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회는 비교적 활발
규모키우고 2세대 참여 유도등 과제
유권자 등록과 실제 투표율면에서 타인종 커뮤니티에 비해 열세인 한인사회지만 특정 후보에 대한 후원 활동은 비교적 활발하다는 평가다. 올해도 11월 7일 실시되는 본 선거와 관련, 올초부터 최근까지 각종 후원 모임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연초인 지난 1월 23일 개최된 댄 루더포드 일리노이주 상원의원 후원으로 본격 시작된 한인사회의 정치인 후원활동은 2월에는 주디 바 토핑카 주재무관을, 3월은 잔 드미코 주하원의원을, 4월 돈 샴펜 쿡카운티 12지구 판사 후보를 후원하는 등 주류 정치에 대한 식지 않는 열의를 보였다. 월드컵이 열린 5월에는 축구 열풍으로 잠시 주춤하기도 했으나 6월말 제시 화이트 주총무처 장관 재선을 위한 후원 행사가 개최됐다.
선거를 얼마 남기지 않은 9월 이후엔 한인 단독 혹은 타인종과의 연합으로도 각종 후원회를 열고 있다. 지난 9월 17일 애디슨 소재 메디나 센터에서 마련된 일리노이 공화당 아시안자문위원회 주최 토핑카 후보 후원회가 대표적인 사례. 자문위원회에는 홍세흠 한미시민연합회장, 임관헌 평화재단연구소 부이사장, 이차희 알바니팍 도서관장, 스티브 김 공화당 코디네이터 등의 한인 인사들이 소속돼 있다. 또 최근 13일에는 한미시민연합에서 한인사회와 친숙한 마크 커크 일리노이 10지구 연방하원을 위해 후원 행사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렇듯 활발한 후원 활동에 대해 한미정치연합회 조찬조 회장은 한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줄 수 있는 분들이 많이 나와야 한인 커뮤니티의 위상도 제고할 수 있다며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후원하다 보면 언젠가 한인 사회가 주류 정치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상당히 커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인교육문화마당집 등 비영리단체에서도 이민 관련 이슈에서 한인 커뮤니티에 유리한 성향을 보이는 정치인들을 전략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미 마당집에서는 유권자 등록 운동을 펼치는 과정에서 각 후보에 대한 질의응답서를 공개한 바 있으며 오는 22일 이민자들과 태미 덕워스 일리노이 6지구 연방하원의원 후보와의 만남을 주선할 예정이기도 하다. 그 외 대표적 비영리 단체인 한인사회복지회 및 노인복지센터 등에서는 특정 후보 지지 활동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각 후보들의 성향 관련 정보를 문의자들에게 충실히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후원 횟수로는 타인종에 뒤지지 않는 활발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한인 후원회는 몇가지 고질적 문제점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첫째, 한인들이 지원하는 출마자 대다수는 지난 3월 예비선거에서 경쟁자가 없었던 유력 인사들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어 자칫 한인 커뮤니티가 후원 대상 정치인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할 수 있다. 이 경우 정치인에게 무언가를 요구하기 어려워 커뮤니티를 위해 후원한다는 목표 의식이 불분명해질 뿐 아니라 더러는 단순한 친분 쌓기 목적의 ‘얼굴 비추기’로 전락하곤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둘째로는 부족한 조직력 및 재정을 이유로 한인 후원회 자체가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타인종과의 후원 액수가 너무 큰 차이를 보여 ‘후원해봤자 티도 안난다’는 회의론이 제기되기도 한다. 최근 한인 커뮤니티에 불어닥친 불경기의 여파로 후원 활동에 부담을 느낀 한인이 늘어난 것도 원인 중 하나다. 한미정치연합회 조찬조 회장은 인도 커뮤니티에서는 10명이 50만달러 모으는데 한인 커뮤니티에서는 100명이 1만달러도 못낼 때가 많다며 이 때문에 지레 위축돼서 적은 돈이나마 기부하면서도 제대로 된 주장을 전달하지 못하고 그저 웃는 얼굴로 정치인과 몇 마디 하는 게 끝이라고 지적했다.
▲셋째, 투표할 수 있는 유권자수 자체가 부족해 정치인들에게 별다른 매력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선거인등록과 투표율이 모두 저조하기 때문에 공화 민주 양당 공히 한인 커뮤니티에 큰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돈과 투표 양대축으로 돌아가는 미국 정치에서 두 가지 모두 결여됐다는 사실은 커뮤니티로서도 매우 뼈아픈 현실이라는 지적이다. 조찬조 회장은 유감스럽게도 두가지 다 없으면 그나마 있는 인원이라도 나서야 하는데 투표율이 타인종에 비해서도 너무 낮다. 일례로 지난 3월 샴펜 후보 예비선거때 윌멧 등 한인밀집지역이 포함됐음에도 등록된 유권자수는 1,200명에 불과하고 더구나 실제 투표자는 200여명 밖에 안됐다. 이래서야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며 답답해 했다.
▲넷째, 정치 활동가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커뮤니티내에 만연해 있다는 사실도 문제가 된다. 미주 한인들의 미래를 위해 자발적으로 활동하는 이들이 ‘무슨 자격으로 왜 나서느냐’는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현재 각종 후원회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한인들은 자원봉사자들은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다소 미숙한 점이 있어도 너그럽게 넘어가야 훗날 관련 노하우가 전해지고 정치 활동이 활성화된다며 커뮤니티의 이해를 당부하고 있다.
▲다섯째, 각종 후원회마다 항상 똑같은 사람들이 모여 ‘그들만의 잔치’가 되는 게 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후원회를 조직하는 입장에서 펀드레이징 등 후원 행사 개최시 인원 동원은 항상 문제가 돼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그 사람이 그 사람’인 후원회 면모도 이제는 바뀌어 많은 한인들이 폭넓게 참석해야 한다는 인식이 공감을 얻고 있다. 반면, 자기 시간을 쪼개 봉사하는 차원에서 적극 활동하는 한인 1세대들이 존재하기에 그나마도 정치인들과의 커넥션이 유지되는 것이므로 여전히 이들의 존재는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마지막으로 1.5세 및 2세들이 참여하지 않아 다음 세대로 연결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개선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1세와 1.5 및 2세간 커뮤니케이션 갭과 의식구조의 차이가 있어 후세들이 참여를 꺼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2세들이 지향하는 나름의 스타일을 1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대화 단절의 이유로 꼽혀 시정해야할 과제로 남아 있다. 봉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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