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는 음악의 장르 중에서 비교적 역사는 짧지만 가장 많은 애호가들로 부터 사랑 받아왔다. 인류가 최초로 오페라라는 형식을 즐기기 시작한 것은 15세기말부터였다. 이탈리아 피렌체의 음악 애호가 바르디 백작의 저택에서 부터 시작된 작은 노래 극이 발전, 오페라의 시초가 되었고 몬테 베르디 등 베네치아 악파를 거치면서 오페라는 16-18세기에 크게 중흥했다.
오페라가 종합예술로서의 명성을 떨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중엽 바그너, 베르디 등의 낭만파 시대부터였다. 음악을 위시하여 시, 연극, 미술, 무용 등이 총망라 된 종합예술로서 오페라는 대단한 매력을 과시하며 대중 속에 파고들기 시작했고 구노, 오펜바하, 요한 시트라우스, 비제, 풋치니 등을 탄생시키며 밀라노, 파리, 런던 등 유럽의 대도시를 거점으로 크게 성행하게 됐다. 그러나 오페라의 대중화에도 불구하고 오페라는 무대, 음악 등 종합예술로서의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약점을 안고 있었다. 훌륭한 무대, 훌룡한 연기, 훌륭한 노래 삼위일체를 이루기는 대단히 힘들 뿐 아니라 많은 예산이 소요되고도 성공적인 작품이 나오기 힘든 장르가 바로 오페라였다.
그러므로 좋은 오페라는 좋은 오페라단에 의해서 이끌어질 수 밖에 없고, 뉴욕의 ‘멧츠’, 밀라노의 ‘라 스칼라’, 샌프란시스코의 ‘워 메모리얼 오페라’ 등이 명성을 얻고 있는 것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기 때문이었다.
샌프란시스코 오페라는 미국내에서 뉴욕 멧츠 다음로 많은 예산을 소비하는, 미서부 최대의 오페라 단이다. 70년도 말 세계적인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전속 가수로 있었고 마릴린 혼, 몽세라 카발리에, 플라치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 등 유명 성악가들의 단골 무대였다. 80년도 초까지 SF 오페라는 뉴욕 멧츠를 능가하는 질적인 수준을 과시했고, ‘라 스칼라’, ‘빈 오페라’와 더불어 세계 톱 오페라의 하나로 명성을 드날리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뉴욕 멧츠로 소속을 옮기고 유럽의 유명 가수들이 미 서부지역 방문을 꺼려하면서 부터 사향길을 걸어온 샌프란시스코 오페라는 특히 지난 5년간 베이지역의 IT 산업의 몰락과 더불어 재정적인 난까지 겪으며 매년 12편에 달하던 시즌 공연이 10편으로 줄어드는 등 질적•양적인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러나 SF 오페라는 이 동안에도 ‘욕망이라고 부르는 전차’, ‘Death Man Walking’, ‘Le Grand Macabre’, ‘Doctor Atomic’ 등의 작품을 세계 초연 시키며 나름대로 세계 오페라계의 리더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 온 바 있다.
SF 오페라의 장점이라고하면 뉴욕 ‘멧츠’나 ‘라 스칼라’에 비해 웅장한 맛은 떨어지지만 예술성이 돋보이는 아기자기한 무대, 효과적인 조명 등을 들 수 있다. 예를 들면 99년 시즌 개막 무대로 올려졌던 베르디의 ‘가면 무도회(Un Ballo in Maschera)’의 경우 비데오나 다른 녹화 테입으로서는 결코 맛 볼 수 없는 실무대의 진수를 보여준 공연이었다. 음악적으로나 극적으로나 결코 베르디의 최고 작품이라고 할 수 없는 ‘가면 무도회’가 개막 작품으로 자신있게 무대에 올려지고 또 극찬을 받은 데는 SF 오페라만의 노하우, 역량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SF 오페라가 ‘가면 무도회’등에서 펼쳐보인 조명이나 심혈을 기울인 무대효과는 놀라운 것으로써 이는 좋은 오페라와 우수한 오페라단과의 만남 만이 창출 할 수 있었던 종합예술의 진수였다.
SF 오페라가 이번 2006년 시즌을 여는 개막 작품으로 다시 한번 베르디의 ‘가면 무도회’를 선택한 것은 나름대로 자신감이 배경에 깔려 있기 때문이었다. 8일 개막작품으로 무대에 오른 ‘가면 무도회’는 7년전과 같은 극찬은 받지 못했지만 화려한 의상, 색채감 있는 무대를 통하여 나름대로 호평을 받았다. 1792년 스톡홀름에서 실제로 있었던, 구스타브 3세의 암살 사건을 다룬 이 작품은 당시 일국의 국왕의 암살 사건을 다뤘다고 해서 상연이 금지 되었으나 배경을 보스턴으로 옮기고 ‘구스타브 3세’라는 제목을 ‘가면 무도회’로 바꾸어 크게 성공한 작품이다. ‘SF 오페라’는 이번 무대에서 스톡홀름을 배경으로한 원작을 그대로 살렸다. 극적인면 보다는 음악적으로 우수한 이 작품은 널리 알려진 아리아는 없지만 2막 부터 전개되는 극적인 긴장감, 터져 나오는 합창의 장중한 맛 이 큰 감동을 주는 작품이다.
‘가면 무도회’는 20일 (7:30pm)과 23 일(8 pm), 26일 (7:30 pm), 29일 (8 pm) 등 4차례의 공연을 남겨놓고 있으며 ‘가면 무도회’를 볼 기회를 놓친 사람들은 9월30일 부터 공연되는 베르디의 또다른 역작 RIGOLETTO(리골레토)를 통해 베르디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다. (‘리골레토’ 공연일정 - 9월 30 (8 pm); 10월 3 (8 pm), 6 (8 pm), 9 (7:30 pm), 12 (7:30 pm), 15 (2 pm), 21 (8 pm)., 24 (7:30 pm)., 29 (2 pm))
올 David Gockley씨를 새 단장으로 임명한 SF 오페라는 새로운 각오로 멋진 프로덕션을 선보일 것을 자신하고 있다. 곡클리 단장은 휴스턴 오페라에서 활약하면서 야외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 오페라 공연을 생중계하는 등 오페라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해 온 단장이다. SF 오페라가 이번 시즌 펼치는 작품들은 베르디의 ‘가면무도회’를 비롯 요한 스트라우스 쥬니어의 ‘박쥐’ 베르디의 ‘리골레토’, 리하르트 바그너의 ‘트리스안과 이졸데’, 롯시니의 ‘세빌리아의 이발사’, 풋치니의 ‘마농 레스꼬’, 비제의 ‘칼멘’ 등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자세한 정보는 www.sfopera.com으로 검색해 볼 수 있다.
<이정훈 기자>
-작품 배경-
조세 페 베르디(1813-1901)는 1850부터 10년간 명작들을 속속 탄생시켰다. 일명 중기 시대라고 명명되는 이 시기에 베르디는 ‘리골레토’, ‘라 트라비아타’, ‘일 트로바토레’ 등 3대 작품을 탄생시켰으며 이외에도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 ‘시몬 보카네그라’, ‘가면무도회’등을 작곡했다.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는 파리 취향을 작곡된 작품으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으나 이후 베르디의 작품 성향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시몬 보카네그라’는 바리톤 중심의 다소 무거운 작품으로 특별히 비극적인 내용은 아니지만 너무 중압적이어서 베르디는 이 작품을 ‘너무 슬프고 비참한 작품”이라고 평했다고 한다. ‘시칠리아…’에서 엿볼 수 있는 파리적인 색채감…, ‘시몬 보카네그라’에서 엿볼 수 있는 장중한 맛이 교차하는 작품이 바로 ‘가면 무도회’였고 50년대 후반에 작곡된 3 작품중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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