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에 동화책 읽기를 좋아하였다. 대부분 내가 읽은 동화책들은 유럽문화를 근원으로 한 이야기로 공주와 왕자, 악당들, 요술 또는 말하는 동물들이 등장하는 이야기이다. 신데렐라, 백설공주, 레드 라이딩 후드 그리고 피노키오 같은 동화책 이야기는 나의 어린 시절 추억의 나의 한 부분이다. 나는 대부분의 동화를 1950년대 월트 디즈니가 제작한 총천연색 만화영화를 보며 접하였다.
동화 줄거리는 시작과 끝이 똑 같은 형식을 갖추었다. “옛날 옛적에(Once upon a time)”라고 시작하는 이야기는 정확하게 정해지지 않는 막연한 시간, 정확치 않는 머나먼 곳에서 일어난 것을 가리킨다. 이렇게 시작하는 이야기는 동화 이야기라는 트레이드마크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들은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단다” 로 끝을 맺는다. 나는 불행하게 끝나는 동화이야기를 기억하지 못하겠다.
그러나 한국의 전통적인 이야기는 이런 서양이야기의 전형적인 케이스가 적용되지 않는 것 같다. 어쩌면 반대인지도 모른다. 전통적인 드라마나 현대 한국드라마를 보면 행복하게 끝나거나 문제가 풀려 끝나는 이야기가 별로 없는 것 같다. 드라마 시청자들은 눈물을 흘리는 슬프고 가슴 아픈 이야기로 드라마가 끝나지 않으면 어딘가 좀 아쉬운 기분이 드나보다.
처음 내가 한국말을 배웠을 적에, 한국말 선생님은 간단한 한국 민요나 동화책 그리고 텔레비전 드라마를 이용하여 한국말을 가르쳤다. 드라마를 통하여 우리는 한국말도 배우면서 한국문화도 함께 배웠다.
대부분 한국 이야기들은 이렇게 시작한다. ‘옛날 옛적에’라고 서양 동화처럼 시작한다, 그러나 이야기 끝은 대개 기쁘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슬프게 끝난다.
우리는 ‘갑돌이와 갑순이’이라는 노래를 배웠다. 이 노래는 한 소녀와 소년이 한마을에서 살았다로 시작한다. 그러나 슬프게 이별하는 이야기로 끝난다. 한국 고전이야기도 현대드라마도 거의 같은 형식을 갖춘다. 노래나 드라마 메시지는 “운명은 당신의 친구가 아니다. 운명은 당신의 적이다”라는 메시지를 암시한다. 그러니 행운이 자기의 친구라고 믿는 한국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우리식구는 오래 전에 텔레비전을 없애 버렸다. 그래서 아내는 한국드라마를 본지가 오래된다. 그런데 얼마 전 아내는 인테넷에서 한국 영화 보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수많은 한국 텔레비전 드라마가 유튜브 사이트(youtube.com)에 올려져있어 클릭만 하면 첫 회부터 끝까지 볼수 있도록 모든 횟수가 다 올려있다.
아내가 안락의자에 앉아 랩탑 컴퓨터에서 눈을 떼지 않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나는 깜짝 놀라 그 이유를 알아보았더니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암에 걸려 죽어간다면서 울었다. 아름다운 여자 주인공이 차에 치여서 기억을 상실하고 눈에 암까지 걸려서 죽는다는 이야기를 하여주었다.
지난 주말 ‘겨울연가’를 보고 있는 아내에게 드라마 줄거리를 물었다. 이번에는 남자 주인공이 차에 치여 기억 상실증에 걸렸고 안암으로 죽어간다는 이야기이다. 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런 생각을 하였다. 한국으로 여행가는 것을 포기할까? 차 사고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기억상실증에 걸리고 암으로 죽는다는데...
나는 또 한국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젊은 남녀가 만나 사랑에 빠진 후에 그들이 형제라는 사실을 알게되는 것이다.
아내가 아름답고 좋은 사람들에게 슬픈 일이 생기는 드라마를 보면서 관객으로 눈물을 흘리기에 얼마나 다행인가. 아내가 텔레비전에 나오는 일로 눈물 흘리는 것을 바라보면서, 아내가 현실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고 산다는 사실에 너무도 감사한다. 이러한 현실에 나는 감사한다.
크리스 포오먼
교육학 박사·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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