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크 이만수 화이트삭스 불펜코치, 28일 귀국
“2000년 1월 눈 덮인 시카고에 도착 할 때, 아는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인생의 중요한 시기인 40대를 이곳서 보냈습니다. 돌아보니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2000년 디비전 우승, 2005년 월드시리즈 우승, 야구 선수로 또 지도자로서 할 것은 다 했습니다. 막상 떠나려하니 힘들었고 어려웠던 순간도 좋은 추억으로 간직될 것 같습니다.”
시카고 화이트 삭스 불펜 코치로 활약하던 이만수씨가 SK(선경)팀의 수석 코치로 전격 발탁되어 28일 귀국에 앞서 기자와 만나 인터뷰를 하면서 던진 첫 마디 말이다. 그의 귀국에 즈음하여 본 기자는 평소 그와 자주 만나 커피를 나누던 노스부룩의 보더스 책방에서 1시간동안 마지막 대담을 나누었다.
▲어떻게 갑자기 한국으로 들어가게 되었는가?
-사실 시즌 중반인 지난 여름 삭스 팀과 2008년까지 2년 간 재계약이 되어있는 상태였다. 10월 1일 시즌이 끝나자마자 2일 집사람과 단 둘이 엘로우스톤과 콜로라도 여행을 떠났다. 집사람은 아이들을 모두 대학에 보내고 빈 복음자리에서 좀 허전해 하고 있었기 때문에 신혼 여행 같은 기분이었다. 옐로우스톤은 그동안 가본 곳 중 제일 아름다웠다. 그런데, 여행 중 큰아들 하종이로부터 연락이 왔다. 내가 SK로 전적한다는 루머가 한국에서 돈다는 것이다. 사태가 심각한 것 같아서, 13일 까지 호텔을 예약했으나, 3일을 단축하고 10일 시카고로 돌아왔다. 아닌게 아니라 전화 녹음이 45개나 와 있었는데, 그 중 35개가 SK서 온 것이었다. 현재는 갈 시기가 안 되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갈 생각 전혀 없었다. 그러나, 식구들이 찬성하고, 무엇보다도 SK가 추구하는 스포츠 + 엔터테인먼트의 코드가 나와 맞아서 가기로 결정한 것이다.
▲삭스 구단과는 계약을 파기 한 것인데, 잘 처리되었는가?
-그러지 않아도 오늘 구단에 찾아가, 떠나는 인사를 하고 왔다. 구단주 제인 레인도프, 제너럴 매니저 케니 윌리엄스와 만났다. SK와 정식 계약을 하기 전에 삭스 팀과 먼저 이야기를 해야하기 때문에 이미 떠나기로 합의를 본 상태였다. 언젠가는 갈 줄 알았다고 기꺼이 축하해 주었다. 그리고 구단 측은 한국과 마지막 단계에서라도 잘못되면 언제고 다시 오라면서 기쁜 마음으로 보내주었다. 3년 전 삼성과 계약이 파기되어 오갈 때가 없었을 때 삭스 팀이 다시 부른 적이 있기 때문에 노파심에서 한 이야기이다.
▲SK 김성근 감독과는 어떤 사이인가?
-내가 삼성서 선수로 뛸 때 감독이었다. 내가 맡게 될 헤드 코치의 제1 역할은 감독을 적극 보좌하는 것이다. 과거 선수와 지도자의 위치에서 이제 같은 지도자의 위치로 바뀌었으나, 9년 간 미국서 배운 야구 기술 활용에 감독을 100% 서포트 할 계획이다.
▲10년 만에 금의환향하는 소감은?
-집에서 10분 거리에 미시간 호수가 있다. 미국생활이 힘들고 외로울 때 친구가 되어주던 미시간 호수를 제일 미스 할 것 같다. 시카고는 LA 뉴욕에 이어 3번째로 동포가 많이 사는 곳이라 생활이 편리했다. 교인들을 비롯해서 동포들과 어려울 때 아픔 나누고 서로 위로해 줘 행복했다. 원정경기 갔다가 시카고에 도착하면 그렇게 마음이 편 할 수가 없었다. 시카고는 나의 제2의 고향이다. 한국에 가면 시즌은 끝났지만, 연습을 계속해야한다. 당초 11월 중순쯤 들어가려고 했는데, 연습하는데 수석 코치가 있어야 된다고 해서 이 달 28일로 급히 일정이 당겨졌다. 한국에 돌아가면 미국 야구를 후배들에게 가르치고 한국 야구 수준을 한 단계 올리는데 밑받침이 되고 싶다.
▲메이저리그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 선수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박찬호, 김병현, 서재응, 추신수 선수와 평소 교류를 가지며 서로 힘이 되었다. 만나서 즐거웠고 나도 흐뭇했다. 후배지만 동생 같은 이들을 돌보지 못하고 한국으로 가게 돼 마음 아프다. 열심히 해서 국가 위상을 높여주고 동포들에게도 꿈과 용기 심어 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미국 야구에서 배운 것이 무엇인가?
-프로는 관중이 있어야 한다. 관중이 없는 야구는 야구가 아니다. 이기고 지고의 문제가 아니라 팬들과 함께 하는 야구이어야 한다. 시카고 컵스 팀을 보아라. 만년 하위 팀인데도 팬들의 엄청난 사랑을 받지 않는가? 역사와 전통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키 구장에 가면 베이비 루스, 조 디마지오, 루 게릭 등 전설적인 선수들이 지금도 함께 뛰고 있는 기분을 준다. 옛날 영웅이 현재 살고 있는 것처럼 보여주는 꿈의 구장을 지니고 있는 곳이 바로 미국 야구의 현장이다.
▲마지막으로 시카고 동포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은?
-동포들에게 우선 감사를 드린다. 이민생활이 무척 힘드는데도, 3세대를 거쳐오는 동안 자리를 잡고 성공한 동포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미국 사람들은 일본 사람들을 좋아한다. 예의 바르고, 정직하고, 도네이션을 잘하기 때문이다. 한국인들 참 똑똑하다. 아쉽다면 단결력이 부족한 점이다. 흩어지면 죽지만 뭉치면 주류사회도 우리를 무시 못한다. 그런 면에서 선거 때 꼭 투표를 하기 바란다. 모국도 생각하고 이 나라에 보탬을 주는 삶을 영위하시기를 간절히 바란다. <육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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