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사석에서 우연히 들은 이야기로 인하여 지난 9월 21일부터 27일까지 한국의 서울 및 제주에서 개최된 2006년도 세계한민족축전 행사에 참석하는 기회를 얻을 수가 있었다.
본 행사는 문화관광부 산하의 국민체육협의회가 주관하는 행사로 1989년부터 시작하여 그동안 약 1만3,000명을 초청한 한국정부의 대형사업이다. 이번 행사에는 42개국에서 486명이 참석하여 1주간에 걸쳐 다양한 프로그램에 따라 한국의 발전현장과 문화를 체험하는 좋은 기회를 가질 수가 있었다. 미국교포는 독일, 호주 다음으로 많은 50여명이 참석하였다.
본 행사는 해외교포들의 모국사랑과 이해를 통한 한국민족의 화합과 나아가 평화적인 남북통일에 기여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시행된 것으로 설명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공식적인 목적 이면에는 지난 30여 년간 한국의 현대화에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준 해외 교포, 특히 광부와 간호원으로 간 독일교포들과 미국교포들에 대한 한국정부의 감사표시도 포함되어 있는 것 같았다. 마치 가난 속에서 자식을 잘 키워 낸 부모에 대한 자식의 효도처럼.
서울에서의 4박 5일은 주로 한국의 발전상과 전통문화 소개에 치중하여 박물과 관람, 워커힐의 전통무용 및 노래 연주회, 여의도 선착장에서부터 잠실 선착장까지의 한강유람선 관광, 올림픽 경기장 및 월드컵 축구장 관람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2박 3일의 제주도에서는 성산포의 일출봉, 한라산 등반, 북제주군에 새로 개장된 돌박물관인 분재예술원 방문, 제주도의 유명한 생수인 삼다수 공장 견학, 그리고 마지막날 저녁 제주도 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제주도지사 초청 만찬 및 공연회 참석 등이었다. 7일간의 행사를 통하여 느낀 점은 이 많은 교포들을 초청하여 진정 무엇을 기대하는 것인지 그 목적이 뚜럿하게 느껴지지를 않았다. 좋은 호텔에서 좋은 음식을 대접하고 그리고 16대의 대형 관광버스에 태워 살인적인 서울의 교통망을 뚫고 하나라도 더 많은 것을 보여주려고 하는 주최 측의 열성에 감사하면서도 과연 교포들이 무엇을 가지고 돌아가기를 기대하는 것인가 하는데 의아심을 가졌다.
현재 한국의 해외교포수는 공식적으로 700만으로 간주하고 있다. 구소련의 100만, 중국의 150만, 일본 100만, 미국 200만, 그리고 기타 국가들의 150만, 이렇게 700만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행사를 통하여 느낀 것은 경제적인 관점에서 해외교포들을 둘로 나누어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즉 외화를 한국에 보내준 교포, 그리고 외화를 가지고 나간 교포. 독일, 미국 및 남미 교포가 전자에 속한다면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의 교포들이 후자에 속한다. 그래서 그러한지 독일교포들의 시선은 상대적으로 따가웠다. 우리는 30년을 고생하면서 외화를 한국의 발전을 위해 송금하였다는 자부심과 더불어 조국애가 어느 교포보다 강하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서로 어울려 대화하는 것보다는 같은 국가에서 온 교포끼리 모여 다니는 현상이 뚜렷하였다.
많은 교포들, 특히 60세 이상이 대부분인 해외교포들을 아무런 사고 없이 그 많은 프로그램을 소화해 내느라 주최 측은 물론이요 대학생들로 구성된 100여명의 남녀 자원봉사자들의 수고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면서 교포들은 각자의 나라의 돌아갔으리라 믿는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상이한 환경에서 수십년을 살아 온 타국의 교포들과의 대화의 시간이 왜 없을까. 서로를 이해하고 상호교환방문의 기회를 만든다면 얼마나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가슴을 저몄다. 그래서 그러한지 나는 인천공항을 떠나면서 비행기 안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반복하면서 잠을 청하였다.
자신이 어떻게 하여 선정되었는지 내가 만난 사람들은 아무도 모른다. 선발기준의 공개가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각국의 현지대사관이나 현지 한국 신문을 통하여 본 행사를 홍보를 할 수는 없는 것일까.
많은 교포들이 좋은 음식, 좋은 호텔, 좋은 말씀에 대한 감사한 마음 이외에 무엇을 가지고 떠났을까. 뜨거운 마음을 가지고 떠날 수 있도록 보다 차원 높은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는 없을까.
도진호 <베데스다,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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