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특집 여파
방송이 오버했다 그래도 찜찜하다
지난 29일(한국시간) KBS가 방영한 ‘얼굴없는 공포, 광우병’과 관련, 이 방송을 시청하거나 소식을 접한 미주지역 한인 동포들이 또다시 광우병 홍역을 겪을 것으로 보여지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반대의견 역시 적지 않았다.
또한 고기를 취급하는 식당 업주들도 소문에 민감한 한인 동포들이 KBS의 일방적 보도만을 믿고 식당을 찾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산타클라라에 사는 김모(34세)씨는 “쇠고기를 정말 좋아하지만 광우병에 대한 걱정을 아직 떨쳐버리지 못해서 쇠고기를 먹지 않고 있었는데 이러한 소식을 접한 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광우병에 대한 우려가 사라지지 않으면 앞으로도 절대 쇠고기는 사먹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역시 산타클라라에 살고 있는 유학생 조모(22세)씨는 “인터넷 뉴스를 통해 알게 되었고 인터넷을 통해 KBS 사이트에 들어가 다시 봤다”면서 “너무나 끔찍한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조씨는 이어 “미국은 먹는 것 가지고 장난치지 않는다고 알고 있었는데 어떻게 소 사육을 그렇게 시키는지 모르겠다”면서 “앞으로 당분간 쇠고기는 먹지 못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는 김모(44세)씨는 “방송을 직접 보지는 못했으나 한국에 있는 가족과 전화통화를 통해서 이 소식을 접했다”고 말한 뒤 “가족들이 미국산 쇠고기를 먹지 않겠다면서 나에게도 절대 쇠고기는 먹지 말라고 하더라”며 광우병에 대한 보도와 관련, 한국에서의 파장이 적지 않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에 반하는 의견을 가진 이들도 적지 않았다.
산호세에 사는 이모(28세)씨는 “인터넷을 통해 봤다. 하지만 KBS보도는 일방통행 식 보도일 뿐 아니라 과거의 사례를 들어 설명한 것이라 믿음을 가지지 못하겠다”면서 “KBS보도대로라면 미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많은 쇠고기를 계속 먹고 있다는 얘기인데 만약 그렇다면 미국 시민 단체들이 가만 있겠는가. KBS보도는 논리적이지 못하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쿠퍼티노에 살고 있다는 또 다른 이모(50세)씨는 “옛날 우리나라 농촌에서는 모두 거름 위에서 소가 노닐지 않았느냐? 이번 보도는 KBS가 오버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말하면서도 “그래도 좀 찝찝한 느낌은 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식당을 경영하는 업주들은 대부분 아직까지 이와 관련한 소식을 접하지 못한 것으로 보여지고 있으며 기자로부터 상황을 설명들은 이후에서야 걱정스러운 한숨으로 대답을 대신하기도 했다.
산타클라라에서 식당을 하는 모씨는 “예전에 한번 파동이 있을 때 고기 회사마다 자체적으로 실험한 것을 신문에 광고 식으로 공개하기도 하는 등 법석을 떨었는데 만약 문제점이 발생된다면 걱정”이라면서 “한국에서는 광우병의 영향으로 도산한 고기집들이 부지기수였다”면서 걱정을 털어놓았다.
오클랜드에서 식당을 경영하는 모씨도 “우리가 사용하는 고기는 절대 안전한 것이지만 손님들의 입장이야 다르지 않겠느냐”면서 “경기도 점점 안 좋아지는데 광우병 공포까지 생기면 식당들은 굉장한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며 한숨을 내뱉기도 했다.
이와 관련 농림부 가축방역과의 홍기옥주사는 본보와의 국제통화를 통해 “지난 2005년부터 안전성을 검토해서 결정한 사항이므로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소는 안전하다. 이 같은 방송을 내보낸 KBS의 저의를 모르겠다”고 밝힌 뒤 “육식을 싫어하거나 국내외 사정을 모르는 사람의 보도”라며 KBS가 방영한 프로그램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홍기옥주사는 항생제와 성장 호르몬을 맞히는 것에 대해서는 “아마 사용할 것”이라고 밝힌 뒤 “얼마나 다량을 투약했느냐가 문제일 뿐이며 이는 한우에서도 사용을 한다”며 일부 방송 내용에 대해서는 인정하기도 했다.
한편 KBS는 방송을 통해 광우병의 원인이 소의 뼈와 내장을 다시 소에게 먹이는 ‘동종식육’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경우 이미 오래 전부터 초식 동물인 소에게 육골분(소뼈, 뇌)사료를 먹이기 시작했으며 때문에 소가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높을 뿐 아니라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먹은 사람에게도 전염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방송은 전했다.
물론 미국정부가 지금은 육골분(소뼈, 뇌) 사료에 대해서는 금지하고 있으나 동물성 사료는 아직 허용하고 있어 문제점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점이라고 방송은 지적하기도 했다.
방송은 또 네브래스카주 아담스 농장에서 갇힌 채로 사육되는 소 8만5000여 마리에 대한 광경을 보여줬는데 이곳에서 사육되는 소들은 분뇨와 우물더미에 뒤범벅이 된 채 항생제와 성장 호르몬을 맞으며 살이 찌워진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광희 기자>
kh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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