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역장군 전직교수 등 이방인 친구들
‘나를 잊고 나를 찾아’요참선
카멜 삼보사
저 아래 찻길 따라 듬성듬성 민가 마을에도 인적은 늘 드물다. 꼬불꼬불 샛길을 더듬으며 산 속으로 한참 오르는 듯 들어가야 하는 산사(山寺)는 몇겹 더 조용하다. 꽤 높은 산자락에 꽤 깊이 들어앉은 탓에 저녁해는 서둘러 지고 아침해는 더디게 뜬다. 그래서 훨 적막하다.
아니다. 사람(들)이 내는 소리, 사람이 만든 것들이 내는 소리가 잦아들면 비로소 크게 더 크게 들리는 소리들이 있다. 바람에 스치운 풀잎소리 나뭇잎소리, 그 소리에 놀란 풀벌레들 귓속말 날짐승들 지저귐, 뒤척뒤척 잠깨어난 산짐승들 헛기침, 산사 몇발치 앞 수풀 사이로 난 계곡을 따라 노상 바쁘게 줄달음치는 물소리, 설익은 상수리 따먹으려다 농익은 상수리 떨어지는 소리에 놀라 바사삭 뒷걸음질치고는 멋쩍게 웃으며 다시 다가가 냉큼 주워먹는 다람쥐 발자국 소리, 온갖 소리 나지 않는 소리까지…
카멜 삼보사(주지 영관 스님), 그곳 법당에 해저문 수요일 저녁이면 ‘나를 찾는 소리, 나를 잊는 소리’가 은은하다.
Aha avero homi
(제가 증오에서 벗어나기를!)
avy pajjho homi
(제가 성냄에서 벗어나기를!)
an gho homi
(제가 격정에서 벗어나기를!)
sukh - att na parihar mi
(제가 행복하게 지내게 하여지이다!)
<중략>
Uddha y va bhavagga ca
(위로 가장 높은 천상의 중생에서부터)
adho y va av ccito
(아래로 아비지옥 중생에 이르기까지)
samanta cakkav esu
(철위산 주변 모두)
ye satt k secara
(허공에 (날아)다니는 것 모두)
aby pajjh nivera ca
(성냄도 없고, 증오도 없게)
nidukkha ca nupaddava
(苦도 없고, 재난도 없게 하여지이다!)
우리말로 자비송(The Chant of Metta)이라 번역되는 팔리어 게송이 은은하게 깔리면서, 연등 스님도 이방인 내원객들도 눈을 감는다. ‘나를 찾으려, 나를 잊으려’ 눈을 감는다. 10분 자비관, 20분 좌선명상, 10분 걷기명상이 끝나면 50분 세미나(붓다의식 등 발제와 토론)가 펼쳐지고 다시 10분 자비관으로 마무리된다. “불교와 12단계 재활프로그램”이란 주제로 지난 11일(수)부터 4주 연속기획 수요참선(명상)에는 카멜 몬트레이 등 인근 이방인들이 네다섯명에서 일곱여덟명까지 참가한다. 대학교수도 있고, 예비역 장군도 있다. 참선의 효험을 직접 체험한 뒤 자신의 ‘직무’에 활용해보려는 알콜중독자 재활프로그램 전문가도 있다. 해군대학원 교수출신의 예비역제독이자 재활프로 전문가인 지아니 그라시(56) 씨는 말한다.
“알코올 약물 중독자들을 위한 12단계 재활프로그램을 지도하면서도 그 프로그램에 뭔가 부족하다고 항상 느껴왔는데, 삼보사에 와서 스님과 함께 자비관과 명상프로그램을 해보고 부처님의 가르침에 관한 가르침을 들어보니 불교의 수행과 가르침 속에서 알코올이나 약물중독자 12단계 재활프로그램의 사상과 치유방법의 아이디어와 많은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자비관을 통해서 나 자신을 포함한 생명 일반에 대하여 자비심이 확대되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참선을 통하여 번뇌가 쉬어질 때 느껴지는 순수한 공간을 경험하면서, 실제 자기 자신을 볼 수 있는 수행기회가 되고 자비심을 기를 수 있어서 너무 좋다.
선사상에서는 우리의 본래 마음이 깨끗한 백지와 같은데 살아가면서 우리가 마치 하얀 종이를 구겨 버려서 이리 저리 구김이 가있는 것과 같다고 한다. 그 구김들이 우리 각자가 생성한 karma 즉 업이라고 한다면 그리고 그 스스로 만든 구김 위를 이리 저리 꼬불꼬불 비틀 비틀 걸어 가는 것이 우리 인생이라 한다면 우리가 할 일은 수행을 통하여 그 스스로의 구김을 보고 본래 스스로의 마음상태인 깨끗한 종이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질리안 페더슨-크레익 전 코넬대 교수(여류화가)는 “명상을 통해서 ‘나’라는 자각- 자아의식이 생기기 이전의 순수한 자각상태를 때로 경험하면서 불교적인 가르침에 대하여 계속해서 배우고 싶은 마음”이라고 털어놓았고, 레이 씨는 “얼마전 가족들과 같이 장인의 임종을 지켜보면서 느꼈던 물질을 떠난 어떤 정신의 존재에 대한 확신감, 그후 패시픽 그로브의 아름다운 바닷가를 보며 느꼈던 어떤 정신적인 평화와 고양감, 그리고 이 자리에 와서 참선을 하면서 느꼈던 정신적인 일체감 등이 모두 하나로 연결되는 것 같이 느꼈다”고
정리했다.
“나는 대개 명상이라고 하면 혼자 했고 그리고 내가 했던 명상이란 주로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하여 생각을 많이 하는 식이었다. 그러나 이 자리에 와서 자비관과 좌선을 해보니 그 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평안함을 느끼었고 다른 사람과 같이 하는 명상수행이 나에게 필요하다고 느끼게 되었다.” (John)
“명상에 참가하면서 내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이 마치 lover lamp(색깔을 집어 넣은 램프장식물로 촛불이 타오름에 따라 여러 색깔이 끊임없이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걸 보여주는 장식용 등불)의 여러 불빛이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것 같이 느끼면서 그러나 그것을 객관적으로 알아차리는 어떤 의식이 순간 느껴졌다.”(Mark)
수요참선을 지도하는 연등 스님은 “무엇인가 자기 외부의 것에 집착하고 탐닉하는 경우는 대개 정신력이 약하고 자기의 정체감이 약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자기 자신을 대면하고 직면하기를 회피하기 위하여서 알코올이라든가 약물이라든가 아니면 다른 어떤 외부의 대상에 대하여 집착하고 탐닉하게 되는 것”이라며 “우리의 삶, 그리고 우리의 삶에서 겪게 되는 여러 현상들이 갖는 보편적 원리-무상성, 무아성, 괴로움의 본성-에 대하여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서 바른 견해 즉 정견을 확립하고 실제 수행을 통하여 통찰력을 길러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스님은 또 현대인들은 불안감과 두려움, 상실감에 맞서고 이겨낼 힘이 약해 손쉬운 회피의 수단으로 비단 알코올이나 약물이 아니라도 형이상학적이건 초월적이건 가족이건 사랑이건 무언가에 중독(집착)되기 마련이라며 “종교가 권위를 잃고...메마른 과학과 합리, 감각적 탐닉과 집착이 들어선 시대에 정신적인 목마름(spiritual thirst)을 불교적 정신수행(spiritual quest)을 통해서 채우거나 명상을 통하여 자신의 참모습을 직면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 다시한번 방점을 찍었다.
삼보사는 매주 금요일 오후에는 송광섭 국제포교사의 지도로 참선정진을, 매주 목요일 오후에는 108배 참회정진과 불교입문 강좌 및 스트레칭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다. 참가문의 : 831-236-6456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사진 및 인터뷰자료-삼보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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