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표개방에 유권자 몰려
이번 선거의 궁금증 1호는 개방형 투표제 실시에 따른 투표자 수의 증가 유무. 또 토요일에서 일요일로 선거일이 바뀐 점이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도 관심을 끌었다.
투표 시작 후 12시 이전까지 전체 투표자 수는 1천200명을 막 넘겨 예상치보다 밑도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오후 2시를 넘기며 각급 교회 신자들, 노인 아파트 유권자들이 몰리기 시작했고 오후 3시에는 투표장 바깥까지 1백미터 이상 줄이 늘어서는 등 정체현상을 보여 제도의 변화가 선거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주었다.
◆장외 응원전 불붙어
양측의 장외 응원전도 볼만 했다. 김옥태 후보측은 버지니아 투표장의 ‘명당’을 선점하기 위해 선거일 새벽에 ‘출정’하는 열성을 보이기도. 또 20명 규모의 학생 응원단을 조직, 노래와 율동으로 분위기를 띄우는 한편 푸우등 인기 만화 캐릭터 분장을 한 운동원들도 등장시켜 인기를 끌었다.
나 후보측은 이에 비해 조용한 응원전을 펼쳤으며‘한인사회 개혁’이라 적힌 대형 플래카드를 부착, 유권자들에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다. 양측은 투표장 바깥에 커피와 빵, 음료수등을 비치해놓고 유권자들에 서비스하기도 했다.
◆최고령 투표자는 92세 강덕희씨
90대 노인부터 휠체어에 탄 환자까지 이색 유권자들이 투표장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매나세스에 사는 이현성씨는 걷지 못하는 아버지 이삼남씨(70)를 휠체어에 태워 투표장을 찾는 성의를 보였다.
알렉산드리아의 파크 체이스 아파트에 거주하는 90세된 정달순 할머니(1916년생)는 가지고 온 신분증에 우편번호(ZIP CODE)가 없어 끝내 투표를 하지 못했다. 정 할머니와 함께 온 한 할머니는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고 말해도 선관위에서 받아주지 않는다”면서 “아파트 증명서는 신분증으로 받아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메릴랜드 투표자중 최고령자는 온리의 워싱턴한인천주교회 노인아파트에 거주하는 92세의 강덕희 할머니. 강 할머니는 “한인사회에서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좋은 사람을 뽑기 위해 투표를 했다”고 말했다.
◆ 유권자 10여명 되돌아가
투표시작이 당초 아침 7시에서 30여분 늦어지면서 유권자 10여명이 투표를 포기하고 되돌아가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는 나각수 후보측이 워싱턴DC 유권자의 이중투표를 확인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설치되지 않았다며 이 상태로 투표 진행을 할 수 없다고 강하게 이의를 제기한데 따른 것. 이에 대해 선관위측은 투표 시작이 지연된 것은 나 후보측의 참관인들이 늦게 투표장에 나온 탓도 있다고 밝히기도. 이 때문에 일찍 투표를 하려던 일부 한인은 “투표 시간을 못 지키는 이유가 뭐냐. 짜증나서 투표를 못하겠다”며 투표용지를 찢어버리며 선관위원들에게 거세게 항의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양측 욕설과 고성 오가기도
선의의 경쟁을 다짐했던 두 후보가 투표시작 불과 30분만에 욕설과 고성이 오가는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해 눈총을 받기도. 발단은 나각수 후보가 선관위 간사에게 김옥태 후보와 선거운동원들이 투표장에 들어와 있다며 항의하면서부터.
나 후보의 항의에 김 후보는 “추워서 몸 좀 녹이려고 투표장에 잠시 들어와 있는데 그게 무슨 큰 문제냐”며 격한 반응을 보이면서 양측 후보가 잠시 감정적으로 맞섰다.
◆정신 지체자 투표 못해
오후 4시경 메릴랜드 투표장에서 정신 지체자가 대리인을 통해 투표하려고 했으나 선관위측은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을 위해 타인이 투표하는 것은 올바르지 못하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정신 지체자 차모 씨는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이후 너싱홈에서 온 7-8명의 노인들도 투표를 하지 못했다.
◆후보 가족들 MD에 집결
메릴랜드 투표소에는 나각수 후보와 김옥태 후보의 가족들이 총동원됐다. 나각수 후보쪽에서는 부인 나평시씨와 외조카 한정민, 한지민씨가 유권자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하며 한 표를 부탁했다. 김옥태 후보쪽에서는 부인 김명희씨와 둘째 아들 김진수씨, 장모 정정순씨가 나와 김 후보에 한 표를 부탁했다.
나 후보와 김 후보는 종일 버지니아 투표소를 지켰다.
◆ 동원력에서 승패갈려
버지니아 표심의 풍향계가 대세를 가른 시간은 오후 3시경이었다. 선관위와 후보측이 동원한 대형 버스가 속속 도착하면서 각 후보 측의 명암이 엇갈리기 시작했다.
투표 후 버스 유권자의 대부분이 김옥태 후보 지지자임이 알려지면서 김 후보 진영에서는 “이젠 이겼다”며 모두들 표정이 밝아지는 분위기였다.
◆ 경찰 입회하 개표 진행
개표는 투표 마감 50분 뒤인 밤 7시50분부터 경찰이 입회한 가운데 시작됐다. 버지니아 투표함부터 먼저 개봉돼 큰 차질없이 진행됐으나 마감후 나 후보측에서 재검표를 요구해 속개되지 못했다.
개표장에는 각 후보측 참모, 지지자등 80명이 개표 현장을 멀리서 지켜보며 일희일비하는 모습이었다. 버지니아 개표결과 김 후보의 우세가 확정되면서 기호 2번진영에서는 환호가 터지기도 했다.
<이종국, 이창열, 박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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