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원 1년, 3천2백 만명이상 관광객 다녀가
<서울에서 육길원 특파원.>
서울 모습 바꾼 청계천
서울이 달라지고 있다. 도심 한복판을 흐르는 물줄기, 복원된 청계천은 서울 모습을 바꾸었다. 청계천과 함께 도심에 광장이 들어서고, 전국 각 지에 제2 제3의 청계천이 탄생하는 등 ‘청계천 효과’ 마저 생겨났다. 지방 자치단체 시민들의 환경의식의 향상 때문이다.
기자가 작년 5월 청계천 공사가 마무리 단계일 때 가본 이후, 올 가을 물이 흐르는 청계천을 본 느낌은 한마디로 감격적이다. 원래 인왕산 자락에서 시작하여 중랑천으로 흘러드는 5.84킬로미터의 자연 하천 청계천은 6.25사변 전만 하더라도 맑은 물이 흘러내려 아녀자들이 빨래를 하던 곳이다. 기자는 그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이런 청계천이 박정희 개발독재 시대를 거치면서 크게 훼손되고 파괴되었다. 시멘트로 덥고 그 위로 흉물스러운 고가도로가 올라섰다.
이명박 서울 특별시장은 일반 시민들이 상상하지도 못했고 불가능하다는 역사(役事)를 훌륭하게 해냈다.
2003년 7월, 청계천 고가도 철거작업이 시작되고, 26개월 만인 2005년 10월 1일 청계천은 역사적인 복원사업을 준공하고 물이 흐르게 헸다. 경부고속도로와 함께 단군이래 최대 공사의 하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된 것이다. 그래서 ‘명박천’이라는 별명도 생겨났다. 다 알다시피 이것 하나만으로도 이명박씨는 내년 대통령 후보 군(群)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샘솟는 생명력 간직
기자는 짧은 한국 방문중에 청계천을 4번이나 찾아갔다. 갈수록 흥미가 있고 지루하지가 않았다. 청계천에는 다리가 많다. 광교, 수표교, 관수교, 배오개 다리, 오관수교 등 무려 23개나 된다. 광교로 건너갔다가 다시 관수교로 건너오고, 인파에 밀려 목적 없이 동대문 시장에서 청계천을 끼고 동아일보사 앞까지 걸었다. 그 날은 따로 운동을 할 필요가 없었다, 50년 만에 도심 속에 쉼터로 탈바꿈한 청계천은 그것 하나만으로도 서울을 찾은 보람과 기쁨을 안겨 주었다.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생동하는 역동성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사라졌던 새와 물고기가 돌아오고, 다양한 식물이 자라는 경이로움과 환희에 흠뻑 빠졌다. 장애인, 노약자, 유모차도 많이 나와 함께 거니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거리 예술가들의 즉석 공연을 감상하는 한가로움도 즐겼다. 마침 청계천 복원 1주년을 기념하는 콘서트 등 축제가 열려 한결 흥겨웠다. 물에 발을 담그고 있는 여학생들, 할아버지와 손자가 나란히 앉아 열심히 물 속을 드려다 보는 정경, 가족끼리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도 정겨웠다. ‘열린 청계 푸른 미래’라는 케치프레이즈를 달고 다니는 새빨간 이층버스는 이국적 정취마저 풍겨준다. 밤이 되자 계단에 앉아 밀어를 속삭이는 젊은 연인들의 행동도 더 대담해 졌다. 즐비하게 늘어선 레스토랑과 카페에서 들이키는 맥주 맛은 일품이었다.
청계천 광장의 조형물 ‘스프링’은 어둠 속에 빛을 더 발했다. 이것은 시카고 소셜 시큐리티 건물의 ‘곤봉기둥’ 작가이기도한 스웨덴 출신 클래스 올덴버그의 작품이다. 높이 20미터의 삼각 뿔 모양을 한 이 작품은 하늘로 솟아오르는 물과 샘의 원천, 흘러내리는 한복의 옷고름. 도자기에서 작품의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한민족의 역동성을 제대로 파악했고, 청계천의 역동성을 ‘스프링’을 통해 표현했다.
먼지 줄어 건강효과도
한편 청계천이 주는 자연의 효과와 경제적 효과도 엄청나다. 도심의 여름기온을 3도까지 낮추어 시원한 여름을 보낼 수 있게 만들었다. 도로변의 먼지가 27%나 줄어 상인 중 수십 년 간 기관지염으로 고생하던 사람이 기침과 가래도 없어져 약을 끊었으며, 가게문을 닫은 후 청계천 산책을 즐기기까지 하는 변화를 가져왔다
경제효과도 만만치 않다. 청계천 특수와 연간 200-300만 외국 관광객을 맞아, 일자리 31만 명 창출에 최대 23조원의 경제 이익 발생을 추산하고 있다.
청계천은 환경공학자들의 주장대로 전기 모터를 돌려서 한강 물을 거꾸로 끌어올려 물을 흐르게 한 인공 하천이다. 이것을 장래에는 ‘자연 하천화’ 해야하겠지만, 우선은 국제 수준에 부끄럽지 않는 사후관리도 중요하다. 한껏 기대를 지니고 갔는데, 확 냄새가 나더라는 지적도 있다. 하수관이 청계천으로 이어져 비가 오면 악취가 난다는 것이다. 충주서 보낸 1162그루의 사과나무에서 열린 사과를 익기도 전에 거의 다 따갔다는 뉴스는 우리를 슬프게 한다. 시민의식과 공중질서가 아쉽다. 청계천에는 화장실이 없다는 것도 유념 할 사항이다.
해외 동포들에게 청계천은 좋은 관광지다. 청계천을 가면, 인사동, 종묘, 탑골공원, 동대문 시장, 청계천 문화회관 등 강북의 유명한 곳도 쉽게 찾아 갈 수 잇는 유리한 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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