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10월 13일 유엔총회에서 제8대 사무총장으로 정식 선출됐다. 이에 앞서 시조 단군이 개국한 날을 기념하는 제4339주년 개천절 아침,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유엔 사무총장에 내정됐다는 소식은 국경일만큼이나 기쁘고 감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근대 ‘평화론’의 창시자 이마누엘 칸트가 200여년전 전쟁 없는 세상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제창했던 ‘자유국가 연합’ (세계정부) 에 가장 근접한다는 범세계적 기구인 국제연합 (UN) 의 수장이 한국에서 나오게 되었다는 것은 정부수립이후 최대의 국가적 경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2개 주권국가가 가입돼 있는 지구촌 최고 최대의 국제기구인 유엔에 1991년 9월 남북한이 우여곡절 끝에 동시 가입한지 15년만의 일이다.
유엔은 잘 알려진 대로 8.15해방이후 대한민국 정부수립의 산파역학을 하였으며 또한 6.25 전쟁 때는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한 우리를 도와 후에 한강의 기적을 낳게 한 은인이기도 하다.
1945년 6월 유엔 출범의 산파역을 맡았던 미국의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이 ‘세계의 중재자’로 불렀던 유엔 사무총장은 그 후 ‘지구촌 재상’, ‘세속의 교황’ 등으로 그 막중한 역할을 대변해 왔다. 이번의 외교적 쾌거는 주지하는 대로 우리의 눈부신 경제발전, 민주주의 신장, 반기문장관의 개인적 능력에 힘입은 바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밖에도 몇 가지 더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첫째, 전통적으로 유엔 사무총장은 5대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거부권으로 인해 중립 비동맹 성향의 약소국 출신이었음에 반해 이례적으로 미국의 군사동맹국인 한국이 맡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무엇보다 탈냉전이후 한국이 추구해온 실용적 다변화 외교가 그 결실을 맺은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특히 반장관 자신이 외교 사령탑으로 진주 지휘한 베이징 6자회담에서 9.19 공동성명을 성공적으로 도출했던 경험은 우리 외교의 개가라고 불릴 정도로 한국의 막후 중재역할이 결정적이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둘째, 과거의 사무총장 선임은 5대 상임이사국 중심의 비공개 협의가 중시되는, 투명성이 결여된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의 제8대 유엔사무총장은 선출과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자는 캐나다와 다수의 국제 NGO단체의 요청을 받아들여 4차례의 예비투표 (straw poll) 등을 실시함으로써 절차적 정당성을 강화한 가운데 선임되었다는데 더 값진 소득이 아닐 수 없다.
셋째, 북핵 등 한반도 분쟁당사국이며 세계 유일의 분단국 한국이 그 핸디캡을 딛고 오히려 그러한 입장을 역으로 십이분 활용하였다는 것이다. 즉, 정중동의 드러나지 않는 조용한 외교를 통해 반장관의 선거운동을 도모하여 결실을 맺은 것은 그 만큼 우리의 외교가 성숙해졌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유엔 사무총장은 6만여 전 세계 유엔 산하 기구 직원들의 수장임은 물론 2006년 현재 8만여 명의 유엔평화유지군 최고사령관 역할까지 맡고 있는바 매년 유엔총회에 활동결과를 보고하고 안보리에는 국제평화와 안전에 관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헌장 제98-99조).
유엔에는 현재 회원국 분담금체납으로 인한 재정 위기, 안보리 확대개편, 총회기능 강화 문제 등 회원국들의 이해가 상충하는 사안들이 산적해 있다. 그러나 그 같은 유엔의 대내외적인 현안 못지않게 우리의 관심을 끄는 사안은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에 직면한 북핵 문제를 반기문 신임 유엔사무총장이 여하히 슬기롭게 풀어 나갈 것인가 하는 기대 어린 바램이다.
유엔 사무총장이란 직위가 지구촌 분쟁해결에 있어 공평무사하고 엄정 중립을 요구하는 자리인 것은 분명하나 반기문 장관 자신이 현직에 재임하면서 누구보다도 북핵 현안에 관하여 오랜 동안 정통한 만큼 이제 ‘세계의 중재자’ 위치에서 한국인 특유의 정서가 가미된 중재노력을 가시화 하는 것을 반대하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반장관이 신임 유엔사무총장으로 북핵문제를 포함한 국제분쟁의 유능한 해결사로 그 소임을 다하여 임기를 마칠 때는 함마숄드와 코피 아난에 이어 세 번째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는 지구촌 재상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김경수> 명지대 국제정치학 교수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