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단체의 대표적인 단체는 한인회다. 한인사회 전체를 대표해서 대내적으로나 대외적으로 많은 활동을 하고 있고 또 앞으로도 해야 할 단체다. 지역에 따라서 열심히 잘 하고 있는 곳도 있고, 더러는 동포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활동이 저조하거나, 심지어는 오히려 있어서 동포들에게 부담이 되고 눈쌀을 찌푸리게 만드는 곳도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한인들이 모인 곳이면 모여서 한인회를 만들고 한인들의 권익옹호와 친목도모를 위해 힘써야 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한인들의 숫자가 많아지면서 한인회가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도 될 일들이 혼합되어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권익옹호를 위해서 각종 직업관련단체가 생겨서 한인사회 내에서도 직업적으로 세분화되는 현상이 있고, 또한 향우회도 도단위에서 군단위까지 내려갈 수 있다. 물론 초대형 한인사회의 경우로 끝날 수도 있지만 어느 지역이던지 인구가 많아지면 그럴 수 있는 가능성이 많이 있다는 것이다. 한인회의 주요목적이 한인들의 권익옹호와 친목도모 그리고 한국문화의 계승발전이라면 그런 일들을 하는 단체들이 생겨나고 그들의 활동을 하나로 묶어서 힘을 결집시키는 일들을 해야 할 것이다. 한인회가 한인사회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들을 하는 개인이나 단체가 기존 또는 새롭게 생겨나는 것을 방해하거나 경쟁해서는 안 된다. 물론 제대로 수행하지 못 할 때 자극을 주거나 보다 나은 결과를 위해서 일시적으로 간섭할 수 있으나 결국은 자율로 맡겨야 한다.
한인회장을 선출할 때 직접선거를 하는 것은 인구수가 적고 모임이 잘 이루어질 때는 별 문제가 없다. 그렇지만 인구가 많아지고 참여도가 저조한 경우에는 직접선거를 통해서 진정한 대표자를 선출하기도 어렵고 또 자칫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서 한인회가 한인들을 대표해서 좋은 일을 하기 보다는 오히려 한인동포들에게 해를 입히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한인회장을 하려는 사람들이 충분한 사전준비 없이 봉사를 하겠다는 좋은 뜻을 가지고 뛰어들었다가 협조를 얻지도 못하고 혼자서 기력이 소진될 때까지 일하다가 포기하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한인회를 잘 운영해서 한인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하려면 돈도 필요하고 함께 일할 사람도 필요하다. 그렇지만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한인사회의 현실에 대한 인식과 미래에 대한 비전이다. 현실인식과 비전이 없으면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헛수고가 될 수 있다.
미국은 행정구역보다는 생활권을 중심으로 단체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그것도 미국의 실용주의적 사고방식의 하나로 보여진다. 예를 들면 워싱턴은 실제 워싱턴 DC는 얼마 안 되고 남쪽으로는 버지니아 주, 북쪽으로는 메릴랜드 주를 포함해서 광역시를 이루고 있으며, 볼티모어의 경우에는 시를 중심으로 주변에 6개 카운티를 포함해서 메트로폴리탄을 형성해서 생활하고 도시발전 계획을 세우고 한다. 물론 이 지역 뿐만이 아니다. LA도 그렇고 뉴욕도 뉴욕과 뉴저지를 포함해서 광역도시권을 형성해서 발전되어가고 있다.
한인회장을 직선제로 선출하는 것 보다는 각 단체 (권익옹호단체, 친목단체, 체육단체, 취미단체, 종교단체 등 한인들이 모임을 가진 것은 모두를 대상으로 할 수 있다)에서 파견하는 이사들을 모아서 이사회를 구성하고 그 이사회에서 선출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단체별 이사파견은 기준을 정해서 예를 들면 50명 미만단체는 1명, 50명~100명은 2명, 100명에서 200명은 3명, 200명이상 500명은 4명, 500명이상은 5명 등등으로 한인회의 이사를 파견할 수 있도록 한다. 이사를 파견하는 단체는 회원명부와 함께 회원 1명당 1불내지 10불, 형편에 따라서 한인회에서 정하는 회비를 회원들에게 받아서 한인회에 납부해야한다. 한 사람이 몇 가지 단체에 가입할 수 있기 때문에 중복되는 부분도 있겠지만 이런 제도를 통해서 한인사회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고 한인회를 운영하는 기본적인 기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반사적인 이익으로 엉뚱한 사람이 한인회의 대표자라고 나와서 오히려 한인사회를 분열시키거나 대외적으로 망신을 시키는 일들을 견제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연구가 더 필요한 것이지만 그런 제도적인 마련을 가능하게 할 수 있으므로 한인회장 선거는 간선제가 좋다고 본다.
허인욱 <볼티모어,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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