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음악기행 <3>
잘츠부르크의 풍경
이 올드타운에서 흥겨움을 느낄 수 있는 건 도시전체의
‘모차르트적인 것’들 때문 여행객은 분위기에 취해
“18세기식으로, 또 한잔… ”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안상호 기자>
20년 전 유럽여행을 다녀 온 두 사람에게 물었다. “유럽을 다시 간다면 어디를 가고 싶으세요?” 약속이나 한 듯 똑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잘츠부르크-” 거기서만 며칠 있다 왔으면 좋겠다고 한다.
잘츠부르크 교외의 거리 풍경. 이 인근에서 ‘사운드 오브 뮤직’이 촬영됐다.
비엔나 필 홈 연주장 연주회를 성사시킨 뮤직 매니지먼트사 SMC의 권숙녀 회장이 연주회 후 리셉션에서 환담하고 있다.
SMC 권순덕 사장.
잘츠부르크 모차르트 광장 인근의 대형 천막 주점. 오케스트라 연주가 이어지고 있다.
그 정도 이야기만 듣고 잘츠부르크에 갔다. 비엔나에서 아침 늦게 출발했으므로 잘츠부르크 역에 도착했을 때는 정오가 지나 있었다. 낮에는 ‘사운드 오브 뮤직’ 촬영지를 중심으로 짜여진 4시간짜리 버스투어를 따라 다녔다.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는 잘츠부르크 구 시가지는 밤에 혼자 어슬렁거리며 돌아봤다. 그리고 자정 조금 지나 취리히행 밤 기차에 올랐다. 잘츠부르크를 제대로 본 것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 잘츠부르크의 주마간산 인상기를 물어준다면 “좀 지나치게 아름다웠다”고 말하고 싶다. 20년 전에 유럽을 둘러본 두 사람의 말에 나는 전적으로 동감한다.
잘츠부르크는 무엇보다 모차르트의 마을이다. 모차르트 생가 등 유적지가 밀집한 잘츠부르크 올드타운에서 모처럼 살아 있음의 흥겨움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도시 전체가 ‘모차르트적인 것’들에 싸여 있었기 때문이다.
모차르트는 아름답다. 그리고 경쾌하다. 클래시컬이라면 지루하다는 생각부터 하는 사람들에게 모차르트는 클래시컬이라고 다 그런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래서 모차르트를 흔히 클래시칼 음악 입문용 정도로 생각하기 쉽다.
아무리 모차르트 매니아라도 그의 동어반복적인 리듬감, 18세기적인 단순성에 싫증날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럴 때는 고전과 낭만의 다른 음악가들을 두루 거쳐 정확한 음악적 질서를 보여주는 바하로 나아간다. 바하에 등을 돌리게 되면 현대음악을 기웃거린다. 그런 후 다시 모차르트로 돌아온다면 듣는 음악에서는 한 사이클을 지나게 된다.
이렇게 한 3번쯤 돌고 난 후 다시 만난 모차르트는 처음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그의 음악은 더 이상 경쾌하지만은 않다. 모차르트가 대면했을 삶의 근원적이거나 현실적인 그늘과 애환-. 그것들을 초극한 곳에서 천상을 노래하는 듯한 그의 음악이 이뤄진 것을 눈치챈다면 그의 음악은 오히려 눈물겹기조차 하다.
그날 저녁 모차르트 광장 인근은 생맥주 잔을 치켜든 여행객들로 밤늦도록 흥청대고 있었다. 모차르트는 그들 사이에 애환 없는 삶의 흥겨움으로 살아 있었다.
‘음악을 만드는 사람’ SMC 권순덕씨
비엔나로, 프라하로, 밀라노로… 한인 연주가들의 ‘매니저’
<비엔나-안상호 기자>
뮤직 매니지먼트사 SMC 대표 권순덕씨는 아침 일찍 비엔나의 집을 나섰다. 차로 3시간 남짓 거리인 프라하로 가기 위해서였다. 다음날 저녁 프라하에서는 드보르작 국제뮤직페스티발이 열린다. 여기에는 그가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첼리스트 여미혜가 출연한다. 이 공연이 끝나면 여미혜와 그는 곧장 밀라노로 이동해 이탈리안 피아니스트와 듀오 콘서트를 해야 한다. 집에 돌아오는 날은 닷새 후. 권순덕 사장은 이런 이동 생활에 이골이 난 사람이다.
내년에는 작곡가 쇼스타코비치의 아들 맥심 쇼스타코비치를 서울로 초청, KBS 교향악단을 지휘하게 하는 일도 그가 다리를 놓았지만 그의 주업은 한국과 미주의 음악인들에게 유럽무대를 열어주는 것이다. 이같은 일을 하는 한인은 알려지기로는 그가 유일하다.
현재 그가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한인 음악가는 13명 정도. 그는 이들에게 최소 연 6~10회 정도의 유럽무대를 주선하고 있다. 프라하의 드보르작홀과 스메타나홀, 부다페스트의 리스트홀, 비엔나심포니, 뉘른베르크 심포니, 하노버 방송교향악단 정기연주회 등은 그의 단골무대다.
지난 18일 비엔나 필의 홈 연주장인 무직페라인 골든홀 연주회도 그의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성사됐다. 빈필 연주홀을 어떻게 열 것인가 고민하던 그는 30만 회원의 실버협회를 이용했다. 현 오스트리아 국회의장이 회장인 실버협회는 은퇴자 모임. 협회의 영향력을 등에 업고 이들을 위한 음악회를 열겠다는 명분을 내세우자 꿈의 무대 골든 홀의 문도 열렸다. 이제 매년 2차례 이상 빈필 공연무대를 한인 음악가들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비엔나는 먼 곳이다. LA에서 금요일 저녁 출발했는데 취리히를 거쳐 도착한 것은 만 24시간 뒤인 토요일 저녁. 시차 9시간을 빼도 15시간이 걸렸다. 서울에서 북경을 거쳐오는 데도 비슷한 시간이 걸린다.
골든홀 음악회와 관련된 사람들은 대부분 이렇게 먼 곳에서 모여들어 낮에는 리허설, 밤은 낯선 방에서 보낸 후 겨우 2시간짜리 음악회 하나를 만들거나 지켜본 후 다시 제 갈 길로 흩어져 갔다. 음악을 만들기 보다 단순히 음악을 듣는 것이야말로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때마침 가을비가 뿌리는 비엔나의 뒷길을 걷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SMC 웹사이트는 www.classicsmc.com., 유럽무대에 관심있는 음악도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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