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선거는 아직 3주나 남았다. 그런데도 워싱턴 정가에선 이미 선거후 정치판도 변화에 대한 로드맵 작성이 한창이라고 한다. 민주당의 승리를 전제로 한 움직임이다. 그 승리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어떤 변화를 가져 올 것인가, 그 변화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부시 백악관은 각료회의를 통해 레임덕 2년동안의 정책 수행을 원활히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으며 민주당 지도부는 되찾은 파워로 무엇부터 착수할 것인지 논의에 들어갔다는 소식이다.
이렇게 민주당 바람은 확실하게 불고 있다. 모든 여론조사의 숫자가 ‘민주당 의회’의 복귀를 예고해준다. 한달전 48% 대 48%였던 민주당 대 공화당의 지지도가 한주전엔 59% 대 36%로 크게 벌어졌다. 67%가 미국은 지금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있다’고 말한다. 어제 나온 오피니언 리서치의 조사에선 74%가 연방의회에 대해 ‘우리와 접촉 없는 기관’이라며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79%가 대기업이 현 정권의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답했다. 현재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의회에 대한 강력한 불만의 표시다. 94년 공화당 의회로 바뀔 때에도 당시 민주당 의회에 대한 반대가 75%에 달했었다.
오는 11월7일 실시되는 중간선거에선 상원 100석중 33석, 하원 435석, 주지사 50석중 36석, 그리고 각 지역의 크고 작은 공직과 이슈들이 투표에 부쳐진다. 최대 관심사는 연방의회다. 지난 12년간 상하 양원을 지배해온 공화당에 맞서 민주당이 의회 장악력을 탈환할 수 있을까에 대한 집중조명이다.
민주당은 현 의석보다 하원에서 15석, 상원에서 6석을 더 얻으면 양원 모두에서 다수당이 될 수 있다. 여론조사의 숫자만 보면 틀림이 없을 듯한데 전망은 아직도 조심스럽다. 전체적 지지도와 실제 각 지역의 당선결과는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곳곳에서 민주당이 압승을 거둔다 해도 공화당이 겨우겨우 신승을 기록한 지역구가 하나라도 많아진다면 대세는 역전된다. 접전지역에 막바지 자금을 쏟아붓는 공화당의 반격도 예사롭지 않고 선거결과 베팅기관인 아이오와 일렉트로닉 마켓의 수치도 10월초 현재 공화당의 양원 장악 지속에 40%의 확률을 주고있다.
변화에 대한 욕구는 상당히 강하다. 문제는 민주당이 아니다. 공화당이다. 이번 선거를 좌우할 요인이 민주당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 공화당에 대한 반대라는 뜻이다. 이라크전쟁이라는 깊은 수렁으로 미국을 끌고 들어간 부시행정부의 독주를 전혀 견제하지 못한 의회에 대한 불신이 가장 큰 이슈다. 경제지표는 장밋빛이라는데 중산층을 포함한 대부분의 보통사람들은 풍요 속의 빈곤감에 시달리고 있다. 뇌물횡령에서 섹스까지 온갖 스캔들은 마지막까지 은폐하느라 기를 쓰면서 최저임금 인상이나 이민개혁등 민생법안은 당쟁에 밀려 처리조차 하지 못하는 무능인지 태만인지에 염증을 느낀 것이다.
한국 국회의원들에게 인기순위 1위라는 책 ‘코끼리는 생각하지마’는 버클리대 교수 조지 레이코프가 쓴 민주당 선거전략 지침서라 할 수 있다. ‘미국의 진보세력은 왜 선거에서 패배하는가, 왜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보수정당에 투표하는가’에 대한 분석이어서 특히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피부에 닿았었나 보다. 그의 분석을 한마디로 간추리자면 민주당은 자신들의 훌륭한 비전을 유권자의 마음에 닿는, 공감할 수 있는 이슈로 전달하는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그의 분석이 100% 정확하다면 민주당의 앞날은 아직도 희망적이 아니다. 이번에도 민주당은 이렇다 할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한다 해도 그 요인분석은 별로 긍정적이 못될 것이다 - 꼭 바꾸고 싶은데 당은 둘 뿐이다, 한당이 인기가 없으면 다른 당이 어부지리를 얻을 수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민주당 비전의 승리가 아니라 부시 비전에 대한 공격이 성공한 것이다…
캠페인 자체는 졸전이었다 해도 일단 승리한다면 ‘민주당 의회’에 대한 기대는 높다. 의회 지배권 변화가 국내외정책을 결정하는 정가 분위기를 생산적으로 만들 것이라는 기대다. 무엇보다 ‘극도의 당쟁’이 물러가고 ‘초당적 합의’가 잦아질 것이다. 지금까진 서로 앙숙이었지만 부시도, 민주당도 함께 손잡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초당적 무드에 실려 의회는 당쟁에 밀렸던 많은 난제를 풀어갈 수 있을 것이다. 이민사회가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포괄적 이민개혁안도 성사될 것이다. 뿐만 아니다. 의회의 북미 직접대화 압력이 가해지면서 북핵 해결의 실마리도 잡혀질 수 있을 거라는 기대까지 하게 된다.
<박 록> 주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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