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치 패러독스’(French Paradox)라는 말이 있다. 프랑스인들은 맛있는 기름진 음식에 탐닉하고 흡연을 많이 함에도 불구하고 심장질환이 적다는 데서 나온 표현이다. 그 이유가 프랑스인들은 평소 와인을 많이 마시기 때문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된 후, 전세계적으로 와인이 크게 붐을 이루었다. 그런데 근래에 와서 와인은 심장질환 뿐 아니라 치매에도 좋고 뇌졸중 예방에도 좋으며 심지어 비만도 치료한다는 각종 의학정보가 계속 발표되고 있다. 하도 많은 정보가 나오다보니 이제는 와인의 뭐가 왜 어떻게 좋다는 것인지 헷갈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일단 하나씩 정리 좀 해보자.
당뇨·치매·간질환·뇌졸중 예방 항암작용 등
건강에 도움되지만 너무 많이 마시면 되레 독
▲당뇨·간질환·비만 방지: 2개 그룹의 뚱뚱한 쥐에게 한 그룹은 적포도주 추출물을 투여하고 다른 그룹은 투여하지 않았더니 섭취 그룹은 뚱뚱하면서도 건강하고 활기차게 살아남은 반면 섭취하지 않은 그룹은 당뇨와 간질환이 발병하고 움직임도 현저하게 둔해졌으며 사망시기도 빨랐다. 그런데 추출물의 양은 하루 레드와인을 20병씩 마시는 양이다.
▲노화방지: 레드와인에 함유된 폴리페놀 중 하나인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 성분이 효모의 수명을 70% 늘리며, 이것이 소식(적게 먹는 것)과 비슷한 매커니즘을 일으켜 노화를 방지하고 수명을 연장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하버드 의대 연구진은 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계속하고 있는데 역시 그같은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 하루 수백잔의 와인을 마셔야한다. 그 성분으로 식품 보조제로 만들더라도 하루 수십알을 복용해야 한다.
▲여성 동맥경화 방지: 포도씨와 껍질 등이 45세 이상 여성의 동맥경화 발생 위험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식물에스트로겐(Phytoestrogens)을 함유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러시아 연구팀에 의해 발표됐다. 여성들은 남성보다 동맥경화에 걸릴 위험성이 적j지만 나이가 들면 에스트로겐 수치의 저하로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성이 증가하는데 식물성 에스트로겐은 발암 위험같은 부작용이 없는 에스트로겐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식물성 에스트로겐은 많은 농작물 및 콩, 야채, 과일 등에 존재하며 의사들은 이미 식물성 에스트로겐을 함유한 약물을 사용하고 있다.
▲뇌졸중 예방: 적포도주가 뇌졸중후에 생기는 뇌손상을 예방하고 하루 두 잔씩 꾸준히 마시면 뇌졸중 발생 자체를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존스 홉킨스 대학 연구팀은 쥐에게 뇌졸중 유사 손상이 야기되기 전 적포도의 껍질과 씨에 들어있는 성분을 적당량 먹였는데 이를 먹은 쥐가 그렇지 않은 쥐에 비해 뇌손상이 40% 가량 덜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콜레스테롤 감소: 한 연구팀이 47-61세 사이의 6명의 자원여성을 대상으로 포도 추출물을 섭취케 한 후 세포내 콜레스테롤 수치의 변화를 관찰했더니 2-6 시간 내에 콜레스테롤 농도가 감소하는 것을 발견했다. 특히 이같은 효과는 포도씨에서 추출된 에탄올 성분이 투여됐을 때 가장 현저하게 나타났다.
▲항암작용: 레드 와인의 성분 중 ‘폴리페놀’은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제 역할을 하며 콜레스테롤 산화도 억제해 심장 혈관에 좋은 작용을 한다. 특히 폴리페놀 성분 때문에 감기 바이러스 등에 효과를 보이며 케르세틴으로 알려진 강한 항암성분을 가지고 있어 암 예방에 좋다.
▲치매 예방: 카버네 소비뇽 같은 레드 와인을 7개월간 적당히 마시면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마운트 사이나이 의과대학 연구팀이 발표했다. 알츠하이머 환자들은 뇌속 플라크 축척을 유발하는 혈중내 베타아밀로이드 펩타이트 수치가 높은데 카버네 소비뇽은 아밀로이드 전구 단백질의 비아밀로이드 형성 과정을 증진함으로써 이 같은 효과를 낸다고 한다.
▲니코틴 상쇄: 아테네대학병원 연구팀은 “적포도주의 특정 성분이 니코틴에 의해 동맥의 기능이 떨어지는 것을 예방한다”며 “하루 적포도주 두 잔이면 하루 담배 한갑의 해악을 상쇄한다”고 주장했다.
▲만병통치: 와인속의 칼슘과 칼륨은 산성체질을 알카리성으로 바꿔 성인병 예방에 도움을 주고 탄닌, 페놀 성분은 고혈압, 동맥경화와 심장병 예방에 도움을 준다. 또한 레드 와인은 창자 속 모든 종류의 박테리아를 제거하고 해독 역할을 하는 PST-P라는 효소를 가지고 있어 편두통에도 좋다. 와인 속의 미네랄 붕소는 나이든 여성에게 칼슘의 흡수를 도와주고 에스트로겐 호르몬을 유지하게 만든다. 젖산균과 글리세린은 소화불량과 변비에 좋으며 포도당과 과당은 장의 소화흡수 촉진에 좋다. 게다가 피로회복과 강장의 역할을 해주며 긴장 해소와 뇌의 이완 작용에 도움을 주어 숙면ㆍ진정 효과도 있다.
정리해본 결과 와인은 건강에 좋은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위와 같은 효과를 보려면 하루 한두잔만 마시거나 혹은 수십병씩 마셔야 한다는 혼란이 있다. 또 많은 경우 현재 동물 실험단계라 사람에게도 같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지 미지수이며, 그렇다 하더라도 그 추출물을 약으로 만들어 상용화하는 일은 아직 요원한 것이 현실이다.
와인을 마시다보면 한두잔에 그치기가 쉽지 않고, 그 이상 마시게되면 간에 부담을 줘서 간경화를 부르거나 알콜중독이 되기가 쉽다. 게다가 와인 자체의 칼로리가 높아서 음식과 와인을 매일 거나하게 즐길 경우 비만방지는커녕 건강이 오히려 나빠질 확률이 높다.
그러니까 와인이 몸에 좋다고 술을 못 마시는 사람이 억지로 마실 필요는 전혀 없다는 얘기다. 건강에 좋다는 성분들은 찾는다면 얼마든지 다른 방법으로 섭취할 수 있으며, 어떤 성분들은 이미 농축된 건강식품들이 나와 있다.
와인은 의약품이나 건강식품이 아니라 술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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