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이의 진정한 첫사랑은 이제부터입니다
KBS드라마 <황진이>에서 ‘황진이의 남자’ 김정한 역을 맡은 김재원은 황진이의 첫사랑 김은호(장근석 분)가 어릴 때 만난 풋풋한 사랑이라면, 김정한은 황진이가 성인이 되어서 찾는 사랑이라며 현실적이면서도 그 현실을 뛰어넘는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보여줄 것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전체적인 흐름을 위해 돌출 연기는 자제할 것이며, ‘조연’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며 겸허한 자세를 보였다.
<내 사랑 싸가지>이후 3년만에 만났다는 타이틀롤 하지원에 대해서는 오랜만에 만나 서로 살이 많이 빠졌다고 첫 인사말을 했다. 3년만에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그동안 함께 작품을 해온것처럼 편안하다며 여자연기자임에도 불구하고 의리가 있다. ‘지원이누나’는 너무나도 노력하는 연기자다. 주위에 친한 연기자분들이 칭찬이 자자하다. 너무 순수하고 꾸밈이 없다고 극찬을 했다.
또 김재원은 자신의 애칭인 ‘살인미소’를 너무 좋아하며, 앞으로도 연기자로서 다양한 변신보다는 ‘살인미소’에 걸맞는 캐릭터를 계속 유지해나가겠다는 확고한 뜻도 밝혔다.극중 김정한은 청년 시절 당상관에 오를 정도로 뛰어난 시객이자 가객.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진이의 시조가 좋아 송도로 한달음에 달려오는 인물이다. 또 황진이와 오랜 시간 사랑을 나누지만 아픔을 가지게 되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한편 김재원은 4일 새벽3시부터 충주 수안보에서 오후 5시30분까지 대금 부는 장면 및 황진이와 교류하는 씬을 촬영했고, 이어 숨 쉴 겨를도 없이 서울로 달려와 저녁 8시부터 스튜디오에서 포스터 촬영을 강행 총 22시간을 소화해 내 주위 스태프들에게 박수를 받았다.
그는 예정된 다섯 신을 소화했으며 모두 다섯 벌의 의상을 갈아 입었다. 끝난 시간은 밤12시 30분, 그러나 김재원은 힘든 기색 하나 없이 완벽하게 김정한의 이미지를 표현해냈다.
다음은 촬영현장에서 만난 김재원과의 일문일답이다.
-오늘 어떤 촬영을 했나?
오늘 김정한과 황진이가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장면을 촬영했다. 이후 처음엔 돈이나 밝히는 통속적 기생으로 알았으나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되면서 대금과 거문고로 서로 장단을 맞추는 신을 찍었다.
- 촬영은 만족스럽게했나?
오랜만에 카메라 앞에 서니 부담스럽기도 하고 수염을 본드로 붙여서 웃는 장면이 어색해서 아쉽다. 그러나 대화를 주고 받는 사람이 좋은 누나이고 선배인 ‘지원이 누나’라 너무 좋다.
-이번 드라마 촬영에서는 주로 어떤 연습들을 많이 했나?
대금연습을 많이 연습했고 활쏘기 말타기 이것저것 다 할 것 같다. 관련서적을 많이 참고해 준비하고 있다.
- 현재까지 방송된 <황진이>에 대한 소감은?
첫 방송부터 매회 시청했다. 아역 황진이 심은경 양부터 전 출연진들이 잘 해줘서 볼 때마다 부담이 되더라. 특히 시청률 나왔을 때 심적으로 부담이 커졌다. 또 드라마 중반부에 투입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고, 다른 연기자들이나 감독 등 호흡을 맞출 시간도 없어서 혼자서 해야 했다. 하지만 부담이라는 거 생각 안 하고 어찌됐건 열심히 하겠다고 생각했다. 결과나 주변 상황을 두려움이 앞서면 앞으로 일에 있어서 할 수 있는 것도 못할 수 있을 것 같다
- 극 중반에 투입된다는 부담감은 없었나.
배우라면 누구나 욕심이 있고, 아직까지 주인공과 조연과 차이는 있지만, 이제는 역할의 주·조연의 위치가 중요한 게 아닌 것 같다. 중요한 건 극중에서 보여지는 모습이다. 김정한도 김은호가 죽고 10회 부터 출연하게 되지만 성인이 된 황진이의 진정한 사랑이기 때문에 중요한 인물이다.난 내 자신을 주인공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극중 중요한 소재로, 한 요소로의 역할을 잘 해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드라마 촬영 하면서 힘든 점은 없는가?
수염 붙이는 게 보통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더라. 상투를 튼 머리에는 쥐가 나고, 대사할 때 수염이 계속 떨어지니까 얼굴에 본드를 붙이는 게 고통스러웠다. 또 갓 줄이 목을 죄니까 표정연기도 힘들다. 사극연기가 제약이 많은 것 같고 사극을 많이 하셨던 선배 연기자분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더다.
-첫 사극에 도전하는 기분은?
트렌디적인 드라마에서의 모습은 좀 자제하고 하고 싶고 첫 사극 도전이지만 재미있다.
- 건강 비결은.
술을 좋아하고 술과 담배를 많이 했는데 드라마 들어가기 전 많이 줄였고 특히 담배는 이번을 계기로 끊으려고 노력중이다. 남자 선배연기자들과도 술을 함께 할 시간이 많이 없을 정도로 스케줄이 바쁘다. 그리고 먹는 것 잘먹고 연기를 즐기면서 하다보니 스트레스 안 받는 것이 건강비결이라 생각한다.
- 김정한 역할이 ‘어울린다’ 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등 네티즌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한 의견들을 전부 살피는 편이다. 참고하고 봐줘야 할 글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연기자는 드라마의 기획 의도에 담긴 배우의 역할이 있으니 거기에 포커싱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내가 할 일은 그간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네티즌들이 괜찮네라는 말이 나오게끔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드라마를 위해 준비를 많이 했다고 들었는데 어떤가?
연기자는 연기에 대한 갈망과 욕망이 있으면 준비가 되는 것 같다. 다른 일들은 자신의 잔이 넘쳐야 다른 사람을 볼 수 있지만 연기자는 넘치면 힘들다. 연기자는 자만하고 충만하고 안 해도 그만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신인의 마음으로 다른 사람 연기를 보면서 ‘나도 그 역할 하고 싶은데’라는 갈증이 있으면 준비된 연기자라고 생각한다.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 물을 마시는 것처럼 목이 마른 연기자는 주변의 상황을 흡수하게 된다.
- 김정한 역할에 욕심을 많이 냈었다는 후문이 있다. 왜 그랬는지?
<위대한 유산> 촬영 중에 <황진이> 드라마 대본을 받았는데 일단 재미있었다. 특히 그 동안 트렌디 드라마를 10편 정도 했는데 물론 그 속에서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이 여러 가지지만, 장르에 있어서 벗어나고 싶었다. <황진이> 말고도 좋은 작품 제의를 몇 개 받았는데 이제는 트렌디적인 모습들을 좀 자제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사극이라는 장르를 골랐다.
-김재원이 보는 김정한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는가?
은호가 황진이의 풋풋한 첫사랑이라면 김정한은 성인이 된 황진이의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또 황진이와 사랑을 하는 인물인 만큼 지성과 인성 등 여러 가지 조건을 갖춘 인물이다. 따뜻한 정과 마음을 가진 인물이라서 나 또한 그 캐릭터를 통해 많이 배울것이다.
-타이틀롤을 맡은 하지원과의 3년만의 만남이다. 소감은?
오랜만에 현장에서 만났는데 마치 어제 촬영하고 다시 만난 것처럼 편안했다. 또 서로 보자마자 지원이 누나는 나에게 너 살 많이 빠졌다고 하고, 나는 지원이 누나에게 복싱을 해서 그런지 살이 많이 빠졌다고 얘기해서 웃었다. 연기호흡도 잘 맞다.
-하지원 씨는 어떤 배우라고 생각하는가?
지원이 누나는 너무나도 노력하는 연기자다. 내 주변에 지인들이 하지원 씨와 호흡을 맞추는데 하나 같이 노력을 많이 하고, 한 만큼 연기도 잘 한다더라.
인간 하지원도 다른 연기자에게서 느낄 수 없는 순수함이 강하다. 보통 연예인들은 공식적인 자리에서나 사적인 자리에서나 계산된 멘트가 있는데 하지원 씨는 그게 없다. 꾸미지 않고 보이는 그대로가 전부다.
- 연기자로써 어떤 캐릭터로 남고 싶은가?
해외 다녀보니 한국만 유독 변화를 좋아하더라. 그래서 드라마, 영화, 연기자들은 대부분 변화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하지만 연기자에게 중요한 것은 캐릭터다. 휴 그랜트 하면 ‘로맨틱 코미디’, 로빈 윌리암스 하면 ‘휴먼 드라마’가 생각나는 것처럼 대표적인 장르를 갖는 것이 글로벌 시대에 잘 부합한다고 본다. 나는 천의 얼굴도 좋지만 ‘김재원=어떤 캐릭터’라는 말이 따라다닐 수 있는 장르를 대표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살인 미소’에 대해서는?
인터뷰할 때마다 ‘살인미소 바꿀 때가 되지 않나요?’라고 하는데 왜 그래야 하는지 모르겠다. 배우에게 있어서 대표할 수 있는 수식어를 얻는다는 것은 가치를 매길 수 없이 중요한 것이다.
’살인미소’라는 애칭도 김재원이라는 인물을 한국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급부상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 원동력이었다. 모르는 사람이 봤을 때도 단 한마디면 나를 각인시킬 수 있지 않는가. 나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을 고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앞으로 ‘살인미소’에 다른 수식어를 첨가하겠다.
-좋아하는 장르, 하고 싶은 장르는?
휴머니즘 장르를 하고 싶고 사람들에게 따뜻한 마음과 정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그런 장르가 좋다. 연기자로서 시청자들과 따뜻한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것 또한 더 할 수 없는 행운이 아닐까 한다.
-<황진이>가 어떤 드라마가 되길 바라는가.
그냥 한 여자의 일생 속 사랑이야기로 끝이 날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시 황진이와 비슷한 인재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지금까지 황진이의 일화가 회자되고 있는지, 드라마가 담은 의식에 대해서 알려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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