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패 국가(rouge state), 범죄 국가(criminal state), ‘마피아 스테이트’(mafia state).
어느 나라를 두고 하는 말인가. 김정일 체제의 북한이다. 물론 공식적으로 이렇게 부르는 건 아니다. 그러나 미국, 일본 등 서방국가들이 보는 북한은 영락없이 이런 모습이다.
다른 말이 아니다. 국가도 아니라는 거다. 이런 나라가 그런데 어떻게 생존해 왔을까. 무지막지한 탄압을 한다. 끊임없는 선전선동에, 주민들을 세뇌시킨다. 그 한 해답이다.
국내적으로는 그런 방법이 통한다고 치자. 이런 체제가 국제적으로 어떻게 용인됐을까. 복잡한 질문이다. 그렇지만 대략 두 가지 요인으로 설명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 첫 번째는 ‘6.25 약발’이다. 한국전은 승자가 없는 전쟁이다. 피해자만 있을 뿐이다. 그 가장 큰 피해자는 한국이다. 중국도 막대한 피해를 봤다. 대만진공이 지연됐고 100만 이상의 사상자를 냈다. 소련도 득 본 게 없다. 미국도 부담만 안게 됐다.
또 한 차례 한국전이 발생하면…. 아주 끔찍한 상상이다. 그 피해가 너무나도 엄청나서다.
굶기고, 고문하고, 처형해 죽였다. 그 수치가 수백만이다. 김정일 체제는 북한 주민들에게도 조금치도 자비를 베풀지 않는다. 그런 체제가 만일의 경우, 그러니까 전쟁이 발발했을 때 남한인민의 생명을 고려에 둘까. 어림도 없는 이야기다.
때문에 냉정히 주판만 튀기는 강대국들도 또 제2의 한국전 같은 건 엄두도 못 내는 것이다.
그래봤자, 남한에만 위협이 되는 존재일 뿐이었다. 그러니 한국을 제외한 전체 동북아지역 안보와 관련해 볼 때 별 주목 대상이 못됐다. 그래서 취해진 게 ‘스테이터스 쿠오’(status quo)유지 정책이다. 말하자면 약하므로 북한은 살아남은 것이다. 이것이 두 번째 요인이다.
이 ‘스테이터스 쿠오’가 무너지고 있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결과다. 남한만이 아니다. 이제는 일본의 안보에도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더 나아가 중국의 안보까지 불안하게 한다. 이 사태를 그러면 국제사회가 그대로 방관만 하고 있을까.
“결코 방관할 수 없다.” 미국이 진작부터 내린 결론이다.
경제는 침몰상황에 있다. 김정일의 통치는 한계에 이르고. 나라 전체가 서서히 무너져 내리고 있다. 체제붕괴는 시간문제다. 부시 행정부와 일본이 공유하고 있는 북한관이다.
이런 북한이 핵무기 개발에 손을 댔다. 위험하기 짝이 없다. 핵전력을 보유한 북한도 문제지만 붕괴됐을 때 더 위험하다. 핵무기가 외부로 유출될 수도 있어서다.
그래서 짜여진 게 세 가지 이니셔티브의 북한 정책이다. 그 첫 번째가 PSI(Proliferation Security Initiative·핵확산 방지구상)이다. 두 번째는 IAI(Illicit Activities Initiative·불법행위 방지구상) 세 번째는 HRI(Human Right Initiative·인권탄압 방지구상)이다.
외교에서, 경제, 정보, 심지어 법집행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최악의 경우 군사조치를 포함해 모든 부문에서 북한을 죄어간다는 전략이다. 이런 마당에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나섰다.
“오히려 안도의 분위기다.” 뉴스위크가 전한 워싱턴의 모습이다. 무슨 말인가. 북한 핵의 위험을 강조해도 국제사회는 마이동풍 격이었다. 그걸 그런데 김정일 체제가 스스로 증명했다. 때문에 북한 조이기 전략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이미 수차례 초강성 경고가 발해졌다. ‘핵무장을 한 북한과 함께 살 수 없다’는. 이것이 말하는 건 미국의, 일본의 입장이 유엔안보리 제재 결의와 함께 앞으로 더 강경해진다는 것이다.
‘궁극적인 응징은 다른 곳에서 나올 수 있다. 베이징이다’-. 일부의 전망이다. 북한 문제에 있어 현상유지가 바람직한가, 아니면…. ‘아니면…’쪽으로 판단이 기울 때 북한 상황은 급변의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핵을 보유한 북한은 중국에 해롭지 않다. 중국의 세계 전략에 도움이 된다. 더구나 북한의 붕괴는 결코 중국에 이롭지 않다. 중국의 입장이다. 그러나 이런 중국에 대한 미국의 압력이 여간 거센 게 아니다. 이란이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는 기로에 서 있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냉전 후 시대는 끝나고 대결의 시대를 맞고 있다. 그 파국을 피하는 건 전적으로 중국에 달렸다.” 진보파로 알려진 토머스 프리드먼의 지적이다. “중국은 이중플레이를 하고 있다. 그 중국을 응징해야 한다.” 네오콘들의 주장이다.
중국으로서 가장 중요한 나라는 북한이 아니다. 미국이다. 긴 설명이 필요 없는 대목이다. 이 미국의 입장이 여간 단호한 게 아니다. 거기에 일본이, EU가 가세한다. 그 결과는.
“브레이크 뉴스가 터진다. 김정일 사망 뉴스다. 자연사인가, 타살인가. 속보가 나온다. 친중파로 알려진 아무개가 북한의 정권을 잡았다는 내용이다…” 이런 상황이 오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을까.
sechok@koreatimes.com
<옥 세 철> 논설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