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타 메사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크리스토퍼 홀(33)은 거스럼 잔돈을 모으는 것이 버릇이다. 13세 때 어머니가 동전 헤아리는 기계를 사줬는데 그 때 이후로는 어김없이 동전과 잔돈을 항아리 저금통에 집어넣는다. 몇 닢 안 되는 이 잔돈들은 ‘티끌모아 태산처럼’ 모여 크리스토퍼가 무슨 일을 할 때마다 도움을 줬다. 몇 년 전에는 잔돈을 모은 항아리를 열어 자동차를 샀고, 그 뒤에는 2,500달러를 만들어 집을 사는 다운페이로 사용했다. 최근에 헐은 항아리에 든 잔돈으로 자신이 운영하는 미용실 ‘스플릿츠 엔즈’를 리모델링하는 자금으로 활용했다.
집안 곳곳에 널린 동전과 잔돈
가정 당 100달러… 총 100억
잔돈 모아 차도 사고, 집 다운도
큰돈 바꾸는 수고·비용 “장난 아냐“
홀이 보통 사람들보다 잔돈을 더 많이 모을 수 있는 것은 그가 리테일 비즈니스를 운영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동전 하나라도 허투루 버리지 않는 저축심 덕분이다. 다른 사람들이 연초에 돌아온 세금 환불액으로 생활에 긴요한 지출로 사용하듯이 그는 거스럼 잔돈을 모아서 아주 유용하게 쓴다.
동전과 달러 지폐를 모아봐야 이자 한푼 붙지 않지만 그는 푼돈 모으기야 말로 힘 안들이고 저축을 하는 아주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동전이나 잔돈을 돼지저금통에 집어넣는 사람이 어디 크리스토퍼 한명 뿐이랴. 전국 1만2,000개 수퍼마켓에서 동전 및 잔돈 교환기계를 운영하는 ‘코인스타’사는 미전역에서 동전을 모으는 사람은 수백만명에 이를 것이라며 미국 모든 가정의 돼지 저금통과 항아리, 서랍, 담뱃재털이 등 집안 구석구석에 널려 있는 동전과 잔돈을 모두 합하면 100억달러는 될 것으로 추산한다. 100억달러면 한 가정당 평균 99달러나 되는 적지 않은 돈. 워싱턴주 벨뷰 소재 코인스타사 한곳에서만 지난해 교환한 동전과 잔돈이 무려 21억달러였다.
크리스토퍼에 의하면 동전 저축에서 유일하게 나쁜 점이라곤 바로 저축한 동전을 사용할 때다. 식사를 하고 웨이터에게 동전 무더기를 건네면 좋아할 사람이 없을 터이고 자동차 사러 가서 동전과 달러 지폐 푸대를 들이민다면 자동차 세일즈맨은 전혀 반가워하지 않을 것이다. 크리스토퍼는 지난번 도요타 자동차를 살 때 밤을 세워 동전과 달러 지폐를 헤아리고 간추려서 1만1,000달러로 만들어 딜러로 들고 갔는데 딜러는 자동차를 파는 기쁨 보다는 엄청난 량의 푼돈을 처리해야 할 부담으로 어이가 없는 표정이었다.
돈을 바꿔서 가져갈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면 비용과 시간이 더 소요된다고 크리스토퍼는 깔깔 웃는다.
무더기 잔돈 처리는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은행에서는 수수료를 부과하기도 하고 상당히 고통스런 수고를 하도록 요구하기도 한다. 매 동전 꾸러미마다 이름과 주소, 구좌번호를 기입해서 예금을 하기도 했다. 그는 보통 동전이 1,000달러가 모여야 은행에 가져가는데, 이 액수면 꾸러미로 묶고 기재사항을 기입하는데 수시간이 걸린다.
한번은 세탁소가 교환수수료를 받지 않기 때문에 들고 가봤는데 이곳에서도 동전을 헤아리는데 여러 시간이 소요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친구편에 라스베가스로 가져가는 방법도 이용해 봤다. 카지노에서는 슬랏머신에서 나오는 동전과 집에서 모아서 가져간 동전을 구별하기 어려워 간섭을 면할 수 있고 수수료도 붙이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라스베가스로 가져가는 방법은 슬롯머신 속에 몽땅 털어 넣을 위험이 있다. 때문에 수수료를 내더라도 은행이나 동전교환소를 이용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에서 최근에는 코인스타의 환전기로 가져가서 동전을 바꿨다. 8.9%의 수수료는 수용했다.
“어제 헤아려 보니 이번에 모인 돈은 2,153달러였다. 이 동전들을 종이 롤로 감는다면 3일은 걸릴테지… 친구들을 불러모아 피자 파티를 열고 대신 동전 싸는 일을 시켜? 그러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크겠지…”
푼돈 모으기의 ‘대가’에게도 처리 문제는 여의치가 않다.
그러나 사정은 좀 개선되고 있다. 은행가협회에 따르면 동전 교환 고객은 은행이 머신도 리스해야 되고 텔러 시간도 많이 빼앗겨 꺼려왔으나, 지금은 판촉의 일환으로 적극 활용하는 추세. 은행들은 고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동전교환 머신도 들여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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