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년 전인 1620년 종교의 자유를 찾아 극심한 배고픔과 병고에 시달리며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미 대륙에 도착한 첫번째 이민자인 청교도들이 거친 개척지에서 풍토병과 각종 생활의 질고를 견뎌내고 거둔 첫해의 풍성한 수확을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그들을 도와준 이웃 인디언들을 초대해 추수한 곡식을 나누어 먹으며 시작된 추수감사절. 올해도 추수감사절을 맞으며 미국 땅에 정착해 이민 초기에 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여기까지 성장한 한인 커뮤니티의 역사를 돌아보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얼마 전 미주 한인사회의 이민역사 100주년을 기념하는 전국적 축하행사가 열렸지만 1975년 이후에 본격적으로 시작된 한인의 이민역사는 실제적으로 약 30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고 간주할 수 있을 것이다.
나 자신도 1975년 부모님들의 이민 결정에 따라 미국에 이민을 온지 31년이 되었다. 아버님께서는 미국 이민 결정에 대해 “부정부패가 심한 한국에서 사업하는 데 염증이 났고, 무엇보다 너희와 너희의 후손들이 세계 최강국인 미국에서 최상의 교육을 받고 일등시민으로 살게 하기 위해 어려운 결정을 했다”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1970년대 한인 가정들 대부분은 소위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하기 위해 힘든 언어적, 문화적 장벽을 견뎌야 했다. 그 당시에는 한국에서 받은 교육이 인정되지 않아 특수 전문직인 의사, 간호사 등의 직업 외에는 대개 소매업과 같은 스몰비즈니스에 종사하거나 공장에서 힘든 일을 해야 했다. 이렇게 시작된 한인 이민역사는 30여년만에 경제, 교육, 사회, 종교, 문화에 두루 걸쳐 자타가 인정하는 눈부신 발전을 거두었다.
미국 사회학자들이 미국사회에서 소수민족이 유럽계 백인 중심의 전통적인 미국 중류사회에 들어가 융화되는 데는 약 3대의 걸친 신분의 수직상승을 필요로 한다는 이론을 발표한 적이 있다.
어떤 일이든 억척스럽게 해내고 좋은 학군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어김없이 한인 학생들이 몰려들 정도로 극성스런 한인 부모들의 교육열이 이곳 미국에서 자란 많은 한인 1.5세 2세들로 하여금 이제는 어엿이 전문직으로 활동할 수 있게 하였다. 물론 여전히 한인 커뮤니티에도 빈곤층이 적지 않지만 대체적으로 타민족과 비교할 때 그들이 3대에 걸쳐 이룬 사회적 성장을 한인 커뮤니티는 1세대와 2세대를 통해 이룩했다고 할 수 있겠다.
2005년 인구조사(American Community Survey)에 따르면 LA카운티 한인들의 대학이나 대학원의 진학률은 45.3%에 이르고 있다. 이는 LA카운티 전체의 평균인 24.5%에 비해 거의 두배에 달하는 수치이다. 또한 10년 전만 해도 한인들의 대부분이 소매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고정관념이 있었지만 2005년 조사에 따르면 LA카운티 전체의 평균수치인 33.5%보다 훨씬 높은 48.5%의 한인들이 매니지먼트나 전문직 일에 종사하고 있다.
한인 커뮤니티의 일단계 성공은 그 다음 단계의 성공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류시화 시인의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이라는 잠언 모음집에 랄프 왈로 에머슨이 쓴 ‘무엇이 성공인가’라는 글 중에 진정한 성공에 대해 정의한 구절이 있다.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 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인해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이와 같이 한인 커뮤니티의 진정한 다음단계의 성공을 위해서는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의 이웃이나 속해 있는 직장과 사업지역의 이웃 커뮤니티들을 조금이라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겠다. 소위 Good Neighbor, 즉 좋은 이웃이 되는 것이 바로 우리가 받은 축복을 진정 감사하고 나누는 길이며 진정 성공한 한인 이민역사를 만드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가족들은 올해 추수감사절에 LA 근교 라카냐다의 둘째 언니의 집에서 모인다. 가까이 살고 있는 20명이 넘는 식구들이 모이면 나 자신을 비롯해 그 동안 식구들이 받은 축복을 생각하며 감사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무엇보다 건강한 가족들과 따뜻한 집에 함께 모여 나눌 수 있는 칠면조 요리와 불갈비, 잡채와 김치 등의 코리안 아메리칸 특유의 풍성한 식탁 또한 2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의 바람대로 미국에서 나고 자란 후손들이 좋은 교육을 받고 좋은 직업과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는 것과 너무나 귀엽고 건강한 예쁜 3세의 모습들까지 우리 가족이 감사해야 할 제목들이 너무도 많다.
우리가 받은 많은 축복을 감사하며 나 자신뿐 아니라 우리의 자녀와 후손들이 미국 시민으로서 좋은 이웃이 되어야 한다는 가르침을 심어주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케이 송
USC 부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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