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에게 최고 선물은 형제자매
서로 다투고 도우면서 인생 배워
근자에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강아지보다 고양이를 훨씬 더 많이 키우고 있다고 한다. 198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고양이 숫자가 강아지 숫자를 추월해서 지금은 고양이를 9,050만마리, 그리고 강아지를 7,390만마리 키우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사람의 가장 좋은 친구”라는 명예는 아직도 강아지 몫인 것 같다. 왜냐하면 아직도 4,350만가구가 강아지를 키우고 있는 반면 이보다 훨씬 적은 3,770만가구만 고양이를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즉 강아지를 키우는 가정은 평균 1.7마리를 키우고 있고 이에 반해 고양이를 키우는 가정은 평균 2.4마리를 키우고 있다는 말이다.
인구가 도시로 몰리고 핵가족화되고 맞벌이 부부도 늘게 되면서 점점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이 줄게 되었고 이런 새로운 주거환경에서는 하루 16시간 이상을 자는데 보내는 고양이를 선호하게 되었는데 고양이는 아직도 바깥에 나가지 않고는 못 배기는 그 야성 때문에 집 안에서만 키우면 그 날카로운 발톱으로 가구나 벽 등에 많은 피해를 입히고 고양이 정신위생에도 안 좋다고 한다. 그러나 이 문제는 고양이 동료를 몇마리만 더 늘려 주면 이런 점들을 충족시켜 주어서 훨씬 더 키우기가 쉬워진다고 한다. 따라서 일단 고양이를 키우게 되면 여러 마리를 함께 키우는 집이 많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이 고양이와 같은 야성이 없다고 해서 절대로 고양이보다 다루기 쉽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한창 아이들이 까불고 놀 때 단 10초도 한자리에 앉아 있지 못하는 것을 본다.
그 왕성한 호기심과 활동력을 어른이 상대를 해주다 보면 얼마 안 돼서 허리가 빠지도록 피곤하게 되고 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도 고양이와 마찬가지로 같이 크는 형제자매가 여럿 생기게 되면 이 문제도 훨씬 손쉽게 해결되는 것이다. 서로 놀아주고 서로 지치게 만들어 주니까.
벌써 오래전 TIME지는 가족 13명 전원이 모두 의사인 가정을 소개한 적이 있다. 아버지가 소아마비 장애자였는데도 말이다.
아버지는 소아마비를 계기로 의학에 관심을 갖게 되어서 늦은 나이에 만학으로 의사가 되었다고 하지만 그 불구의 몸으로 어떻게 자기 공부하랴 또 시술하랴 언제 어떻게 그 많은 자녀들을 모두 의대에 가서 의사가 되도록 키웠을까? 비결은 아이들이라고 한다.
매일 해야할 집안 일은 물론 각자 기거할 방을 늘리고 집을 늘릴 필요가 생길 때마다 수리, 증축하는 모든 일들을 건설업자도 아닌 아버지가 선두지휘를 하고 아이들과 함께 몸소 손으로 해결했다고 한다. 나중에는 아주 이력이 붙어서 마당에 큰 수영장까지 가족식구의 손으로 마쳤을 정도라고 한다. 이런 적극적 자세가 이들을 모두 어렵다고 하는 의사로의 힘든 과정을 극복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부부는 확신하고 있었다.
상상을 해보라, 잘 훈련된 11명의 아이들의 힘으로 못할 일이 어디 있었겠는가! 이 부부한테는 많은 자녀들이 절대로 짐이 아니었고 오히려 큰 힘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장난감을 거의 사주지 못했었다. 더구나 최신형 전자게임은 더구나 사주지 못했었다.
그러나 아이들이 서로 깔깔거리고 놀고 다투고 장난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그들에게는 서로가 너무나 좋은 놀이 걸이가 되고 있는 것을 역력히 볼 수 있었다. 그 어느 컴퓨터가 인간보다 더 좋은 성능을 가지고 있겠는가! 아이들은 넓지도 않은 집에서 항상 같이 울고 웃고 지내면서 서로 양보하는 것도 배우고 때로는 자기 주장을 하는 것도 배우고 때로는 타협하는 것도 배우지 않았겠는가! 이들이 둘이나 학년회장, 총학생회장을 두루 거치게 된 것도 다 이런 환경에서 얻을 수 있었다고 확신한다. 우리 부부는 어느 누구도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성격의 소유자들이 아니였으니까.
얼마전 후지TV 특별기획에서 일본 일류학교의 일등생들을 두루 다니며 살핀 것을 방송했는데 이 들이 발견한 가장 뚜렷한 공통점은 이 일등생중 많은 학생들이 리빙룸에서 공부를 한다는 것이다. 자기 독방이 없어서가 아니라 자기 방이 따로 있어도 자기 방에 일단 가방을 내려 놓고 공부는 다른 식구들이 생활하는 리빙룸에 와서 하는 것이다. 한 아이는 부엌 카운터 앞 밥상에서 엄마가 저녁준비하는 코 앞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도 보여 주었다 자기 방 호젓한 곳보다는 식구들이 왔다갔다하는, 어수선하다고 할까, 아니면 사람사는 곳 같다고 할까, 그런 리빙룸이 더 공부에 집중하기가 좋았던 것이다.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문득 우리 아이들이 모두 모여서 공부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인터넷 때문에 컴퓨터 두대 놓은 책상이 모두 다 보이는 리빙룸에 차려져 있었고 컴퓨터가 필요 없는 아이들은 그 옆에 또 다른 큰 테이블을 펴놓고 서로 반 놀아가며 떠들어 가며 공부하던 그 때의 모습이. 서로 장난도 했지만 서로 모르는 것은 물어 봐 가면서 정말 노는 것보다 더 재미있게 공부하던 모습이 말이다.
간혹 일가친척이 적은 사람의 장례식에 갔을 때 썰렁할 정도로 조객이 적은 것을 볼 때가 있다. 다만 일가친척의 숫자 적어서 뿐만이 아니라 일가 친척이 없는 사람들은 사회생활에서 많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성향이 적어져서 친지들의 숫자도 비례적으로 적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 적이 있다.
경쟁이 심한 대학일수록 성적 이외에 그 아이의 성격과 됨됨을 많이 참고 한다고 한다. 본인도 이민생활에 형제들의 덕을 많이 본 편이지만, 여기서 자라는 아이들에게도 성격형성 및 여러 가지 면으로도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선물은 비싼 게임기가 아니고, 무슨 개인지도도 아니고 서로 의지하고 서로 닦아 갈 수 있는 좋은 형제자매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황석근 목사 <마라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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