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가 절호의 찬스를 놓쳤다. 상대의 허를 찌르려다 바보가 된 셈이다.
와일드카드로 플레이오프에 오른 다저스는 4일 뉴욕 셰이스테디엄에서 벌어진 내셔널리그 디비전 시리즈(5전3선승제) 1차전에서 동부조 챔프 뉴욕 메츠에 5-6으로 분패했다. ‘탑2’ 선발 투수가 고장나 할 수 없이 새내기를 마운드에 올린 상처투성이의 상대를 코너로 몰아넣는데 실패하며 오프닝 라운드를 빼앗겨 속이 탄다.
2회에 어이없게 주자 두 명이 한꺼번에 홈 플레이트에서 태그아웃 당한 ‘홈 더블 횡사’의 타격이 컸다.
다저스는 바로 이날을 위해 디비전 우승까지 포기해 가며 아껴뒀던 ‘포스트시즌의 사나이’ 데릭 로우(5⅓이닝 6안타 4실점 2볼넷 6삼진)가 메츠의 새내기 투수를 상대로 마운드에 오른 기회를 낭비해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반면 메츠는 ‘탑2’ 선발 투수의 부상이 겹쳐 허겁지겁 25살짜리 루키 잔 메인(4⅓이닝 6안타 1실점 2볼넷 5삼진)을 스타터로 내세우고도 홈 필드 이점을 지켜 내셔널리그 결승 시리즈 진출 전망이 더욱 밝아졌다.
메츠는 정규시즌 막판 에이스 페드로 마티네스가 다리와 어깨 부상으로 시즌을 접은 데 이어 대신 1차전 선발로 내세우려던 플레이오프 전문 승부사 올랜도 ‘엘두께’ 허난데스까지 바로 전날 연습 도중 갑자기 오른쪽 종아리를 움켜쥐고 쓰러져 눈앞이 캄캄했었다. 허난데스는 종아리 근육이 찢어진 것으로 드러나 마티네스와 마찬가지로 올 시즌 더 이상 뛰지 못하게 됐다.
메츠의 풋내기 선발투수는 2회만에 위기에 몰렸다. 제프 켄트가 중전 안타를 치고 나간 뒤 J.D. 드루의 빗맞은 공이 내야안타가 되면서 다저스는 무사 1, 2루의 찬스를 맞이했다. 그리고는 러셀 마틴의 방망이가 ‘번쩍’하며 메인을 다운시키는 듯 했다. 마틴이 친 공은 우익수 숀 그린을 훌쩍 넘어 펜스까지 날아갔다.
그 다음 기가 막힌 일이 벌어졌다. 너무 잘 맞은 타구라 펜스까지 너무 빨리 날아간 것과 그 공이 하필이면 원바운드로 바로 그린의 글러브에 들어간 게 탈이었다.
발이 느린 2루 주자 켄트는 그린→2루수 호세 발렌틴→캐처 폴 로두카로 이어진 송구 릴레이로 홈 플레이트에서 아웃됐다. 거기까지는 별로 희한할 것도 없지만 ‘앞차’가 아웃된 마당에 ‘뒷차’ 드루가 홈으로 뛰어들어 켄트를 태그한 뒤 심판을 바라보고 있던 로두카가 깜짝 놀랐다.
그래도 태그에는 성공, 마틴의 ‘더블’은 졸지에 ‘더블 플레이’로 돌변했다. 다저스는 이때 후속 말란 앤더슨의 2루타로 1점을 뽑았지만 풋내기 선발투수를 일찌감치 KO시키며 메츠 불펜을 축낼 기회를 날렸다. 상대 투수가 엄청난 ‘괴물’이라 득점 기회가 귀할 경기면 몰라도 큰 무대서 진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루키 투수를 이렇게 살려주는 것은 ‘본헤드 플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3면에 계속·이규태 기자>
“매 앞에는 장사가 없다.” 다저스는 결국 생애 처음으로 플레이오프에 올라 신이 난 카를로스 델가도-데이빗 라이트 듀오의 방망이에 두들겨 맞고 무릎을 꿇었다. 14년 커리어만에 처음으로 플레이오프 무대에 선 델가도는 동점 홈런과 7회 결승 안타를 포함해 4안타를 뿜었고 라이트는 3타점을 올렸다.
1-4로 뒤지던 다저스는 7회 라파엘 퍼칼의 적시타, 노마 가르시아파라의 2타점 2루타로 4-4 동점을 이뤘지만 로우와 마크 헨드릭슨에 이어 구원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브래드 페니가 델가도와 라이트에 연타를 허용하며 2실점, 5일 2차전 선발로 나서는 대만인 루키 투수 쿠오홍치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다저스의 그레이디 리틀 감독은 메츠가 델가도, 숀 그린, 클리프 플로이드 등 왼손타자들이 많아 왼손투수에 약하다는 점을 감안해 ‘마운드의 외과의사’ 그렉 매덕스를 3차전 선발로 미루고 지난 9월8일 셰이스테디엄에서 메츠 타선을 6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메이저리그 첫 승을 올린 쿠오홍치를 2차전 선발로 정했다. 메츠는 290승 투수 탐 글래빈으로 맞선다. ===
메츠 캐처 폴 로두카가 ‘일석이조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다저스 주자 제프 켄트(왼쪽)와 J.D. 드루를 잇따라 홈플레이트에서 태그아웃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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