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신입생의 절반을 조기전형으로 합격시킨 프린스턴 대학이 2008년 가을학기 지원자부터 조기지원제도를 폐지한다.
하버드 연구팀의 조사에 따르면, 조기지원이 SAT 성적에 약 100점에 더 해 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기지원 장단점 및 전망은…
과연 미국 명문대학들의 조기전형 제도가 무너질까? 하버드 대학이 지난달 조기지원(early admission) 제도를 폐지한다고 발표한 이후 전국 대입 지망생들과 학부모들의 최대 관심사다. 하버드 대학의 충격적인 발표가 있은 지 6일만인 18일 프린스턴 대학이, 이어 25일 버지니아 대학에서도 조기지원제를 폐지한다고 발표하면서 교육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하버드가 조기지원 폐지를 2008년 가을학기 입학지원자들부터로 미룬 이유도 이처럼 다른 대학들이 합류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과연 도미노 현상으로 이어질지가 문제다. 대부분 대학의 조기지원 마감인 11월1일을 한달 앞두고 조기지원 제도에 대해 소개하고 앞으로의 전망을 살펴본다.
하버드 이어 프린스턴, 버지니아 대학도 없애
예일·MIT등 다른 명문대학들은 당분간 유지
사실 조기지원제에 대한 미국 교육계의 논란은 하버드의 발표가 있기 전부터 고조되고 있었다.
지난 6월 뉴욕에서는 앰허스트, 윌리엄스, 스와스모어 등 11개 명문 인문대학의 총장들이 이틀간 모여 조기지원제 폐지 가능성에 대해 열띤 논쟁을 벌였었다.
앞서 지난 5월 델라웨어 대학에서 조기지원을 없애기로 결정 내렸었고 4년 전에는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채플힐스)이 주요 대학 가운데 제일 먼저 조기지원제를 폐지했었다.
그러나 명문 사립대학 가운데 조기지원을 포기하기는 하버드가 처음이었다. 발표가 나온 순간 고등학교 카운슬러부터 매서추세츠 공대(MIT)의 입학처장까지 모두 믿을 수 없다며 충격을 금치 못했다.
조기지원 제도가 그만큼 명문 사립대학들의 입학 정책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하버드의 경우 지난해 조기지원자가 전체 합격자의 38%를 차지했고 프린스턴은 신입생의 49%가 조기전형으로 합격했다.
■조기지원제 장단점
아이비드림의 이정석 대표는 “조기지원을 하는 학생들이 소수인 것을 감안하면 조기지원제가 사라지는 것이 일반 학생들에게 더 유리하다”며 또 “조기지원에서 백인 학생들의 합격률이 아시안 보다 우세한 편”이라고 말했다.
조기지원제를 반대하는 교육자들은 조기지원이 구조적으로 저소득층과 소수계 학생들에게 불리하다고 주장한다.
재정적인 필요가 없는 부유층, 동창 자녀(legacy)들, 비싼 교육 컨설팅 등을 통해 입학제도의 비결을 잘 아는 학생들의 비율이 높다.
한 하버드 교수는 14개 명문대의 입학사정을 조사한 결과, 조기지원이 SAT 성적에 약 100점에 더해 주는 효과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조기지원제 반대자들은 따라서 일정 대학에 반드시 가고 싶다는 생각이 없는 학생들도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조기지원 압력을 받는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미 어느 대학에 가고 싶은지 결정했거나 재정보조 패키지를 비교할 필요가 없는 학생들의 입장에서 보면 조기지원의 장점은 분명하다.
많은 대학의 경우 합격률이 정규지원보다 2∼3배 정도 높다. 지원자수가 비교적 적기 때문에 눈에 띌 확률이 더 높다.
또 대입시즌을 일찍 끝내버리고 12학년 봄학기를 즐기는 여유가 가능하므로 대입 스트레스를 오히려 덜 수 있다.
또 대학측에서 보면 조기지원은 우등생들을 끌어들이고 또 합격자 등록률(yield rate)을 올려 US 뉴스 & 월드 리포트의 대학 랭킹에서 순위를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조기지원제 전망
따라서 여러 대입 전문가들은 하버드와 프린스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조기지원을 포기하는 대학이 많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이비드림의 이정석 대표에 따르면, 하버드, 프린스턴, 예일 등과 같이 몇 손가락에 드는 명문대학들은 조기지원이 그리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
이들 대학은 조기지원을 통해 그 대학에만 가야한다는 제약이 없더라도 누구나 기꺼이 가고 싶어하는 대학이다. 다시 말하면 조기지원을 없앤다고 큰 손해를 보지 않는다.
하버드의 경우, 합격자들의 80%가 등록한다. 예일과 프린스턴도 등록률이 약 70%로 다른 대학들보다 월등하게 높다. 따라서 조기지원에도 가장 우수한 학생들이 몰린다.
이 대표는 그러나 일류 대학 중에서도 하버드보다는 이름이 약간 떨어지는 대학이나 리버럴 아츠 칼리지(인문대학)들은 조기지원을 포기하기 더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들 대학은 명문대로서 ‘브랜드 내임’을 선전하기 위해 US 뉴스 랭킹에서 순위를 높여야 하고 또 이를 위해 합격자 등록률을 높여야 하므로 조기지원에 의존해야 한다. 조기지원은 이들 대학과 지원자들이 서로에 대한 기준을 약간 낮춰 눈높이를 맞추는 도구인 셈이다.
더구나 예일, MIT, 스탠포드, 다트머스, 펜실베니아(유펜), 스와스모어 칼리지 등에서 최소한 당분간은 조기지원 제도를 계속 유지할 계획을 밝혀 이미 조기지원 폐지 운동에 브레이크가 걸린 셈이다. 하지만 하버드와 프린스턴의 결정으로 조기지원제 폐지 압력이 더 거세진 것도 사실이다.
지난 6월 뉴욕에서 만난 11개 대학의 총장들은 조기지원 뿐 아니라 근본적으로 US 뉴스 월드 리포트의 대학 랭킹이 입학정책에 미치는 영향을 주요 이슈로 다뤘다.
펜실베니아 대학 와튼 칼리지의 패트릭 하커 학장은 “여러 대학들이 랭킹을 올리기 위해 하는 일부 행동은 믿을 수 없을 정도”라고 개탄했다.
오리건의 명문 인문대학 리드 칼리지의 콜린 다이버 총장은 이같은 분위기를 ‘군비 확대 경쟁’(arms race)과 비유하며 “많은 총장들이 무장 해제를 원하지만 단독적으로 하기 불안해한다”고 털어놨다.
하버드·프린스턴
올해까지만 접수
하버드와 프린스턴 대학도 올해까지는 조기지원을 접수한다. 대체로 11월1일에 신청 마감이며 합격 여부는 12월 중순께 통보된다. 조기 지원은 크게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얼리 디시전(Early Decision)
얼리 디시전은 반드시 한 대학에만 조기 지원할 수 있으며 합격될 경우 반드시 그 대학에 진학해야 한다. 한 대학에만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여러 대학의 재정보조 패키지를 비교할 기회가 없으며 일반 지원보다 재정보조 조건이 불리한 경우가 많다. 컬럼비아, 코넬, 유펜 등이 얼리 디시전을 실시하고 있다.
■얼리 액션(Early Action)
대학 선택에 구애를 받고 싶지 않지만 합격 여부를 초조하게 기다리는 것도 싫은 학생들에 안성맞춤이다. 얼리 액션은 합격통지를 12월에 받지만 다른 정규지원과 마찬가지로 5월1일까지 결정을 미룰 수 있고 다른 대학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선택의 여지가 많은 만큼 합격에 유리한 이익도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시카고 대학과 MIT의 경우, 조기 지원자의 합격률과 정규 지원자의 합격률이 거의 차이가 없었다. 그외 칼텍, 조지타운대, 보스턴 칼리지, 피처 칼리지 등이 얼리 액션 지원제에 해당한다.
■단일 선택 얼리 액션
(Single Choice Early Action)
얼리 디시전과 얼리 액션의 특성을 섞어놓은 새로운 방식으로 얼리 디시전 제도처럼 단 한 대학에만 조기 지원을 하되 합격하더라도 반드시 그 학교에 등록해야 하는 구속력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단일 선택 얼리 액션으로 조기 합격을 한 뒤에도 정규 지원을 통해 다른 대학들에 지원할 수 있다. 예일대와 스탠포드대가 단일 선택 얼리 액션을 실시하고 있다.
<우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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