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한인사회가 성매매 근절을 위해서 이번에는 정말 뭔가 할 모양이다. ‘성 매매란 사회 구조적인 악이며 고대사회부터 늘 존재해 왔던 것’이라는 이유로 ‘근절’이란 단어에 회의를 보이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러나 성 매매 사건이 보도되면 유독 ‘코리안’이라는 이름이 들먹여지는 상황을 보면서 ‘남들도 다 하는 짓’이란 변명을 더 이상 할 수는 없다는 절박감이 형성되고 있다. 예부터 동방예의지국으로 통하던 한국이 매춘과 인신매매의 온상인 것처럼 비춰지는 일이 정말 있어서는 안된다는 공감대가 생겨나는 분위기다.
워싱턴 지역 한인 단체장들은 7일 회합을 갖고 성매매 추방을 위한 캠페인을 전개하기로 결의했다. 매춘 업소로 변질되기 쉬운 맛사지 팔러 업주들을 대상으로 교육해야 한다. 언론을 통해 지속적인 계몽이 필요하다. 카운티에 맛사지 팔러 허가를 주지 않도록 로비를 하자. 성매매 여성들이 건전한 사회생활을 유지하도록 돕자는 등 다양한 생각들이 도출됐다. 같은 날 동일한 시각에 워싱턴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퇴폐문화 추방을 위한 포럼’을 열었다. 이 포럼은 실행 가능한 성매매 근절 대책을 세우기 보다는 ‘현실 직시와 자성’를 통해 사회 각 분야가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취지로 의견이 모아졌다. 네 명의 패널리스트의 발표를 지상 중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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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종훈 교수 - 수많은 언론 매체의 대대적인 한인 성 노예 조직 검거 기사를 보며 부끄러움을 금할 수 없었다. 인간으로서, 남성으로서, 한국인으로서 부끄러웠다.
나는 이 성 노예 피해자들의 상황을 객관화하고 기독교 윤리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 살펴 보고자 한다.
첫째 이것은 하나님의 형상에 대한 부정이다. 인권은 하나님 형상에 뿌리를 두고 있는데 성 노예 문제는 인간에게 존엄성을 부여하신 하나님을 무시하는 행동이다. 이것은 또 인간을 물건으로 취급해서 도둑질해서 매매하는 행위다. 마틴 부버의 용어 대로 ‘나와 너‘의 관계가 소유적인 물격 관계가 돼버린다.
성 노예는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사회 구조적인 폭력이라고도 할 수 있다. 남성과 여성은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협력자가 돼야 하는데 여성이 남성의 성적 욕구를 채워주는 일방적인 도구가 되고 있다.
성매매는 성적인 간음의 일상화다. ‘매춘은 성적 욕망이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것으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는 논리로 양심과 순결을 마비시킨 결과다. 자신의 아내와 딸들까지 끌어들일 위험이 있는 문제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성 매매는 부정한 방식으로 부를 추구하고 또 가정을 파괴한다는 면에서도 큰 사회악이다.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교회가 할 수 있는 일들은 뭘까?
교회는 우선 인권을 강조하고 양성 평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지극히 작은 자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개인 윤리 덕목도 교회 안에서 강조돼야 한다. 성 윤리가 실패하면 전인적인 삶이 왜곡된다는 사실을 강조해야 한다.
교회는 문제를 문제로 보면서 책임의식을 갖고 해결에 앞장서려는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결혼준비학교, 부부교실, 아버지학교, 어머니학교, 부모학교, 자녀학교 등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즉 교회가 건강한 가정공동체를 세우는 일에 기여해야 하는 것이다.
■ 백 순 박사 - 미주 한인 성매매 상황의 사실 관계를 먼저 확실히 아는 것이 좋겠다.
퇴폐 문화라고 할 때는 성매매 뿐만 아니라 미성년자에게 술을 파는 일, 추악한 음주문화, 저속한 룸살롱 등도 포함돼야 한다.
작년에만 미국에서 매춘과 관련해 한인이 193명이 추방됐고 호주에서는 184명이 쫓겨났다. 어떤 연구가는 미국에 약 5,000명의 한인이 매춘업에 종사한다는 통계를 발표했다.
범죄 조직은 주로 한미가 연계하는 게 보통이다. 2002년 한국에서 발효된 성매매특별단속법이 효과가 있어 국제인신매매 보고서에서 좋은 평가를 내렸지만 그 여파가 미국과 대만, 홍콩, 호주, 일본 등으로 퍼지는 걸 보면 아이러니다.
매춘은 윤리적인 문제이기도 하지만 경제적인 이유가 더 크다고 본다. 가난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아시아에서는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극빈자가 6억명이고 2달러 이하의 빈민자는 19억명이라는 통계가 있다. 그러므로 대책을 세울 때는 경제적인 면을 고려해야 한다.
뉴욕에서는 여성 단체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하고 사회 정화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고 들었는데 방법이 너무 막연해서는 안된다.
우선 성매매와 관련된 범죄 조직을 잘 이해해야 하고 미들맨, 매춘 업주, 피해 여성, 고객 등을 잘 분류해 그에 적절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만일 미주 전체의 한인사회가 힘을 합쳐 종합적인 대책을 세우고 역할을 분담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은 일이다.
▲ 박 에스더 총무 - 성매매 관련 인신매매는 미국 만이 아니라 전세계적인 문제로 떠올랐다. 증가하는 속도가 가장 빠르고 있는 범죄이다. 한 통계에 의하면 2,700만명이 성 노예가 돼 시달리고 있다고 하며 매년 80만명이 국경을 넘어 팔려가고 있는 실태다. 미국 내에도 1만4,000명에서 1만7,000명이 성 노예 생활을 한다고 한다.
부시 행정부가 2003년 인신매매금지법을 마련하고 2억달러의 예산을 책정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피해 여성은 미국에서 합법적인 지위를 얻을 수 있음에도 범죄 조직으로부터 쇄뇌와 협박을 당해 잘 신고를 하지 못한다.
워싱턴한인봉사센터에서는 피해자의 인권을 회복하고 경제적 자립을 돕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한 기관의 힘 만으로는 부족하다. 정부와 각 단체, 교회 등이 힘을 모아야 한다. 피해 여성들을 구체적으로 돕는 방안들을 설명해 보겠다.
우선 영주권이나 시민권 등 합법적인 체류 신분을 획득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번에 검거된 한인 여성들도 구제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심사를 받고 있다고 들었다.
이들은 또한 생활 지원을 받아야 하고 상담을 통해 정신이나 감정 치료를 받아야 한다.
범죄 조직에 노출됐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신변 위협을 받지 않도록 보호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
▲ 박상근 변호사 ‘매춘(prostitution)’이란 ‘돈을 주고 받으며 성행위를 하는 것’이다. 이것은 형법에 분명히 저촉될 뿐 아니라 인신매매, 범죄 조직 연루, 이민법 등에도 관계가 돼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 이민법으로도 성매매 관련자는 여러 가지 제재를 받는다.
우선 형법상으로 매춘은 메릴랜드와 버지니아, 워싱턴 DC에서 분명히 범죄로 규정된다.
버지니아주에서 단순 매춘은 1급 경범죄로 분류돼 1년 이하의 징역 혹은 2,000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으며 두 가지를 다 선고 받을 수도 있다. 강제로 인신매매를 했으면 4급 중범으로 2년 이상의 징역, 5,000달러 이하의 벌금, 혹은 두 가지 다 언도받을 수 있다.
연방 의회의 통제를 받는 DC의 경우 매춘은 무조건 중범으로 최고 5년의 징역, 최고 1만달러의 벌금을 부과 받는다.
메릴랜드주 역시 인신매매는 중범으로 취급되는데 미국 정부는 강력한 법을 적용해 성매매 조직을 일망타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민법 상으로는 영주권을 받은지 10년 이내에 매춘과 관련해 유죄 판결을 받으면 경범으로 추방이 가능하다. 인신매매와 같은 강력 범죄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성매매와 관련해 한인들의 음주 문화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버지니아주는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면 1년간 면허 정지가 되고 5년 안에 두 번 이상 적발되면 3일 구류, 10년 안에 세 번이면 한달 구류다. 요지는 습관성 음주운전은 라이센스를 뺏길 뿐 아니라 추방 대상이 된다는 사실이다.
<편집자주·정리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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