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7일 선거, 타지역서는 한인 17명 출마
정치 관심부족이 주원인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이번 중간선거에서 각 주 공직 진출을 노리고 있는 한인은 미주 전역에서 17명으로서 지난 선거에 비해 2배 정도 증가했지만 시카고를 중심으로 한 일리노이주에는 단 한 명도 없어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미중서부 13개주를 살펴봤을 때는 미시간주에서 주하원의원에 출마한 훈영 합굿씨가 유일하다. 캘리포니아 지역에서는 강석희 어바인 시의원의 재선 도전, 메리 정 하야시 주하원 18지구 후보 등이 있고 뉴저지주에서도 크리스티 허씨와 에스더 둣하트, 최용식씨 등 3명이 시의원에 도전하고 있다. 워싱턴주에서는 1989년 아시아계로는 처음 주 상원의원에 당선됐던 신호범 의원이 3선에 도전하고 있고, 주지사를 꿈꾸고 있는 임용근 오레곤주 하원의원도 출마해 5선이 유력하다. 메릴랜드주에서는 29세인 마크 장씨가 예비선거에서 1위에 오른 여세를 몰아 주하원의원에 도전하고 있다.
이런 소식들이 왜 미주 3대 한인 커뮤니티로 꼽히는 시카고 한인사회에서는 먼 나라 얘기로 들리는 것일까? 정치에 관심을 두고 있는 단체장들이 한결같이 꼽고 있는 주요 원인은 중소규모 자영업 종사자가 대다수를 이루는 시카고 한인들이 아직 정치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홍세흠 한미시민연합회 회장은 “정치적인 모임이나 후원회에도 늘 나오는 사람만 나오고, 한인사회 전체의 단결된 모습이나 정치력 신장을 위한 모습이 부족한 것이 늘 아쉽다”고 말한다.
시카고 일원에 거주하는 한인 30·40대 중에서 정치적 야망을 가진 다크호스가 등장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사업과 일에 바빠서 정치에 관심을 가질 엄두를 못내는 한인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의사, 변호사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라는 가정교육에는 열심이어도 정치활동을 통해 한인 커뮤니티의 권익을 신장시키라는 격려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시카고 한인커뮤니티의 이렇듯 정치에 소극적인 면모는, 갈수록 많은 후보와 당선자를 배출하며 발언력을 키워나가고 있는 타주 한인사회와 큰 대조를 보이며 커뮤니티의 미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시카고 한인사회의 정치력 신장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지사 선거라든지 연방상·하원의원 선출 등 규모가 큰 선거보다는 한인 보팅파워가 결정력을 발휘할 수 있는 노스필드타운십 등 일부 서버브 타운의 평의원(trustee)이나 교육위원 등의 로컬 선거에 후보를 내는 것이다.
1997년 치러졌던 노스필드타운십 평의원 선거에서 스티브 김씨가 한인으로서는 일리노이주 최초로 선출직에 당선됐던 것이 좋은 예이다. 물론 이런 로컬선거에서도 한인들이 최대한 많이 투표소에 나가 표를 집중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4년 뒤에 스티브 김씨는 재선을 노리고 출마했다가 총 4,495표를 획득해 당선권 후보와 단 214표 차이로 낙선하고 말았다. 당시 노스필드타운십내에는 1,137명의 한인 유권자들이 있었는데 이들이 모두 투표에 참여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인 출마자가 나왔을 때 이들을 재정적으로 뒷받침 해줄 수 있는 후원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일리노이주 인권국의 장영준 위원은“이번에도 3~4명의 한인들에게 주 공직 선거에 출마하도록 권유했는데 선뜻 나서지 못했다”며“아무래도 재력있는 한인들이 정치에 뜻을 둔 유능한 인재들을 후원하고 거기서 함께 사회적 명성과 존경을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이미 시카고 한인사회에서는 타인종 연방상·하원이나 주상·하원 후보들을 후원해 온 오랜 경험을 갖고 있다는 것도 고무적이다.
궁극적으로는, 한인들이 보다 정치에 관심을 갖는 것은 물론 자녀들에게도 선거 캠프 자원봉사 등 자연스럽게 정치활동에 접할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장려하는 것과 같이 한인사회가 전반적으로 미국 정치문화에 익숙해지는 것도 필요하다.
남의 나라 땅에까지 와서 굶주릴 수는 없다는 일념 하나로 잘 살아보기 위해 각자 비즈니스에 총력을 기울여 왔던 시카고 한인사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류사회에 비해 한인사회가 유독 심한 불황을 겪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남보다 앞서 갈 수 있는 정보라든가 사업을 진행시키는데 필요한 각종 행정 절차나 금융 지원에서 뒤처지기 때문이다. 바로 정치력이 부족이다. 커뮤니티가 발전하고 주류사회와 맞닿기 위해서는 정치적인 힘을 키워야만 한다는 것을 깨닫고 한인 정치인 양성과 배출에 주력하고 있는 타지역 한인사회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할 시점이다. <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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