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삼년 지난 얘기다. 어느 스님이-우연히 혹은 불가의 용어를 빌면 어떤 인연 따라-오클랜드에 들렀다. ‘여기다 절을 지어서…’ 스님의 생각은 그랬다. 다시 오마 다짐하며 되돌아간 한국에서 스님은 새 인연의 옷깃에 스쳤다. 다음 발길이 아연 달라졌다, 서부 오클랜드 대신 동부 뉴욕으로 뉴저지로. 뉴저지 보리사(菩提寺)는 그렇게 태어났다. 금방 될 듯했던 오클랜드 한인사찰은 그렇게 옛얘기가 됐다.
다운타운에서 텔레그래프가와 브로드웨이가를 따라 한인상가들이 속속 들어서는 등 북가주 한인사회의 뉴 허브 중 하나로 뿌리를 내려온 오클랜드에-다시, 아니 처음으로-한인사찰이 생긴다.
실은, 간판만 내걸지 않았을 뿐 이미 생겼다. 버클리에 가까운 오클랜드 북부 59가와 섀턱 애브뉴가 만나는 곳 2층 건물의 아래층 한쪽에 둥지를 틀기로 하고 내부공사가 한창이다. 공사는 대략 10월20일쯤 마무리된다고 한다. 때문에 10월1일(일)로 예정된 첫 법회는 때마침 비어있는 법당옆 사무실에서 시작한다.
공교롭게도 이름은 보리사(菩提寺, Borisa).
같은 조계종 사찰이라는 것 말고는 뉴저지 보리사와는 관계가 없는데 어찌어찌 그렇게 됐다. 2004년 12월부터 20개월 넘게 버클리 육조사 주지역할을 대행해오다 보리사를 꾸려 주지까지 맡게된 형전 스님은, 굳이 허락사항은 아니지만 뉴저지 보리사에 연락해 같은 이름을 써도 되느냐고 물어 덕담과 함께 양해를 얻었다.
올해 6월 육조사에 합류해 사랑방식 어린이불자 한글학교를 이끌어온 돈오 스님도 보리사에서 새 출발한다. 성인들과 청년불자들이 법회에 참가하는 동안 꾸러기 소년소녀들을 앉혀놓고 한명한명을 위해 따로 만든 맞춤형 교재를 이용해 곁방에서 해오던 한글공부는 보리사 건물주의 양해를 얻어 2층 미팅룸에서 이어나갈 계획이다.
그런데 육조사는?
한때 매물로 나왔다는 말이 돌았으나, 회주 현웅 스님의 뜻에 따라 ‘조용한’ 선원(젠센터)으로 되돌아간다는 후문이다.
지난 24일 육조사에서의 마지막 법회를 마치고 오는 30일 보리사에서의 첫 법회를 앞둔 형전 스님은 말한다.
…조금은 조심스럽습니다. 아직 사찰이 시작도 안했는데…위기이면서 기회입니다. 좋은
기회이지요…다만, 새로운 곳으로의 기대와 불안이 조금 있을 뿐…1명에서 시작해…지금은 20명이 조금 넘게 나오고…앞으로 많은 발전을 할 겁니다…재가와 출가가 더불어 살아가는 이상적인 사찰이 되었음 하는 바램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오클랜드 보리사
▷주소 : 5900 Shattuck Ave., Oakland ▷전화 : (형전 스님) 510-375-6713
◇조직 ▷자비회(신도회, 회장 박재영•부회장 허성호) ▷보리회중창단(가칭 가릉빙가) ▷풍물놀이(사물놀이) ▷보리회보 편집위 ▷한글학교(담당 돈오 스님) ▷고문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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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선(禪)과 현대인
법일 스님/전 북가주 불교방송국 고문
서양의 정신분석학자 칼 융(1865-1961)은 21세기는 동양의 선사상에 의하여 서양이 구제될 것이라고 예언한 바 있다. 오늘날 동서양을 막론하고 세계 도처에서 선 센터들이 문을 열고 선 수행자들이 날로 급증하고 있다. 미국에만도 천만명 이상이 선 수행을 하고 있다는 통계다. 이는 인간의 행 또는 불행이 물질적인 면보다 정신적인 면에 더 있음을 보여준다. 세계 4대빈국 방글라데시가 행복지수 세계1위다(한국 62위).
심리학자들이 조사한 바로는 좌선 중 무념상태에 들면 두뇌에서 알파파라는 뇌파가 나타나고 선정이 30분 이상 지속되면 델타파라는 뇌파가 나타나게 된다고 증명하였다. 둘 다 잔잔한 뇌파로서 심신의 안정됨을 나타내주고 있다. 현대는 차고 메마른 시대다. 불신의 시대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앓고 있다. 스트레스는 초조와
근심을 안겨준다. 선 수행이야말로 심신을 이완시켜 기관차가 폭주하듯 치닫기만 하는 삶의 굴레로부터 쉬게 한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는 하루에 얼마간 할애하여 참선수행을 하고 있다고 한다. 영국의 록그룹 비틀즈는 참선을 통해서 스트레스를 풀고 잡념을 맑게 했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고등학교 학생들의 정서순환 프로그램으로 참선을 실행하고 있으며 교도소 수감자들의 정서안정 프로그램으로 인용되고 있다.
그러면 선이란 무엇인가? 본래의 자기, 즉 진아(眞我)에게로 회귀하는 방법으로서 범어의 말로 선나(禪那)라고 한다. 마음이 한 경지에 머문다는 뜻으로 적정, 평형, 평안을 의미한다. 쉴새없이 준동하는 복잡다난한 마음을 다잡아서 우리의 지각을 정화하고 바르게 잡아주는 가르침이다. 배금주의와 상업주의에 물들어 흥분, 충동, 쾌락에 심신을 내맡기면 심신의
에너지를 빨리 탕진시켜 마음의 평형은 파괴된다. 그러나 선은 에너지의 이러한 과다소비를 억제하는 한편 외적인 어떤 충동에서도 평형상태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해준다.
또한 선에 있어서의 깨달음이란 일념미생전(一念未生前),즉 한생각이 일어나기 직전의 공적한 곳을 투과함이니, 곧 인식의 한계를 벗어난 변화된 다른 차원의 순수의식으로의
진입이다. 실로 융의 말처럼 자아의 형태로 제한된 의식이 무아(無我)적인, 곧 제한되지 않은 무애식(無碍識)으로의 진입이다. 이곳이야말로 모든 생각들, 이미지, 야망, 공포, 두려움 등이 제거된 일체의 조작이 끝난 곳으로 청정본연(淸淨本然)의 곳이다.
철학자 쇼펜하워가 인류가 후손에게 물려줄 감명적인 철학서적이라고 극찬한 인도의
우파니샤드(3천년전 철학서적)에 이런 말이 있다.
아들아, 가서 무화과 열매를 따오너라
이미 따왔습니다
그러면 그 열매를 쪼개어 보아라.
무엇이 들어 있느냐?
아버지시여 씨앗이 들어있을 뿐입니다.
아들아 그 씨앗을 다시 쪼개어보아라.
무엇이 있느냐?
씨가 들어 있습니다.
아들아 그 씨를 또다시 쪼개어 보아라.
무엇이 있느냐?
아버지시여, 아무것도 없습니다.
아들아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일체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것이 아트만이니 실재(實在)니라.
이것이 또한 선에 있어서의 진공묘유(眞空妙有)로서
사중득활(死中得活)이니, 곧 무분별처(無分別處)인
진공에서 현실의 차별지(差別智)의 세계로 살아남이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 되는 초월의 경지인 것이다.
실로 인간의 행복이란 안으로부터의 깨달음에 의한
자기혁명을 통하여 얻어지게 되는 것이니 인식되어진 모든
개념들을 벗어난 참된 깨달음이야말로 구속됨이 없는 참
자유와 행복을 얻게 될 것이다.
*스님 연락처 : (전화) 415-652-1981
(주소) 2640 Plymouth Way, San Bruno,
CA940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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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자 칼럼>
조계의 길은 미끄럽다
이윤우 법사/한국 대학생불교연합회 초대회장 역임
어언 40년이 훌쩍 넘은 일이다. 순천 송광사가 있는 조계산 가는 길은 언 땅위에 잔설이 깔려 미끄럽기 짝이 없었다. 중심을 잡지 못하면 휘청거리고 엉덩방아 찧기가 십상이었지만, 그 절에는 당대의 도인인 효봉 큰스님과 그의 법제자 구산 선사께서 계신다는 소문을 듣고
지리산을 넘어 찾아온 길이다. 겨울방학을 마치고 서울로 올라가기 전 며칠동안이다. 마침 효봉 스님께서는 대구 동화사의 금당선원 조실로 초청받아가시고 구산 스님께서 계셨는데, 만면에 미소를 띄우고 길손 축에도 못드는 학생을 맞아주셨다.
인사를 드리자 스님께서 물으셨다. 오시는 길은 괜찮던가? 예, 조금 미끄러웠습니다. 그러자 스님께서 매서운 눈빛으로 노려보시면서 말씀하셨다. 조계의 길은 사시장철 미끄러우니 조심하시게! … 묵묵부답했던 그 조계의 길이 무슨 길인지 또 사시장철 미끄럽다는 뜻이 무엇인지 겨우 짐작이라도 하게 된 것은 먼 뒷날의 일이었으니, 세속의 삶은 이러한 것인지 스스로 탄식해마지 않을 뿐이다.
조계산은 혜능 스님이 주석하던 산이름인데 그는 달마 선종의 여섯번째 조사라는 것은 아마도 상식일 터. 선문의 우회적인 표현이 조계, 조계산, 조계종, 조계사 등이라고 지칭되는 것은, 얼마나 혜능의 깨달음이 대단한 것임을 말해준다.
아, 그러나 놀랍고 당황스럽다. 그 조계선문에서 수도 없이 많은 구도자들이 찾고 또 찾아왔건만 그 어떤 신통력으로 쥘 수 없는 미끄러운 절대진리임을 어찌하리오. 무엇보다도 우선 딱 부러지게 정해놓은 것이 없는 게임이다. 골문도 없고 방향도 없고 아무런 출구도
보이지 않는 대충 이런 게임에서 선수들은 망연자실, 어지러움이 우선 생길 뿐이다. 그러나 정해놓은 것 없음이 그것임을 금강경에서는 아주 못을 박아놓고 있다. 무유정법(정해진 법 없음)을 명(이름)하여 아뇩다라삼약삼보리(무상정등각)라 한다.
여기에 옛 구도자들이 밟고 지나간 매끄러운 이야기를 몇토막 옮겨보자. 어느 중이 큰스님에게 물었다.
도대체 절대진리라는 것이 무엇입니까.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라네 하오면 산과 물이 진리입니까 대답하시되, 산은 산이 아니고, 물은 물이 아니지. 그러면 이도 저도 아닌 것이 절대진리란 말씀입니까.도둑은 이미 지나가 버렸네. …
걸망 하나 지고, 비탈지고 미끄러운 산길을 짐승인양 헤매던 저 많은 구도자들에게 한없는 찬사와 존경을 표하고 싶다. 그들이 품었던 숱한 질문과 대답들이 산색(山色)으로 화(化)하여 우리 앞에 펼쳐져 있지 않은가. 푸르름 말이다.
<불교마을 쪽지>
북가주 젊은불자연합회(KAYBA, 공동회장 정재원•설정원)는 29일 오후 7시 서니베일 정원사(주지 지연 스님)에서 제2차 정기모임을 갖는다. 이와 관련해 KAYBA 웹사이트(www.kayba.org) 웹지기는 여러분들의 뜨거운 열정을 보여주세요라고 많은 참가를 호소했다.
북가주 승가연합회는 관례대로 불자연합산행 하루 전날인 10월13일 연합산행 당번사찰인 정원사에서 월례모임을 갖고 승가연합회의 발전방향 등에 대해 논의한다. 제4차 월례 연합산행은 이튿날인 10월14일 오전 9시부터 빅 배신(추후 변경가능)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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