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스카사 ‘…식품 첨가물’펴내
2시간에 걸쳐 만들어야 할 음식을 5분만에 먹을 수 있는 편리하고 저렴한 음식의 탄생은 식품첨가물의 작품이다. 한 예로 아침에 된장국과 밥, 몇가지 반찬, 점심은 간단한 시판용 김밥, 저녁은 직접 지은 일품 요리와 밥으로 식사를 하게 될 때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60-70가지의 식품 첨가물을 섭취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오늘은 우리가 살면서 꼭 읽어 봐야할 음식에 관한 아주 중요한 책을 소개하고싶다.
화학조미료·향료·유화제·색소·산화방지제
우리가 모르는새 하루 60~70가지 섭취
몸 안에서 어떤 화학반응 일으킬지 아무도 몰라
그는 식품 첨가물 세일즈를 하는 걸어다니는 첨가물 사전 또는 첨가물박사로 불렸다.
거래기업에서 폐기되어야 마땅한 잡육을 대량으로 싸게 들여와서 어떻게든 제품으로 만들어 이윤을 남기고자 그를 찾아왔다. 고기는 소뼈를 깎아 모은 것들로 잡육 중에서도 최하품으로 산업쓰레기라 해도 무방할 정도였고 제품 상태는 이미 흐물흐물해져 물이 질질 흘러 사람이 먹을 것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상태였지만 묘안은 속속 떠오른다.
일단 가장 싸구려 닭고기와 인조육이라 불리는 대두단백을 사용하여 양을 늘리고, 두말할 것도 없이 화학조미료와 향료를 투입하며 맛을 낸다. 씹을 때 부드러움을 주기 위해 라드와 변전 성분을 넣고 공장의 기계작동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증점제와 유화제를 넣는다. 또 먹음직스런 색을 내기 위해 색소를, 보존기간을 늘리기 위해 보존료, pH조정제, 산화방지제를 섞어 탄생된 것이 바로 미트볼이다.
다음은 소스를 만들 차례인데 원가가 비싼 케첩은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가짜 케첩 소스를 만든다. 빙초산을 희석하고 캐러멜색소를 색을 낸 후 화학조미료로 맛을 맞추면 그럴듯한 케첩소스가 완성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소스와 미트볼을 섞어 진공 팩에 넣고 가열살균하면 완제품이 된다. 20-30 종류의 위대한 첨가물 덕분에 산업폐기물이자 쓰레기 같은 고기가 아이들이 좋아하는 맛있는 미트볼로 재 탄생되었고 대형 마트의 저렴한 기획상품으로서 아이들을 타겟으로 한 시식회까지 열어 대히트를 치게 되고 기업은 엄청난 이윤을 남겼다.
두어 번만 씹으면 바로 삼킬 수 있는 부드러움이 아이들 인기의 원천이었고 진공팩 째로 전자 렌지에 돌리기만 하면 되는 편리함이 주부들을 사로잡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 미트볼은 그의 자부심의 상징이었다. 그냥 두면 폐기될 수밖에 없는 원료육을 그의 노력으로 인해 사랑받는 식품으로 거듭 태어나게 했으며 환경 측면에서도 높이 평가되어야 하고 한푼이라도 아끼려는 주부들의 입장에서는 더없는 축복이라고 생각했다. 더구나 사용한 첨가물들은 모두 나라에서 사용해도 좋다고 허가해준 것이었으므로 그는 스스로 식품산업의 발전에도 큰 몫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자부심에 가득 차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집에서 치른 딸아이의 생일잔치 음식으로 차려진 미트볼을 하나 집어 먹게 되면서 그의 인생은 커다란 변화를 겪게 된다. 무심코 집어든 미트볼을 한번 두번 씹으면서 미각만으로도 무슨 첨가물이 들어갔는지 훤히 아는 그는 이 미트볼이 바로 자신이 개발한 그 쓰레기 고기로 만든 것이며 자신의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에 하나임을 알게된다. 식품첨가제 세일즈맨으로서 법을 어긴 일도 없고 환경에도 보탬이 되는 일을 하며 여러 사람을 편리하게 하고 기업에는 넉넉한 이윤까지 만들어주는 자신의 직업에 무척이나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던 그이건만 자신의 아이들에게만은 그가 만든 음식을 먹이고 싶지 않다는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양심의 죄의식은 그 다음날로 사표를 내게 만들었고 그 후 식품첨가물의 이면에 대해 사람들에게 홍보하고 강의하는 전도사로서의 인생을 살게 된다. 이 내용이 바로 ‘인간이 만든 위대한 속임수 식품첨가물’의 저자 일본인 아베 쓰카사의 실제 이야기이다.
우리가 늘상 쓰는 간장, 된장, 고추장에도 수많은 첨가물이 들어가 있다. 간장의 예로 들어보자. 뒷면에 커다란 글씨로 탈지 대두라고 쓰여 있다. 예전에도 무심코 탈지대두가 뭘까 의문은 가졌었지만 직접 알아보지는 않았는데 이 책에서 탈지대두가 과연 무엇인지 잘 설명해 주고 있다.
간장의 구수한 맛은 단백질 분해 산물인 아미노산에서 나는데 가장 싼값에 이를 얻기 위해 기름을 짜고 남은 콩 찌꺼기인 탈지대두를 사용하는 것이다. 여기에 화학조미료인 글루타민산 나트륨으로 맛을 내고 감미료로 단맛을 보탠 후 상큼한 맛이 나는 산미료를 넣고 걸쭉한 느낌이 들도록 증점제를 넣는다. 색은 캐러멜색소로 해결하고 보존료를 넣어 보존기간을 늘리고 마지막으로 자연 숙성간장을 조금 섞어주면 맛이 아주 그럴듯해 진다. 그러므로 우리가 간장이라 당연히 믿고 사용하고있는 이 검은 물은 진짜 자연 숙성간장이 아닌 첨가물을 이용한 모조간장인 것이라는 사실이다.
저자는 가장 화학조미료가 많이 들어간 음식으로 단연 명란젓을 꼽는다. 명란젓을 ‘화학물질의 보고’로 비유하고 특히 아이들이 절대 먹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였다. 물컹거리고 진물이 질질 흐르는 명태알이 첨가물 액에 하룻밤만 담가놓으면 마술에 걸린 듯 투명하고 맑고 윤이 잘잘 흐르는 고급제품으로 탈바꿈하고 여기에 기본적으로 26가지 정도의 첨가물이 들어가는데 여기에 포함되는 화학조미료의 양만 따져도 전체 원료의 2-3퍼센트에 달한다고 하니 ‘명란젓 = 화학조미료의 맛’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이 뿐 아니라 이 책은 소금, 설탕, 식초, 커피 프림, 과일 맛나는 주스, 라면 수프, 과자, 술, 저염식품, 육가공품 등에 숨어있는 첨가물의 역할에 대해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많은 비밀들을 파헤쳐 두고 있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식품 첨가물은 대부분이 유해성을 검증 받았고 몸에 그다지 나쁘진 않다고들 생각하고 있지만 그 안전성에 대해서는 아무도 자신있게 말할 수 없는 이유가 30-40종류의 첨가물을 한꺼번에 섭취하면서 발생하는 부작용 때문이다.
각각 물질에 대한 검사는 동물실험을 통해 검증되었다고는 하지만 각기 다른 체질과 다양한 스트레스까지 안고 사는 인간의 몸에서 수많은 종류의 화학물질들이 만나 어떠한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모른다고 설명하며, 원인을 알 수 없는 요즘 시대의 신종 병들을 예로 들었다.
한국에서는 9월5일자로 모든 식품첨가제의 의무 표기제가 실시되었다. 이제 결국 모든 책임은 소비자 각자의 몫으로 돌아온다는 뜻이기도 하다. 모르고 방치한 두부의 보존기간이 생각보다 길고, 패스트푸드가 왜 저렴한지, 직거래로 유통마진을 줄였다고 외치는 대형 마트에서의 음식 세일은 어떻게 이렇게 쌀 수 있는지, 데워서 먹기만 하면 되는 제품도 어쩌면 이렇게 맛이 좋고 신선해 보이는지… 등 사소한 관심과 의문을 가져보는 것만이 나와 가족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저자는 설명하고 있다.
<글·사진 이은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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