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 결과 민주당이 12년 만에 연방의회 다수당으로 확정되자 거센 후폭풍이 휘몰아친다. 첫째로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이 전격 해임되었다. 부시 대통령이 바로 11월초에도 자기의 임기 종료 때까지 같이 있을 것이라고 공언했던 대상이 마로 그 사람이다. 존 볼튼 유엔대사의 자리도 풍전등화 격이다. 몇 년 전부터 부시가 유엔대사로 지명해서 상원의 인준을 받으려다가 실패했던 볼튼은 의회 휴회 중 그 자리로 임명되어 그 자리를 계속 차지하기 위해서는 상원의 인준을 거쳐야하는데 조 바이덴 상원 법사위원장 내정자가 그의 인준안을 D.O.A.(Dead on Arrival: 죽은 상태로 병원에 온 환자)라고 표현했기 때문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부시는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총무를 “위험한 리버럴”이라고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펠로시 의원도 부시를 “위험하고도 무능력한” 대통령이라고 응수하기가 일쑤였다. 그러나 선거 3일 후에는 펠로시와 민주당 원내 부총무 호이어 의원이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점심을 같이 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펠로시는 1월초면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하원의장으로 선출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원의장은 대통령 유사시에 부통령 바로 다음으로 대통령 계승권이 있는 위치다.
부시는 선거결과로 표출된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이라크 전쟁 수행에 있어서도 얼마 안 있으면 발표될 제임스 베이커 위원회의 건의를 많이 받아들일 것으로 전망된다. 자기 아버지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낸 베이커와 또 민주당 하원의원으로 오랫동안 외교분과위원장을 했던 리 해밀턴 전 의원이 공동위원장으로 있는 그 위원회의 위원 한 사람인 아버지 부시 밑에서의 밥 게이츠 전 CIA 국장이 럼스펠드의 후임으로 임명된 사실도 부시가 체니와 럼스펠드의 이라크 전쟁에 있어서의 승리전략 외에는 다른 의견을 고려하지 않았던 종전의 입장을 대폭 수정할 것이라는 예측을 가능케 한다. 이라크에 대한 정책에 있어서 제 41대 대통령이었던 자기 아버지와 정반대의 길을 걸어왔던 아들이 아버지의 전 보좌관들에게 SOS를 치고 있는 격이다. 그렇다고 이라크 전쟁이 조기 종결되기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실패된 정책의 후유증은 계속 심각할 것이다. 도 앞으로 2년간의 양당간의 대립 교착상태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민심의 향배에 대한 부시의 겸허한 태도는 노무현 대통령의 독선적인 오기와 대조가 된다. 열린우리당이 40번의 재보선에서 0 이라는 기록을 세운 상황과 자신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10 몇 % 라는 참혹한 상황에서도 노 대통령은 민심을 겸허히 수용하기를 거절하고 있다는 인상이다. 김정일의 핵무기 개발과 실험을 막지 못한 김대중·노무현의 햇볕정책 및 포용정책을 버리지 않겠다는 노 대통령의 옹고집, 그리고 국민들의 60, 70%가 전시작전통제권을 자주라는 이름으로 한미연합사로부터 한국군에게로 가져오려는 것이 시기상조라는 여론조사 등의 결과도 무시하는 노 대통령의 획일성 등 그의 독선과 오만의 증거는 허다하다. 가장 뚜렷한 예가 그의 인사정책일 것이다.
김병준 씨는 얼마 전 논문 중복 게재 등의 도덕적 하자 때문에 교육부총리 자리에서 한 달도 못 되어 낙마했었는데 그를 또 청와대로 불러들인 것이라든지, 헌법재판소장에 전효숙 씨를 임명하면서 청와대 자체의 속 들여다보이는 술책 때문에 청문회조차 열리지 못한 것을 야당들과 언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초심대로 밀어붙이려는 노력 등 노 대통령의 코드 인사정책은 그가 정말 국가와 국민을 위한 대통령인지를 의심케 하는 점이다. 김정일에게 충성을 맹세했다는 일심회 간첩사건을 진두지휘로 조사했던 안기부장을 경질한 후 그 사건의 수사가 지지부진해지는 상황도 미덥지 못하다. KBS의 사장이던 정연주 씨를 재임명하기 위한 청와대의 술수도 보통이 아니다. 결국 차기 대선에서 KBS를 노 대통령 의중의 후보 지지기구로 만들려는 획책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노 대통령 특유의 승부사적 기질이 한국정치를 어떻게 더 혼란스럽게 할지 우려된다는 것이 필자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남선우 변호사 MD, VA 301-622-6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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