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인하는 기본, ‘고쳐 달라’ 리스트 길어지고
인스펙션 통과, 융자를 거래 조건으로 내걸기도
주택 처분후 매입 조건부 계약에는 셀러들 “아직은…”
공평한 대안으로 72시간 조건부 매입 관심 고조
주택 시장이 식어 바이어마켓으로 완전히 전환되면서 바이어들이 일년전 경기 좋을 때 같으면 어림도 없는 조건들을 셀러에게 내걸고 있다. 가격을 내리라는 요구는 물론이고 집을 매입하기 전에 이것저것 고쳐달라는 요구사항 리스트도 길어졌고, 자신의 집 매각 조건부 매입을 내거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셀러들도 각종 조건부 매입 조항(contingency clauses)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추세다.
바이어들이 조건부 계약에서 내거는 조항들을 보면 바이어들이 배짱을 내미는 마켓으로 완전히 바뀌었음이 쉽게 드러난다.
그 중 하나가 인스펙션 통과 조건부. 만약 인스펙션에서 너무 많은 문제가 드러나면 바이어는 셀러에게 시정을 요구하고, 셀러가 이를 거절하면 바이어는 페널티를 물지 않고 거래를 철회할 수 있다.
융자 조건부도 있다. 매입 오퍼를 내기 전에 융자를 준비해 두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적지 않은 바이어들은 샤핑부터 하고 나중에 융자절차를 밟는다. 만약 모기지 융자가 나오지 않아 거래가 성사될 수 없는 경우에도 융자 조건부 계약이라면 바이어는 페널티 없이 다운 페이먼트를 돌려받게 된다.
바이어와 셀러의 사정이 짧은 기간동안 싹 바뀌었다. “매매계약에 어떤 조건도 붙일 수 없었던 것이 바로 일년전이었다. 이젠 온갖 조건들을 갖다 붙이고 있다”고 콜드웰 뱅커의 한 브로커는 전한다.
특히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등 주택 경기가 뜨거웠던 지역의 경우에는 높은 수요 때문에 조건부는 고사하고 주택 감정도 거의 문제가 되지 않았었다. 감정이 매매가보다 적게 나오는 경우에도 바이어들은 감정가를 무시하고 요구 가격을 그대로 수용했던 데 비하면 힘의 축이 바이어쪽으로 완전히 이동했다.
그러나 아무리 슬로 마켓이지만 조건부에도 한계는 있다. 대부분의 셀러들이 어떤 조건이라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지만 바이어의 집이 팔려야 거래가 성사된다는 조건에는 아직은 고개를 내젖는다. 너무 불리한 조건이기 때문이다. 셀러로서는 수주간이나 자신의 부동산이 묶이고 바이어가 사지 않고 그냥 가버려도 자신은 아무런 재정적 이익을 얻지 못한다.
그러나 슬로 마켓에서는 바이어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을 먼저 팔지 않는 한 거래에 뛰어들려고 하지 않는다. 만약 새로 집을 샀는데 현재 살고 있는 집이 팔리지 않는다면 두 집 페이먼트를 하면서 통상 주택 매입 가격의 4~5%, 많게는 10%까지나 재정적 손실을 입게 되기 때문이다.
서로 자신들의 입장만 고집할 수는 없기 때문에 요즘 인기가 높아가고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72시간 조건부. 셀러와 바이어 양쪽에 약간의 여지를 공평하게 주는 것이다.
셀러는 계약서에 사인이 난 뒤에도 자신의 집을 계속 팔 수 있고 만약 새로운 오퍼가 들어오면 원 바이어는 72시간안에 계약서대로 집을 살지, 아니면 계약에서 빠질지를 결정해야 한다. 집을 사기로 했다면 바이어는 자신의 집은 추후 팔아야 된다.
사지 않기로 했다면 다운페이를 그대로 돌려받는다.
셀러 입장에서 보면 첫 번째 바이어든, 그 이후의 바이어든 집을 빨리 팔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72시간 조건이 붙어도 집을 시장에 계속 내놓고 팔수가 있다.
바이어로서도 자신의 집을 팔지 못할 경우 금전적 손해를 보는 위험을 피할 수 있다. 물러서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72시간 조건부가 얼마나 받아들여지는지는 로컬 시장과 셀러가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다. 뉴욕인근의 한 부동산 브로커는 집을 반드시 빨리 팔아야 하는 입장인 한 셀러가 72시간 조건부를 수용한 적이 있다며 아직은 널리 이용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부동산 브로커 회사마다 일년에 한 두건 정도가 고작이라는 것. 그러나 플로리다주 올랜도 지역의 한 브로커는 관심이 높아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시장이 급냉하면서 셀러와 바이어 양측이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이 브로커는 전했다.
완전한 바이어 마켓으로 바뀐 지역에서는 관심을 모으고 있고, 어느 정도 균형이 잡힌 시장에서는 셀러들은 거의 받아들이지 않는다. 뉴욕의 한 브로커는 “일부 바이어들이 72시간 조건을 내걸지만 실제 고객을 거의 만나지 못한다. 마음이 바뀌면 언제라도 발을 뺄 수 있기 때문에 셀러들은 거의 응하지 않는 경향”이라고 전했다.
에이전트들도 이미 오퍼가 들어가 있는 집을 팔기 위해 열성을 보이지는 않는다. 셀러들도 첫 오퍼에 선뜻 응하지 않고 좀 더 시장에 두기를 원한다. 팔고는 싶지만 예전에 비해 가격이 좋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첫 오퍼를 받아두고도 더 좋은 오퍼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싶어 한다.
그러나 이런 조건들에 대한 셀러들의 수용도는 로컬 주택 시장의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전망이다. 경기가 급랭한 남가주나 플로리다 등지에서는 이미 셀러들은 전혀 내키지 않는 조건들을 받아들이고 있다.
<케빈 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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