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국제적 경고에도 불구하고 핵실험을 강행했다. 그래서 국제사회가 북한 때문에 다시 한 번 발칵 뒤집혔다. 그 동안 북한문제라면 은근히 감싸는 듯한 태도를 보여왔던 중국까지도 UN주도의 대북 제재에도 참여할 의사를 비치고 있다.
북의 도발이 분명하게 벌어지고 있는 이상 한국 정부는 어떠한 형태로든 단호한 대응이 있어야 할 것이다. 지난 정권의 태생이라고도 볼 수 있는 현 정부는 노벨평화상에 빛나는 ‘햇볕 정책’이라는 포용과 화해의 대북 정책을 계속해 왔는데, 반대하는 사람들이 ‘퍼주기 정책’이라고 폄하하는 이 정책이 추진된지도 7-8년에 이르고 있다. 현 정부가 이 정책을 포기하거나 수정할 의도 없이 계속 추진해 왔다는 사실은 이 정책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평가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정부로서는 이 대북 포용 정책으로 그 동안 거둔 ‘좋은 성과’를 많이 내 세울 수 있다.
1994년 김일성 사망을 신호로 삼은 듯 남북은 지난 10년간 전례 없는 화해와 교류의 드라마를 연출해 왔다. 1996년 정주영씨가 소 500마리를 평양으로 몰고 가는 극적 효과를 보여준 데 이어 1998년에는 금강산 관광이 시작되었고 2000년 여름에는 최초의 남북정상회담이 이루어졌다. 그 후 관광, 스포츠, 경협 등 각종 교류가 봇물 터지듯 증가하면서 남은 북에서 온 미녀응원단에 최면되기도 했고, 백두산이나 한라산에서 남북이 같이 횃불을 밝히기도 했다. 남북을 연결하는 육로와 철도가 건설되면서 2004년에는 개성공단이라는 대규모 경협사업이 본격화하기도 했다.
그동안 1만명 이상의 이산가족이 상봉하거나 면회했고, 장관급 회담이나 경제교류협상 등 총 500회에 달하는 회담과 협상이 있었고, 남북교역 액수가 50억 달러에 달하면서 금강산 관광객을 포함하여 총 100만명 이상이 북을 방문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니 그동안 남에서 북을 지원한 데 들어간 비용이 얼마인가 계산할 때에도 이러한 ‘남북교류’로 얻은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를 환산하여 셈에 넣어야 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대북 포용정책의 성과라는 것은 부정하기 힘들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것은 이러한 남북교류의 효과와 가치가 우리에게 보이고 들리는 것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의 남북교류를 하나의 ‘드라마’ 라고까지 표현한다든가, 모든 것이 민족주의를 바탕에 깔고 있는 포퓰리즘 정권의 정치적 성과증진을 위한 ‘극적 효과의 연출’에 불과하다거나, 따라서 일반 국민들은 이에 ‘최면’되어 왔을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설사 그동안의 교류로 많은 성과를 올렸다 하더라도 미사일과 핵 앞에서는 그것들이 한 순간에 잿더미로 변할 것임은 물론이고,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봉쇄나 무역봉쇄만으로도 그동안의 남북교류 성과나 가치가 반감될 것임이 뻔하다.
남의 정부나 국민들이(그리고 해외 동포들이) 기억해야 할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남북교류의 화려한 무대 뒤에서 북은 그들의 이념과 체제를 고수하려는 의지와 의도를 바꾸지 않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미사일과 핵을 군사적 무기 뿐아니라 정치적, 경제적 무기로 삼고 있는 북은 군사를 최우선으로 삼는 그들의 이른바 ‘선군정치’가 남한의 안전을 도모해주고 있고 따라서 남한 사람들이 그 덕을 보고 있다고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 북은 최근 남과의 회담에서도 뒤로는 핵실험을 추진하면서 겉으로는 국가보안법 철폐와 한미합동군사훈련의 중지를 요구했고 동시에 쌀 50만t과 경공업 자재 제공을 요청하는 뻔뻔스러움을 보였다.
북이 이렇게 계속해서 화해와 도발의 양면성을 보이고 있는 한 남한으로서는 화해보다 도발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함이 당연하다. 그래서 북의 도발과 망동에 대하여 따끔한 경고와 압력과 제재를 가할 수 있어야 한다.
북의 행패, 강요, 응석, 투정에 계속 관대하게 대해 온 한국정부의 미지근한 태도가 한미동맹을 서서히 와해시키고 있는 것 같아 미국 속 한인들의 불안감이 더해지고 있다. 하지만 미주동포를 위해서가 아니라 한국과 한국민 전체의 안전과 대국적 평화를 위해서 북한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이에 상응한 대처가 있어야 하겠다.
<장석정> 일리노이주립대 교수·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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