으로 그라프를 그리면 세계 국가들의 좌표를 이은 궤적은 비스듬히 누운 J자 형을 이룬다. 가장 개방적이면서 동시에 가장 안정된 체제는 이 그라프의 오른쪽 위 끝에 있는 미국 같은 나라다.
그 반대 방향에 있는 나라가 북한 같은 체제다. 개방성은 제로에 가깝다. 그렇다고 안정성도 제로인 것은 아니다. 철저한 고립으로 오히려 어느 선의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체제들이 개방성 증가를 경험할 때다. 혼란과 동요가 따른다. 그러면서 체제의 안정성은 급격히 떨어진다. 오늘날의 이라크가 그렇다. 고립에서 개방으로 나갔다. 개방성이 높아진 것이다. 그러자 혼란이 가중되면서 극도의 불안정성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개방에 뒤따르는 혼란과 동요기를 극복하지 못한다. 그럴 때 오는 건 역사의 퇴행이다. 민주화, 개방사회로의 변화를 이룩하지 못한 실패한 체제들이 보이고 있는 공통점이다.
세계의 국가들은 이 그라프 상에서 계속 좌표 변경을 하고 있다. 러시아는 통제가 강화되면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퇴행한 사례다.
북한의 좌표도 달라지고 있다. 개방성이 높아지는 방향으로다. 김정일 체제가 개방정책을 꾀해서가 아니다. 북한 인민들의 사고방식이 달라져서다. 수백만이 굶어 죽었다. 먹을 것을 찾아 움직였다. 이와 동시에 스며든 게 바깥 세계의 정보다.
그 세월이 10년이 넘었다. 달라진 북한 주민들의 사고방식은 개방성 증가란 형태를 이루면서 체제에 압력을 가해 왔다. 경비를 서던 초병이 서슴없이 손을 내민다. 돈을 달라는 거다.
왜 느닷없는 북 붕괴론 리바이벌인가. 그 초병의 달라진 몸짓에서 체제 붕괴가 임박했음을 읽은 것이다. 핵실험도 그렇다. 그건 오히려 그 체제가 취약하다는 증거다. 개방에의 압력이 날로 높아진다. 그 동요의 그림자에서 불안을 느낀다. 해서 빼든 게 핵카드란 분석이다.
시위가 격렬해지고 있다. 전투를 방불케 할 정도다. 7만4,000명의 폭력시위대가 13개 주요 도시의 중심부를 점령하고 7개 도청과 시청을 습격했다. 경찰은 거의 수수방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 남쪽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다.
그 공세는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왜. 그 답은 역시 김정일 체제의 취약성에서 찾을 수 있는 게 아닐까.
“… 국제사회의 적대감이 커지고 충성심이 약화되면서 김정일은 더욱 예측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 핵 위협을 할 수 있고, 특수부대를 동원할 수도 있다.” 붕괴위기를 맞아 북이 취할 수 있는 도발 시나리오를 이코노미스트지가 밝힌 내용이다.
이는 한 마디로 요약될 수 있다. 대남 혁명역량을 강화하라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노리는 건 무엇일까. 좌파민중정권 수립이다. 그 길만이 김정일 체제가 사는 길이니까.
대선이 있는 2007년은 상당히 어려운 해가 된다. 그 말이 심상치 않게 들린다.
sechok@koreatimes.com
<옥 세 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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