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 중국 길림성 연변 조선족 자치주 연길시를 방문했다. 한국평화문제연구소와 연변대학교 동북아 연구원이 주최한 ‘중국의 대 한반도 정책과 주변국가의 협력’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1980년대 두번 광동 상하이 북경을 방문한 일이 있는데 한글 간판을 본 일이 없었다. 이번 처음 방문한 연변에는 대부분의 간판이 위에는 한글, 바로 아래에는 한자로 되어 있어 한글과 영어를 같이 쓴 LA 한인타운의 간판이 연상되었고 정말 조선인들이 많이 사는 것을 실감하였다. 심지어는 정부가 만든 표어와 휘장에도 한글과 한자가 같이 있는 걸 보았다.
중국의 동남쪽 끝 길림성에 속해 있는 연변은 조선족이 절대 다수였기에 조선족 자치주가 되었는데 조선족이 매년 줄어들어 걱정을 많이 하는 것을 알았다. 지금은 조선족이 연변 인구의 40%로 줄어들었다.
중국 정부가 부부가 아이 한 명만 낳게 하는 정책을 소수민족에게는 적용하지 않아 아이를 여러 명 낳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조선족 여성들이 하나나 둘만 낳아 조선인 숫자가 늘지 않는다. 그리고 많은 젊은이들이 중국의 큰 도시로, 한국으로 심지어는 숫자는 적어도 미국으로 가기 때문에 조선족 숫자는 줄고, 반면 그 빈자리를 더 빈한한 시골 출신 중국인들이 연변으로 이사와 메우기 때문이라고 한다. 연길 호텔에 근무하는 젊은이들도 거의 다 한국어를 모르는 중국인으로 바뀌었다.
평소 탈북자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어 연변에서 몇 사람이라도 만나고 싶었지만 공식적으로는 만나게 할 수 없다고 하여 결국 한 사람도 만나지 못하였다. 1960년대까지도 북한이 중국보다 더 잘 살아 연변의 조선족이 북한에 가서 취직도 하고 북한 친척의 도움을 받았다 한다. 개혁과 개방정책으로 지금은 중국이 북한 보다 훨씬 더 잘 살게 되었다.
탈북자들에 대해서는 처음 북한인들이 배가 고파서 식량을 구하기 위하여 중국으로 넘어와 사는 것을 중국 정부가 묵인하여 주었다 한다. 북한인들이 식량을 구하면 다시 북한으로 자발적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비정부기구 민간단체(NGO)들 특히 기독교 단체들이 탈북자들을 제3국에 탈출시키기 위하여 재중 외국 영사관에 침입하는 장면을 비디오로 찍어 전 세계로 TV 방송한 후 중국 정부의 단속과 체포, 강제 북송이 증가되었다고 한다.
탈북자들이 단순히 구걸하다가 잡혀 송환되면 비교적 가벼운 형별을 받지만 중국에 있을 때 기독교인이 되었거나 남한 사람과 접촉한 것이 강제 송환 때 발각되면 정치범으로 취급되어 감옥을 가게 된다고 한다.
지금은 4중 5중으로 북한 정부와 중국 정부가 북한인들의 탈북을 막고 있어 예전에 식량을 구하면 다시 북으로 돌아가곤 하던 사람들마저도 식량을 구하러 연변으로 넘어오지 못하게 되었다.
중국 정부를 곤경에 빠뜨리지 않으면서 재중 탈북인들을 도왔다면 지금도 배고프면 넘어와 식량을 구하여 자기 식구에게 돌아갈 수 있었을 터인데 지금은 이 길마저 끊어졌다고 안타까워하였다. 왼손이 하는 것을 바른 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경 말씀대로 탈북자들을 도왔어야 했다
재중 탈북자들을 제3국이나 한국으로 탈출시키는 것보다는 먹여주고 식량을 주어 다시 북한 가족에게 돌려보내는 것이 그들을 진정으로 돕는 길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어디에 있건 인간은 가족과 같이 있는 것이 생이별하여 사는 것보다 낫다고 본다. 특히 북한인들은 기술이 없어서 제3국으로 탈출해 산다하여도 막 노동 외는 할 일을 못 구하여 주재국에서 최저생활로 떨어지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또 북한보다 못 살던 중국이 개혁·개방으로 지금은 북한보다 잘 사는 사실을 다른 북한주민들에게 알려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하는데 견인차 역할을 작게나마 할 수 있다고 본다.
도움을 제공하는 자의 목적보다는 도움을 받는 이들에게 어느 것이 더 큰 혜택이 되느냐를 먼저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생색내지 말고, 왼손이 하는 것을 바른손이 모르게 재중 탈북인들에게 도움을 주어야겠다.
drccr2@hotmail.com
이청광
칼스테이트LA
마케팅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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