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산 화이트 와인 테이스팅…
드라이·경쾌·클래식한 맛에 매혹
오랜만에 친구들과 화이트 와인 테이스팅을 가졌다.
이번에는 미국산이나 신세계보다는 구세계 와인을 맛보자 하여 프랑스 알사스 산 리즐링, 르와르 상세르, 부르고뉴 화이트와 이태리 산 피노 그리지오, 네 종류를 골라 시음했다.
지금은 사실 계절적으로 백포도주를 마시기 좋은 시즌은 아니다. 화이트 와인은 보통 봄철을 맞아 피크닉을 나가거나, 한여름 식탁에서 차게 하여 마시면 가볍고 상큼한 맛이 기분을 업 시켜주기 때문에 초여름에 많이 마시는 편이다.
하지만 와인 러버들에게 계절이 어디 있으랴. 언제 어디서든 살아 숨쉬며 나의 미각과 교감하는 와인 한 잔만 있다면 그것이 화이트인들, 레드인들, 샴페인인들,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초가을 저녁에 마시는 화이트 와인은 더 그럴싸했다. 괜히 우울해지려는 가을여자들의 마음을 신선하게 어루만져 주는, 맛있는 와인 한잔의 위력은 대단하다. 우리는 새우볶음밥에 가벼운 샐러드, 만두, 그리고 치즈와 빵을 곁들여 시음했는데 그런대로 상당히 흡족한 푸드 앤 와인 페어링을 즐길 수 있었다.
가벼운 것으로부터 무거운 것까지 차례로 맛을 보았는데 유럽산 와인은 확실히 신세계 와인들보다 더 드라이하고 경쾌한 느낌, 포도 열매의 맛에 더 충실한 클래식 포도주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리즐링(Hugel Riesling 2004)
독일과 인접한 프랑스 알사스 지방에서 나오는 리즐링은 드라이하고 경쾌하면서도 자신감이 넘치는 와인이다. 리즐링은 화이트 와인 중 맛과 바디가 가장 가벼운데다 아주 델리킷하며 엘레건트 하고 알콜도수가 8% 정도로 낮아서 누구나 쉽게 마실 수 있고 여러 음식과 두루 잘 어울린다. 위겔(Hugel & Fils)의 리즐링은 드라이 리즐링의 특징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다. 아주 연한 색과 미세한 향, 그리고 신선한 과일 맛이 아주 매력적이다. 코스코와 트레이더 조스에서 13.99~15.99달러
▲피노 그리지오(Santa Margherita Pinot Grigio 2005)
이태리는 레드 와인이 훨씬 강세지만 근래에는 좋은 화이트 와인도 많이 생산된다. 산타 마게리타의 피노 그리지오가 그 좋은 예로 연두빛을 띈 연노랑색 컬러와 깨끗하고 강렬한 맛이 팔레트를 압도한다. 미디엄 바디에 기분좋은 사과 향이 감돌며 산뜻한 뒷맛이 인상적이다. 많은 상점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트레이더 조스와 코스코에서 18.99달러로 가장 싸다.
▲상세르(Chateau de Sancerre, Sancerre 2004)
상세르는 프랑스 중부 루아르 지방의 한 지역 이름으로 이 지역에서 나오는 상세르 와인은 100% 소비뇽 블랑으로 빚어진 것이다.
소비뇽 블랑은 향긋한 풀냄새와 미네럴 향이 특징인 미디엄 바디의 와인으로 신세계에서도 샤도네 다음으로 많이 생산되는 화이트 와인이다.
샤토 드 상세르의 상세르 와인은 향과 맛이 아주 강렬하다. 복숭아와 꽃향기가 확 느껴지면서 그레이프 프룻 등 몇겹의 과일 맛이 오래도록 남는 훌륭한 맛. 코스코에서 17.99달러.
▲화이트 버건디(Corton-Charlemagne Grand Cru 2004)
브루고뉴 지방에서 나오는 화이트 와인은 모두 샤도네 품종으로 만든 것이다. 샤도네는 화이트 와인 중 가장 무겁고 중성적인 맛을 가졌으며 오크향에 친숙하기 때문에 상큼한 맛은 없지만 진하고 우아한 백포도주의 진수를 표현한다. 황금빛 색깔에 아몬드 냄새를 맡을 수 있는 묵직한 와인으로 보통 오크통 숙성을 거쳐 나오기 때문에 다른 화이트 와인들과는 달리 꽤 오랫동안(10~20년까지) 숙성할 수 있다.
그런데 가장 기대가 컸던 루이 라투르(Louis Latour)의 코르통 샤를마뉴는 이날 시음한 와인 중 가장 실망스러웠다. 그랑 크루라는 최고등급에도 불구하고 맛의 밸런스가 좋지 않았으며 마시면 마실수록 쇠맛(steel)이 너무 진하게 팔레트에 남는 바람에 ‘싸구려’ 같은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코스코에서 69.99달러.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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