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정치를 알려주는 보도를 보며 “ 아~그렇구나 ” 했던 요 며칠이다. 유권자의 표를 먹고 사는 정치판의 생리나 ‘애국애족’ 내세우는 목소리는 같으련만 왜 ‘우리 님’ 들은 안될까? 하는 욕심도 감출 수 없었다. 지난 11월 7일의 미국 중간선거 뒷이야기다. 선거에서 죽 쑤고 난 뒤 상하 양원의 판세가 확 바뀌는 판이다 . 국민들의 선택의 철퇴가 발등을 찍는데 웃음이 나올 리 없다. 이겼다고 기고만장, 주먹 휘두르는 야당 지도자들의 꼴은 또 보고 싶었을까. 그러나 그게 아니다.
조지 W 부시대통령은 선거가 끝난 이틀 뒤인 9일 민주당 하원 원내 대표 ‘낸시 펠로시’와 총무 ‘스테니 호이어 ‘를 백악관으로 초청, 오찬을 배푼다. 수족(手足)을 끊는 아품을 삼키고, 말씨부터 달리한다. 천하를 오시하며 큰 소리치던 대통령이 아니다. ‘능굴 능신(能屈能伸)’, 정치9단이 따로 없다. 우리는 부시 대통령의 새로운 다른 모습을 보게 된다.
부시 대통령은 말한다.“우리 둘, 아니 우리 셋은 안다.” 무엇을 안다는 말인가. ‘우리 둘’이라니… 먼저 ‘낸시 펠로시’ 원내 대표를 따로 불러 그녀에 대한 예우를 다한다. 그러고 나서 ‘우리 셋’을 다시 내세운다. 절묘하다. 우리가 셋이지만 결국 ‘하나’임을 분명히 한다. 그리고 우리가 선거에서 이기고 졌지만, 우리는 ” 선거에서 이겼을 때 나라를 위해 최선을 다할 책임이 생긴다는 것을” 안다고 못을 치고 나온다. 이긴 당신들에게는 더 큰 책임이 있을 뿐이니, 함께 가자는 것이다.
‘부시와 클린턴’두 전 대통령의 아름다운 행보를 보노라면, “미국은 역시 미국이구나 !” 하게 된다. 11일이다. 뉴올리언스에 2만 5천의 얼굴이 모인 미국 전국 부동산협회 총회 자리다 .부시 전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대통령이 함께 자리를 빛낸다. AP통신이 마치 “죽이 잘 맞는 코미디언들의 공연같았다”고 보도할 정도로 두 전직 대통령은 유머를 주고받는다. 여섯 번의 기립 박수가 터져 나온다. 82세의 조지 부시 전 대통령과 60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 . 92년 대선 때는 사투(死鬪)를 벌렸다. 더더욱 아들 부시 대통령이 클린턴 전 대통령과 동갑내기이다. 대통령 아들을 생각하는 아버지 부시라면 아들 나이인 클린턴과 한자리에서 ‘재담’을 주고받기를 주저했을 것이다. 우리들 생각이다. 그런데 미국의 전직 두 대통령은 나이나 체면이나 정치적 자리에 억매이지 않고, 국민들 눈 앞에서 지도자로서 신뢰와 우의를 서로 나눈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먼저 능청을 떤다. 힐러리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잘 해나갈 거라고 생각합니다.”’농가성진(弄假成眞)’,은연중 아내의 대통령 선거 운동 미리 미리 해놓는다. 그러나 치마폭에 코 들이대는 클린턴 전 대통령의 속내를 그냥 지나칠 부시 전대통령이 아니다.
부시 전 대통령은 ”그래요. 하지만 영국의 필립공이 여왕을 따르듯, 이 친구(클린턴)가 힐러리 뒤를 따라가는 모습을 상상하는 건 그리 쉽지 않네요.” ‘언중유골(言中有骨)’이지만 함께 웃는다.
클린턴은 배짱 두둑한 입담을 계속 자랑한다. 퇴임 후 항상 부시 전 대통령 다음 차례에 연설해야 하는 처지를 빗대어“나는 남은 생애에 부시 전 대통령의 조연이 될 저주를 받았다 ”고 농을 쏟아내는가 하면 여러분은 92년 대선의 복수를 목격하고 있다”해 폭소를 끌어낸다. 아차 잘못 되면 썰렁해지기 쉬울텐데 그게 아니다. 말하는 전직 대통령이나 듣는 국민들은 “유머”를 즐기고, 웃고, 박수치며 열광한다. 부시 전 대통령이 여전히 건강하다고 치켜 세우며, 분명히 그는 내 장례식에서 연설할 것”이라고 막차까지 올라탄다. 동갑내기 후임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대한 예의이고, 그의 아버지이며 자기 전임 대통령에 대한 존경의 뜻을 담은 덕담일 것이다. 이 어찌 아름답지 아니한가. 국민의 눈높이도 그렇고 손 잡고 함께 하는 지도자들의 모습이 부럽기만 하다.
전임자를 “깜빵”으로 내모는 몸짓이나 ‘못 싸워’ 눈에 쌍심지를 돋우는 “우리 님”들이 왜소하고 처량하게 보일 때가 바로 저런 모습을 보는 때 일 것이다. 누워 침 뱉는 것도 자유라 하겠지만, 명색이 대통령 자리를 욕심낸다는 정치 지도자가 자기 나라 대통령을 가리켜 ‘송장’이니 ‘시체’니 하다니… 저것이 한국이 말하는 “민주화”고 “언론의 자유”란 말인가.
부시 대통령은 오찬 후 “우리가 모든 이슈에 대해 의견을 같이하는 건 아니지만 우리 모두 미국을 사랑한다는 점에 대해선 동의한다”고 말한다. 이 얼마나 의미있는 지도자들의 만남이고 화합인가.
“우리 모두 미국을 사랑한다.” 미국의 큰 힘을 일깨우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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