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 초, 중, 고등학교에서 공립학교로 전학하는 학생이 늘고 있는 추세다.
학부모들은 학생 수가 적고 외국어나 예술분야의 엑스트라 커리큘럼이 풍부하고 토론위주의 학습위주가 마음에 들어 비싼 학비에도 불구하고 자녀를 사립에 넣고 있지만 최근 공립학교들도 AP 클래스를 늘리고 사립학교와 같은 기금모금 시스템을 도입, 엑스트라 학과목을 가르치는 등 사립학교 못지 않은 학구열을 쏟고 있어 사립학교 학생 중에 공립학교로 전학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월스트릿 저널이 최근 보도했다.
성적 비슷하거나 공립이 오히려 높고
차터·매그닛스쿨 등 선택 폭 다양
명문대 선발방식 바뀌어 진학에 유리
사회성 기르는데도 유리
“사립학교 비싼 학비 비해 효과 적어”
물론 이런 현상이 도심지역의 열악한 교육환경에 놓여있는 공립학교에서까지 일어나고 있는 현상은 아니다. 그러나 교외 중산층 지역이나 부유층 지역에서는 심심지 않게 미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사립에서 공립으로, 또 공립에서 사립으로 전학하는 사례는 여태까지도 일반적으로 있어 왔지만 최근 사립에서 공립으로의 전학하는 학생 수가 학교에 따라서 2~3배씩 갑자기 증가하고 있는 이유들을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사립학교의 비싼 학비
사립학교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 학부모들이 항상 우려하고 있는 것은 대학입학에서나 아이의 장래생활에서 공립학교를 나온 친구 자녀와 별반 차이가 없을 때 그동안 쏟아 부은 비싼 학비에 대해 ‘본전 생각’이 난다는 것이다. 더구나 요즘은 사립학교의 학비가 매년 치솟아 미 전국 중간학비가 1만6,970달러이며 고등학교의 경우는 최고 3만달러가 넘는 학교도 생겨났다. 시카고의 개인 자산연구기관인 스펙트럼 그룹에 의하면 2005년 미 전국에서 순자산 100만달러가 넘는 가구는 전년도에 비해 11%가 증가, 830만가구로 늘어났지만 5년 전에 비해 16%가 치솟은 사립학교의 등록금을 대기보다는 다른 대안인 공립학교의 전학을 모색하는 가구도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2. 공립학교의 표준시험 결과가 사립학교와 비슷하거나 더 낫다
미 전국교육전략센터(National Center for Education Statics)에 따르면 2003년 미 전국 7,000개의 공립학교와 530개의 사립학교 4학년과 8학년 읽기와 수학시험 결과를 비교한 결과 4학년은 읽기는 비슷했지만 수학에서는 공립이 더 나았으며 8학년은 수학은 공립이 더 나았지만 읽기는 사립이 더 나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공립과 사립에서 학생들의 실력차이가 그리 많이 나지 않는 다는 것이다.
3. 명문대학들의 신입생 발탁 방법이 바뀌고 있다
월스트릿 저널지에서 미 전국 명문대학 20개를 조사해 본 결과 11개 대학에서 2006년 신입생중 공립학교 출신이 더 많이 늘어났으며 5개 대학에서는 줄어들었고 4개 대학은 4년 전과 동일했다. 이처럼 명문대들이 캠퍼스 구성의 다양화를 위해 점차 사립위주에서 공립쪽의 학생으로 선회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4. 대학입학 과정에서 유리 할 수 있다
사립 대학진학 가이드를 하고 있는 컨설턴트들은 사립학교에서 중간에 끼이는 것보다는 공립학교에서 선두에 서는 것이 대학진학에 유리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명문대학들은 입학 사정 시 각 학교마다 쿼타가 있는데 사립학교에서 탑10%에 들지 못하면 오히려 공립학교의 선두그룹보다 기회가 더 희박해 진다는 계산이다.
5. 사회성을 기르는 데는 공립이 더 유리할 수 있다
학부모 중에는 공부는 사립학교가 더 잘 가르치겠지만 클럽활동이나 과외활동은 아무래도 학생 수가 많은 공립이 더 현실사회와 가까워서 공립학교 출신이 큰 대학이나 사회에 더 잘 적응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학생 수가 많은 공립학교 교실에서 배우는 것이 대형 강의실을 갖춘 대학에 더 쉽게 적응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6. 공립학교의 선택 다양화
차터, 매그닛스쿨도 있고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 외의 다른 교육구로의 통학도 가능해졌다. 1993년에는 선택하는 공립학교에 다니는 학생의 비율이 11%였으나 1999년에는 15%로 증가했다.
7. 공립학교의 이미지가 개선되고 있다
필 델타 카파/갤럽여론 조사가 공립학교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동네의 공립학교에 대해 A나 B점수를 매기고 있는 주민의 비율이 1978년에는 36%였으나 최근에는 49%로 치솟았다. 이는 공립학교들도 AP 클래스나 대학수준의 클래스를 속속 개설하며 학생들의 학구열에 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칼리지보드에 의하면 지난 10년 동안 AP나 대학수준의 클래스를 오픈하고 있는 미 전국 학교는 36%가 증가, 1만5,000여 고등학교가 이런 클래스를 개설하고 있다. 때문에 2000년에는 16%의 공립학교 시니어들이 AP시험을 봤으나 지금은 거의 25%에 가까운 공립학교 시니어들이 적어도 1과목 이상의 AP시험을 보고 있다.
8. 공립학교들이 학생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요즘은 공립이라고 해서 가만히 앉아서 학생을 받는 것이 아니다. 지역에 따라서는 공립학교 교장이 사립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부모들을 따로 초청해서 ‘인포메이션 세션’을 갖는가 하면 사립학교에서 하는 것처럼 경매나 기금모금 행사를 마련해 음악이나 필드트립등 특별활동을 위한 기금을 별도로 마련하는 공립학교들이 늘고 있다.
더구나 요즘은 ‘베이비 부머’(baby boomer)의 시대가 아닌 ‘베이비 버스트’(baby bust)시대이다. 그 만큼 학령기 아동이 줄고 있다. 이에 따라 각 학교들은 이제 그동안 늘어만 가던 신입생이 줄어들 것에 대비해야 한다. 교육계에서는 2013년까지 사립학교의 학생 수 감소보다 공립학교의 학생 수 감소가 더 클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대책에 돌입했다.
교육전문가나 컨설턴트들은 “사립이나 공립 중 어느 쪽이 더 좋다고 간단하게 말할 수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 단지 내 아이가 작은 학교에 더 잘 적응할 것인지, 사회활동이 많고 학생 수가 많은 큰 학교에서도 잘 뻗어 나갈 수 있을 것인지 개개인의 성향과 특성을 잘 관찰한 다음 결정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학습방법과 교수방법은 각 학교마다 다르며 연방교육부에 따르면 대부분의 공립학교는 교사 대 학생비율이 16대1이지만 사립학교는 평균 9대1이다.
<정석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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