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나이스에 있는 몬클레어 칼리지 프렙 스쿨의 생물 클래스. 몬클레어는 다른 프렙스쿨처럼 학생 20명 이하의 작은 클래스를 자랑한다.
▲베렌도 중학교 교사 윤 감씨.
사립, 왜 인기 끄나
시험공부를 하러 학원에 다니랴, 선생님 추천서를 받으랴, 에세이와 원서를 작성하랴… 대학에 지원하는 12학년생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K~12학년 사립학교의 인기가 갈수록 상승하면서 중학생, 아니 초등학생들도 벌써부터 입학지원 시즌의 진통을 맛보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자녀가 중학교에 진학하는 학부모들은 요즘 고민이다. 졸업은 다가오고 타운에 보낼 만한 중학교는 없는데… 어디 학군 좋은 데로 이사를 가야하나, 아니면 사립학교에 보내야 하는 걸까? 명문 사립학교들은 지원마감이 대체로 1월부터 시작되므로 서둘러 결정해야 할 문제다. 요즘 웬만한 명문 사립 고등학교는 학비가 연 2만달러를 넘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성 학부모들은 사립학교에 자녀를 보내려고 애쓴다. 올해 학비가 2만5,250달러인 말보로 스쿨의 경우, 매년 80~85명의 신입생들을 받아들이는데 각 자리마다 3~4명의 지원자들이 몰려든다. 과연 사립학교에 보내 다른 자녀들은 무료로 받는 K~12 교육을 위해 2만달러를 낼 가치가 있는 것인가.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중심으로 사립학교의 종류, 입학절차, 재정보조, 선택방법 등을 집중적으로 파헤치는 사립학교 시리즈를 시작한다.
학생 개개인에 ‘맞춤교육’
진학 문제등 학부모 신경 쓸 일 없어
베렌도 중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윤 감씨는 두 자녀가 모두 하버드-웨스트레이크 스쿨을 졸업했다. 공립학교에서 10년째 교편을 잡아왔고 하버드-웨스트레이트 스쿨에서 학부모회(PTA) 이사를 지내는 등 공립과 사립교육 양쪽에 깊이 관여해온 감씨이지만 공립학교와 사립학교를 비교하는 것이 사실 그리 쉽지 않다.
감씨에 따르면, 공립학교도 매그닛 스쿨, 영재 프로그램, 아너스 클래스 등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사립학교 학생들과 별로 다를 것이 없다. 감씨가 가르치는 아너스 클래스는 학생수가 40명에 가깝지만 수업 태도가 뛰어나 어려움이 없다고 한다. 그리고 정부로부터 후한 재정지원이 있어 일부 명문이 아닌 일반 사립학교보다 오히려 시설이 뛰어나고 프로그램도 더 많이 있다는 것이다.
베렌도 중학교의 경우, 수업시간 전에 태권도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방과후에도 체조, 밴드, 오케스트라, 미술 클래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토요일에는 UCLA 학생들이 수학을 4시간씩 가르치는 클래스가 있고 방학 중에도 역시 매일 4시간씩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학교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들 뿐 아니라 우등생들을 위한 클래스도 있다. 한국어 이중언어반(KDLP) 등 특별 프로그램도 있는데 문제는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스스로 찾아다녀야 이들 프로그램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감씨는 한마디로 사립학교의 장점은 부모가 신경을 쓰지 않아도 학교에서 알아서 해주기 때문에 자녀가 대학갈 준비가 다 될 것으로 안심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꼽는다.
■칼리지 프렙 스쿨
학부모들이 안심할 수 있는 이유는 사립학교와 공립학교의 가장 큰 차이점에 있다. 샌퍼난도 밸리에서 가장 오래된 비종교 사립학교인 몬클레어 칼리지 프렙(밴나이스 소재)의 창설자 브이 이 심슨은 50년전 학교를 설립한 목적이 오직 하나라고 말한다. 대입 준비를 시켜 좋은 대학에 보내는 것. 학교와 교직원들의 노력과 자원이 이 한가지 목적에 집중된다.
심슨에 따르면, 그러나 공립학교는 모든 학생에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는 임무가 있어 대입 준비 외에도 많은 목적을 갖고 있다.
따라서 특수교육이라면 명문 프렙 스쿨도 공립학교를 따라오지 못한다. 한편 공립학교는 학교 수업에 방해를 주는 학생이 있어도 징계하기 어려운 반면 프렙 스쿨들은 성적만 나빠도 학생들을 쉽게 퇴학시킬 수 있고 드레스 코드 등 규율이 엄격하다.
■클래스 사이즈
베렌도 중학교에서 감씨는 한 클래스에 평균 35명을 가르치는 반면 그녀의 자녀들이 다닌 하버드-웨스트레이크 스쿨은 클래스가 20명 미만이다. 지난 96년 졸업한 딸의 경우, AP 스패니시 문학 클래스를 택했는데 이수하는 학생이 자기 혼자 밖에 없었다.
공립학교였다면 당연히 클래스가 취소됐을 텐데 교사가 일대일로 가르쳤다고 한다.
감씨는 그래서인지 자녀들이 약 10년 전 졸업한 하버드-웨스트레이크 스쿨을 지금도 방문하고 후원활동에 참여한다며 자녀들이 당시 학교에서 사귄 친구들은 물론, 학부모들 사이에 이룬 우정도 동창회 및 학부모회를 통해 평생 이어진다고 말했다. 물론 공립학교에서도 사제간 유대 관계가 가까울 수 있지만 그같은 관계는 이례적인 반면 사립학교에서는 보편적이라는 것이다.
드레스 코드 등 규율 엄격
성적만 나빠도 퇴학 당해
수준 높은 과외활동 다양
과중한 등록금 부담이 흠
■스포츠 및 과외활동
많은 사립학교들이 학교를 소개할 때 특히 자랑하는 점이 스포츠 프로그램이다. 이들 프로그램은 실제로 대학진학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몬클레어 프렙 스쿨의 경우, 1975년 이후 87명의 학생들이 대학으로부터 운동선수 장학금을 받았다.
공립학교에서는 대체로 실력이 뛰어나야 스포츠 팀에서 활동할 수 있으나 사립학교에서는 스포츠 참여 기회가 훨씬 많으며 과외활동 기회도 다양, 애프터스쿨이나 학원에 다닐 시간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감씨에 따르면, 과외활동의 수준도 높고 따라서 학생들이 보이는 열의도 뜨겁다. 학교신문 기사를 쓰느라 며칠 밤을 새기도 하고 교사, 코치, 음악코치 등과 일대일 관계를 가질 기회가 많다.
■등록금
등록금은 사립학교의 최고 단점이지만 그 때문에 부모와 학생을 고객으로 서브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공립학교보다 강한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몬클레어는 학부모들이 학생들의 진도를 세계 어디서나 점검할 수 있도록 인터넷에 각 학생의 학교 성적, 이수과목 스케줄은 물론 숙제까지 올려 어떤 숙제가 있었는지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몬클레어에서 가르치는 율 강씨는 최근 SAT II 한국어 시험장에 CD플레이어를 가져가지 않아 시험을 못 치른 학생을 위해 혹시 1년에 한번 밖에 없는 한국어 시험을 다른 방법으로 치를 수 없나 UC 및 기타 단체에 알아보고 있다. 공립학교에서는 보기 힘든 배려라고 할 수 있다.
감씨는 “재산을 물려주면 언제든지 뺏길 수 있는데 교육을 자녀들에게 물려주면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것”이라며 아이들이 비싼 돈을 주고 보내는 사실을 아니까 더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많은 사립학교에서 저소득층에 연 100만달러 이상의 재정보조를 지원한다며 재정 능력을 고려하기 전에 우선 지원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감씨는 공립학교에서도 사립학교에 밀리지 않는 교육 기회를 누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공립학교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스스로 찾아 나서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교사들마다 매일 한시간씩 수업이 없는 컨퍼런스 시간이 있는데 이를 이용하고 학교 카운슬러들과 자주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우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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