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2년 전이다. 오바마가 공화당의 엘런 키이스를 일방적으로 누르고, 일리노이주를 대표하는 연방상원의원에 당선된 것이. 선거 다음날 기자는 시카고 다운타운 유니온 역에서 그를 만났다. 주어리 듀티(배심원)를 1주일 간 맡아 법원으로 가는 길에 마침 유권자에게 당선 인사를 하러 나온 그와 내가 마주친 것이다. 물론 큰 손을 가진 그와 나는 악수를 나누고, “축하한다”,“고맙다”라는 의례적인 인사를 했을 뿐이다. 가나 출신 흑인 아버지와 캔사스 출신 미모의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오바마는, 하바드 출신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샤프하고 준수해 보였다. 바쁜 출근길에 아무도 그와 사진을 찍자거나 사인을 해달라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은 이야기가 다르다. 오바마를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거나 쉽게 사인을 받을 수가 없게 되었다. 그는 일년 내내 여기저기에서 강연 연사로 초청을 받고 있으며, 유명한 잡지의 표지 커버스토리의 주인공이 될 만큼 미국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최고‘스타’가 되었기 때문이다. 권위 있는 시사잡지인 뉴스위크는 작년 1월 표지로, 타임지는 얼마 전 10월 15일자 표지와 함께 그의 2번째 저서인 ‘The Audacity of Hope’를 발췌, 보도했다. 지난번 시카고에서 열린 미주 한인 젊은이들의 최대행사인‘한미시민연합’(KAC)의 주최측도 오바마를 스피커로 초청했으나, 일정이 맞지 않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한 카리스마 지녀
‘오바마’라는 브랜드 네임은 30년대 루즈벨트, 50년 전 영웅, 아이젠하워 이래, 존 F. 케네디, 콜린 파웰을 연상하는 신드롬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일리노이주의 일개 상원의원 출신에다가 워싱턴의 중앙정치 무대 경력이라고는 겨우 2년 밖에 안 됐는데, 무엇이 그를 ‘영웅’으로 만들고 있는가? 우선 그의 카리스마를 꼽을 수 있다. 호남형 얼굴과 운동선수처럼 균형 잡힌 건강체, 여기에 지성미를 지녔다. 그가 풍기는 진보적인 정치철학과 이상주의는‘대중에게 기쁨을, 가난한자엔 희망을, 여성들에겐 매력을’ 주던 오바마의 하바드 선배 존 F. 케네디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미국은 이제 클린턴처럼 도덕적으로 타락한 대통령, 부시처럼 카우보이형의 무지한 대통령을 원치 않으며, 프런티어의 기치를 내걸고 세계의 새 지평을 열던 또 다른 이상주의자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인종의 벽 뛰어넘어
오바마는 얼마 전 오프라 쇼에 나와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하와이서 할머니 밑에 성장해, 이혼한 어머니를 따라 인도네시아에 가서 무슬림과 함께 지낸 과거가 그에게 열린 마음을 갖게 했으며 세계인으로 성장하게 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의 참신성을 높이 평가한 최근의 타임지 특집은 오바마를“타이거 우즈, 오프라 윈프리, 마이클 조던처럼 인종의 벽을 뛰어 넘었다는 점에서 미국인의 상상력에 우상과 같은 존재로 부각되고 있다”고 그의 인기의 비결을 설명한 바 있다. 기자가 작년 1월 아프리카의 케냐를 방문했을 때 그곳 젊은이들이 오바마의 모국 방문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취재해서 보도한 바 있는데, 과연 그의 금의환향은 열광적이었다. 마치 ‘Black Jesus’(예수)를 만나는 것처럼 온 나라가 그를 환영했다. 오바마는 현대의 젊은이들과 소수민족에게 꿈을 심어 주었다.
첫 흑인 대통령의 꿈
오바마는 최근 NBC 방송과 인터뷰에서“만약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한다면 출마를 깊이 고려해 보겠다”라고 밝혀, 타임지 등 종전의 발언인“중간선거 끝나고 책 홍보활동을 끝내면 내가 어떻게 국가에 가장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좋은 아빠와 남편이 되는 것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생각해 볼 것이다”라는 발언으로부터 진일보해 2008년 대통령 출마 가능성을 표시했다. 일부에서는 그의 대통령 출마의사에 대해 너무 젊다, 경험이 없다, 미숙하다, 상원에서 이룬 업적이 없다는 등의 부정적인 시각이 있기도 하다. 그에 대한 기대가 너무 높고 급부상하다보니 이것이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말 한마디 구설수나 스캔들 한방에 단 케일이나 게리 하트, 켈리처럼 납작해지는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이제 일리노이주는 아브라함 링컨, 아들라이 스티븐슨, 폴 사이먼 이후 큰 인물을 갖게 되었다. 오바마의 정치 장래에 변함 없는 참신성과 도덕성을 간직하면서, 힐러리 여사와 멋있는 한판 승부를 기대한다.
육길원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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