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의 기록적인 출산율 감소에 따른 남성들의 가사분담의 중요성에 관한 글을 읽었는데 남성들의 가사분담은 중요한 첫걸음이며 가사분담보다 더욱 힘든 이슈는 육아분담이라고 생각한다.
육아분담 점검하기 테스트는 아마 이런 질문이 될 것 같다. 두 부부가 각자 직장생활을 하거나 사업을 할 경우 ‘새벽 2시에 우는 아기를 누가 일어나서 봐주어야 하는가’ ‘아침과 오후에 누가 아이들을 픽업하는가’ ‘주말 각종 과외 활동은 누가 주로 픽업하는가’ ‘근무시간에 아이가 아프면 둘 중 누가 아이 픽업을 위해 직장에서 조퇴를 해야 하는가’ ‘아내의 직위와 경제적 소득이 남편보다 높을 시 둘 중 누가 파트타임으로 전환해야 하는가’… 아마 이 점검 테스트는 양가 부모님들께 먼저 해보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어떤 장인 장모님이 사위가 집에서 아이를 보고 딸이 나가서 집안 재정의 책임을 전담하는 것을 보며 기뻐할 수 있을까. 또한 며느리가 훨씬 경제적 능력이 좋으니 당신의 아들이 직장을 포기하고 육아분담을 위해 파트타임으로 일하거나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직업을 찾는다거나 아예 전업주부가 된다면 과연 그런 아들에게 칭찬 을 해 줄 수 있는 시부모님이 얼마나 있을 것인가.
한국에서 얼마전 방영된 드라마 중에 남편이 회사에서 해임당한 후 전업주부가 되고 아내가 경제활동을 하는 코믹한 드라마를 보았는데 극중에서 남편이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콧소리로 ‘자기 빨리 집에 와’라고 하는 등 코미디화 시키는 것을 보았다. 이곳 미국에선 이런 이야기가 어느 정도 현실성이 있다.
이미 뉴스위크에 보도되었듯이 많은 여성들이 미국 대기업의 최고 경영자의 자리를 차지하게 됨에 따라 그들의 남편이 자신의 근무시간을 줄이거나 전직하여 자녀양육 문제를 책임지고 있다는 내용을 얼마전 칼럼에서 소개한 바 있다.
소수의 아주 성공한 여성들의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남녀평등을 내세우는 이곳 미국에서도 육아분담은 여전히 여성들의 차지이다. 또 사회 전체적으로 신생아의 모유수유를 권장하고 여성들의 타고난 모성애 또한 그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아기가 어렸을 때는 당분간 직장을 그만 두고라도 직접 키우고 싶어하는 것이 여성들의 모성 본능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많은 가정이 경제적인 이유로 힘들고 전문직의 경우 열심히 쌓아온 커리어를 당분간 포기하는 것 또한 쉬운 결정이 아니다.
USC 대학은 캘리포니아주의 법에 따라 임신, 출산 및 그에 관련된 사유로 자신의 업무수행이 불가한 경우 4개월간의 무급 휴가를 제공한다. 단 4개월간의 무급휴가 시 다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즉 월급의 절반 수준인 상해혜택을 받으며 집에서 아이를 잠시간 키울 수가 있지만 그 사이에 아이를 돌봐줄 사람을 구하거나 아니면 경제적으로 가능하면 직장을 그만두기도 한다. 아이를 보면서 일할 수 있는 재택근무가 가능한 일로 전직을 하는 것을 희망하지만 현실적으로 집에서 아이를 키우며 할 수 있는 직종은 여전히 드물다.
특히 한국과 미국 가정에서 급격하게 늘어나는 50%이상의 이혼율은 젊은 부부들로 하여금 선뜻 자녀를 갖겠다는 결심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현실적인 사회 현상이다. 특히 여성의 경우 미국에서는 보통 이혼 후에 자녀 양육권이 어머니에게 주로 주어지는데 자녀 양육과 경제활동을 병행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모른다. 어린자녀 여러 명을 둔 어머니가 직장 생활을 하는 우리 사무실의 싱글맘 직원들이 겪는 심리적 육체적, 경제적 스트레스는 옆에서 보기조차 안쓰러울 정도이다.
이곳 미국에서도 4개월 무급 휴가 후에 아직 어린 아이들을 맡길 수 있는 영아소, 탁아소 시설이 열악한 상태인데 한국은 더욱 심각하다고 들었다. 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증가율을 보이는 한국의 이혼 현황과 가정 파괴의 위협, 그로 인해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급증하는 여성들의 사회참여와 경제적 독립의 필연성이 자연적으로 여성들을 점점 더 일자리로 몰아갈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일생동안의 책임이 따르는 출산과 커리어의 선택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닐 것이다.
자녀출산과 양육을 권장하고 보호할 수 있는 획기적인 사회복지 시스템이 도입되지 않는 이상 한국에서 급감하는 출산율에 대해 올바른 해답은 찾기가 어려울 것이다.
케이 송
USC 부부총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