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아픔도, 슬픔도 세월과 함께 잊혀지지만 사랑이 남기고 간 아름다운 흔적은 결코 지워지지 않기에 아름다운 기억을 남겨야 한다. 좋은 기억으로 소중히 간직하는 이별, 이것이 아름다운 이별일 것이다.
사랑 때문에 인간은 살고, 사랑 때문에 인간은 병이 든다. 사랑에 취해서 인간 고해도 즐겁게 갈 수 있으며 사랑이 있으므로 해서 미움도, 배반도 용서가 된다. 그만큼 사랑은 위대하고 무서운 것이다. 사랑이란, 세상에 존재하는 무수히 많은 사람 중에 어떤 사람을 특별하고 소중한 존재로 인식하게 되는 과정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 의존적인 사람은 엄마처럼 보살펴줄 사람을 사랑의 대상으로 선택하고 자애적인 사람은 자기 이미지와 닮은 사람에게 사랑을 느낀다.
어머, 저 여자가 어떻게 저런 남자와, 혹은 저 남자가 어떻게 저 여자와…? 아까운 생각이 드는 여인들의 모습들을 본다. 누가 봐도 어울리지 않고 기우는 연인 사이다. 그러나 정작 그 둘은 순수한 사랑이라고 좋아 죽는다. 저 남자에게, 또 저 여자에게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우리가 이것저것 따져보는 세속적이고 속물적인 계산에서 하는 소리이다. 그러나 문제는 저들이 얼마나 오래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연애 역시 현실 속의 생활이기 때문이다.
연애하는 사람들은 얼굴에 윤기가 흐르고, 온 몸에 탄력이 붙는다. 온 세상이 장밋빛이다. 마치 꿈속을 거니는 사람과 같다. 앉으나 서나 그대 생각, 연애에 빠진 사람들은 한순간도 무료할 수 없다. 즐겁고 행복하다. 그러나 인간의 모든 환희는 오래가지 않는 속성이 있기에 그 절정의 순간은 길지 않다. 지금까지 감정의 일변도를 달리던 연인들의 사랑도 현실에 부딪히며 절정에 이르면 이별 쪽으로 결말이 나는 경우가 많다. 뭉게구름처럼 낭만적이고 아름답지만은 않고 그 모습이 변한다. “변함없이” “영원히”라는 말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수용하기가 어렵게 된다.
자의에서든 타의에서든 마음이 서로에게서 떠날 때는 우유부단하다. 싫어져 헤어져도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미적거리며 애매한 태도를 취한다. 알아서 스스로 떠나주기를 바라기에 사랑이 미움으로 돌변하여 폭발하므로 앞뒤보지 않고 막 퍼붓는 장면이 연출되는 이별은 지극히 이기적이며 자기 중심이 된다.
저들이 한때 너 아니면 못살겠다고 사랑했던 사이인가 의심스러워진다. 어떤 형태의 사랑일지라도 결국 자기애에서 출발하는 것이며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는 형식 속에서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 약산 진달래꽃 한아름 따다 뿌리 오리라…’ 꽃까지 뿌려가며 보내는 이별은 참으로 아름다운 이별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게 하기란 힘든 일이다. 어떻게 헤어지느냐가 가장 중요하고 힘든 부분이다. 헤어질 때의 기억은 두고두고 어쩌면 살아 있는 동안 문득 문득 머릿속에 감돌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이별이란 거의 없다. 허지만 아름다운 이별이 되도록 애써야 한다. 한때 사랑했던 사람에 대한 예의로서만 아니라 세상에 꼴불견은 헤어진 사람을 흉보는 남자나 여자다. 자기 변명, 자기 방어를 위해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만은 금기여야 한다. 인격이 의심스럽고 아주 추해 보인다. 그건 제 얼굴에 침 뱉는 일이다. 헤어진 사연이 어떠하든 서로의 가슴에 못을 박고 평생 미움을 안고 살게 되는 것은 즐거운 일이 아니다. 헤어진 후에도 “멋있는 좋은 남자였다” “멋있는 좋은 여자였다”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문득 옛날의 아름다운 추억과 함께 떠오르는 그런 남자, 그런 여자로 남아야 한다.
사랑하던 사람들이 헤어지면서 어찌 회한이 없으며 미움이 없겠는가. 상처받은 쪽은 더 클 것이다. 하지만 헤어짐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닐 것 같다. 슬픔의 깊이, 눈물의 힘을 느끼면서 사람은 성숙되어 가고 사랑도 인생도 풍요로워지기 때문이다.
이별의 아픔도, 슬픔도 세월과 함께 잊혀지지만 사랑이 남기고 간 아름다운 흔적은 결코 지워지지 않기에 아름다운 기억을 남겨야 한다. 좋은 기억으로 소중히 간직하는 이별, 이것이 아름다운 이별일 것이다.
일본 ‘아다미’라는 해변에 이수일과 심순애와 비슷한 남녀의 동상을 세워 놓은 것을 보았다.
“순애야, 저 달이 구름을 가리거든 이 하늘 아래 어디선가 오늘밤처럼 수일이가 울고 있다는 것 을 기억 해다오” 그의 눈은 젖어 있었다. 사랑했던 그 순간들을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겨야 한다. 사랑에 규칙이 없다지만 있다면 좋은 기억으로 남기는 것이 아름다운 이별의 규칙일 것이다.
■미주 크리스찬문학 수필입상. 창조문학 등단.
해외한국수필 문학상, 미주펜문학상,
순수문학상 수상.
수필집 ‘기다림으로 접은 세월’
‘바람 속을 걷는 인생’ 외 다수.
<김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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