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토랑서 주문하는 법
사업상 중요한 사람(들)과 비즈니스 디너를 할 때, 좋은 식당을 예약하고 맛있는 메뉴를 고르며 적절한 매너를 갖추는 것 이상으로 신경 쓰이는 일이 있다.
디너를 멋지게 완성해 줄 와인을 고르는 일이 그것이다.
요즘은 거의 모든 식당에서 와인 리스트를 필수로 갖춰 놓고 있으며 고급 식당일수록 그 리스트가 수십장에 달하는 거대한 책이기 때문에 와인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메뉴책보다 훨씬 두꺼운 와인책을 받아드는 순간부터 주눅 들게 마련이다.
더구나 프렌치 식당들은 주로 프랑스 와인들을, 이탈리아 식당들은 이탈리아 와인들을 갖춰 놓고 있어서 미국 와인에 익숙한 사람들은 아무리 들여다봐도 종류조차 감이 안 잡히는 경우도 많다. 한인들끼리는 그런 대로 이해와 양해가 가능하지만 외국인 사업가와 디너를 한다면 와인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빨리 터득하는 것이 비즈니스에 도움이 될 것이다.
식당에서 세련된 매너로 와인을 오더하는 법, 세련까지는 아니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부드럽게 디너를 이끌어 가는 법, 다음의 몇 가지 사항만 염두에 두면 당신도 잘 할 수 있다.
미리 준비하고 소믈리에 활용하면 좋은 인상 줄수 있어
무조건 카버네 소비뇽 시키지 말고 가벼운 레드 시키길
첫째, 미리 준비한다. 식당에 가기 전 그 식당의 메뉴와 와인 리스트를 살피는 일은 크게 어렵지 않다. 요즘은 인터넷 웹사이트에 다 올라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은 식당이라면 전화로 와인 리스트를 좀 팩스 해달라고 부탁할 수도 있다. 그 리스트를 보고 미리 공부하거나 와인을 잘 아는 사람에게 부탁해 몇 가지 와인을 골라달라고 한다.
둘째, 약속시간보다 20분 일찍 식당에 도착해 여유 있게 와인 리스트를 보면서 소믈리에와 상의한다. 손님이 오기 전 식전주로 가벼운 화이트 와인(소비뇽 블랑이나 피노 그리지오)을 차갑게 식탁에 준비해 놓고 있다면 굉장히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셋째, 소믈리에를 적극 활용한다. 고급 식당의 소믈리에들은 와인 전문가들이며 자신의 지식을 자랑하고 싶어한다. 소믈리에에게 디너의 성격과 주문할 요리, 예산을 알려주고 도움을 청하면 그 가격 대에서 가장 좋은 와인을 추천해 줄 것이다. 이때 주의할 것은 공자 앞에서 문자 쓰지 말고 그들을 프로페셔널로 대우해 주라는 것이다.
넷째, 소믈리에에게 예산을 정확히 알려준다. 손님이 있는 가운데 말하기가 불편하면 가격이 써있는 부분을 가리키면서 “이 정도 선에서 캘리포니아 샤도네 한 병을 먼저 마시고, 메인 요리가 나올 때는 이 정도의 레드 보르도 2병이 좋겠습니다”라고 분명히 말해 주어야 뒤탈이 없다.
다섯째, 와인 주문에 있어서 모든 사람의 의견을 묻거나 시간을 오래 끌지 않는다. 와인 하나 시키는 것을 놓고 여러 사람과 의논하는 것은 프로페셔널해 보이지 않는다. 우유부단한 사람이라는 인상마저 심어줄 수 있으므로 와인 오더가 비즈니스 토크를 압도하지 않도록 빨리 처리한다. 예의로 손님에게 어떤 와인을 좋아하는지 물어보아 그 내용을 반영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
여섯째, 아는 와인을 시킨다. 전에 마셔본 것 중 맛있었던 와인이 리스트에 있다면 그것을 시키는 것이 안전하다. 사람이 많을 경우엔 대중적인 것, 많이 알려진 브랜드의 와인을 시킨다. 잘난 체 하느라고 자기도 잘 모르는 와인을 시켰다가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
일곱째, 다같이 스테이크를 오더할 계획이 아니라면 가벼운 레드와인을 시킨다. 소믈리에들이 지적하는 와인 주문의 공통적 오류는 무조건 카버네 소비뇽을 오더하는 것이다. 카버네는 무겁고 태닌이 많기 때문에 오래 숙성한 것이 아니라면 음식과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그보다는 피노 누아나 산지오베제 같은 가벼운 레드가 여러 음식에 두루 어울린다.
여덟째, 비슷한 이야기로, 아무리 식사비 예산이 넉넉하다 해도 무조건 가장 비싼 것을 시키는 일은 피한다. 가장 비싼 것은 주로 카버네 소비뇽이라 위와 같은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상대방에게 ‘무식하다’는 인상도 줄 수 있다.
아홉째, 와인 오더는 전체 식사의 그림을 그려본 후 미리 다 해놓는다. 먼저 화이트를, 다음에 레드를, 마지막에 디저트 와인을 하고 싶다면 미리 그렇게 주문해 놓아야 각 음식과 함께 와인이 서브된다. 각 코스가 나올 때마다 따로 소믈리에를 불러 주문한다면 음식을 절반 이상 먹은 후에 와인이 서브되기 쉽고, 상대방에게도 계획성이 없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주게 된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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