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중한 숙제가 부작용 초래” 제기
학교 다녀오면 스낵 먹고 곧장 숙제하면 좀 좋으련만 아이는 학교에서 쌓인 긴장을 풀려는지 자전거를 타고 동네 한 바퀴를 돈다. 도중에 동네 친구를 만나 노닥거리다 보면 해는 서산에 기운다. 21세기, 무선시대. 엄마는 직장에서 아이에게 셀폰을 ‘때린다’ “숙제했니?” 엄마의 물음에 12세짜리 아이는 “이제 시작할 거예요”라고 대답하지만 부모가 퇴근해서 집에 도착할 때까지 숙제는 절반도 끝나지 못했다. 저녁식사 후 한가한 가족간의 대화는커녕 숙제와의 전쟁은 시작된다. 매일 밤 이런 풍경은 미 전국 각 가정에서 벌어지고 있다. 숙제, 그거 꼭 필요한 것인가? 그리고 얼마만큼이 적당한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홈웍 급증불구 성적 제자리
“배움에 대한 호기심 저해
하루에 10분 정도면 적당”
숙제 줄이기 운동 펼치기도
“바다가 육지로 동그랗게 파여서 들어온 것 중에 걸프보다 작은 것을 무어라고 하지요?” 7학년짜리 아이, 소셜 스터디 숙제를 하는지 밥 짓는 엄마에게 연신 질문이다. “그건 아마 Bay일 거다.” “그러면 작게 휘어져서 바다로 삐어져 나온 땅을 뭐라고 하지요?” “그건 Cape라고 하지. 그런데 너 지금 뭐 하는 거냐? 숙제는 네 스스로 찾아서 해야지 연신 엄마에게 질문만 하면 어쩌자는 거지?” 엄마의 목소리 톤이 달라진다. 아이는 쉬운 것은 엄마에게 물어서 먼저 해치우고 부모도 모르거나 알쏭달쏭한 것은 자신이 나중에 찾아서 해야 숙제가 빨리 끝난단다. 그래야 또 내일 있을 테스트 준비도 한다고.
이런 과정에서 아이는 엄마의 발음이 틀렸다고 트집을 잡고 부모는 왜 본 가지를 놓아두고 곁가지를 잡고 늘어지느냐고 언성을 높이다 보면 식사 후의 시간은 ‘그 놈의 숙제’ 때문에 엉망이 되어 버린다. 성질 급한 아이는 형아는 안 가르쳐 주고, 엄마는 모른다고 하고, 아빠는 잊어버렸다고 하면 누구 C 맞는 꼴 보려느냐고 제 문제를 가족의 문제로 확대하면서 밤 11시까지 난리다. 각 가정에서 매일 밤 벌어지고 있는 이런 낯설지 않은 풍경에 대해 맞장구를 치는 책 2권이 최근 나왔다. 그리고 타임지를 비롯한 미 유력 시사주간지들이 일제히 ‘홈웍의 허구’(The Myth About Homework)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볼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2권의 책이란 오늘날 시험위주의 교육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는 알피 콘의 저서인 ‘숙제의 허구’(The Homework Myth: 다 카포 프레스 발행, 243페이지)와 변호사이자 엄마인 새라 베넷과 언론인이자 엄마인 낸시 칼리시가 공동 집필한 ‘숙제를 반대하는 사례’(The Case Against Homework: 크라운사 발행, 290페이지)이다.
쿠퍼 박사를 비롯한 교육자들은 숙제가 학습습관을 길러주고, 자기 훈련에 도움이 되며 시간 관리에 유효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또 숙제가 학생이 학교에 대한 태도를 망치는데도 관련이 있다고 지적한다. 위에 언급한 ‘숙제의 허구’를 저술한 콘은 “숙제가 아이들의 배움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을 저해하고 있으며 이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하고 있다. 콘의 결론은 다소 급진적인데 그는 학생이 자신의 가족사를 알기 위해 부모를 인터뷰하거나 부엌에서 일어나는 화학작용, 가족의 독서 등을 제외하고는 아예 숙제를 내주지 말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미 전국에서 18세 미만 자녀를 둔 엄마의 71%가 일을 하고 있는데 저녁시간이 가족끼리 공유하는 조용한 평화의 시간이어야지 매일 숙제와의 전쟁이어서야 쓰겠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편 두 번째 책을 공동 저술한 베넷과 칼리시는 좀 더 중도적인 제안을 하고 있다. 그들은 쿠퍼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면서도 학년별로 수준에 맞는 숙제를 하룻밤 10분 정도면 족하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자신들의 자녀들이 재학 중인 뉴욕 브루클린 사립중학교와 숙제에 대한 ‘전쟁’을 벌여 몇 가지 승리를 거두었다. 여기에는 매일 밤 내주는 숙제는 시간제한이 있을 것, 방학 때는 숙제가 없을 것, 한 주에 2과목 이상 시험을 보지 말 것, 주말 숙제를 줄이고 월요일은 시험을 보지 말 것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은 숙제가 과다하게 많은 미 전국의 다른 부모들도 매일 밤 아이들과 숙제에 시달리지만 말고 교육구를 상대로 액션을 취해서 ‘밤의 평화’를 되찾기를 촉구하고 있다.
<정석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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