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수사국(FBI)의 10대 지명 수배자가 붙잡혔다. 이름은 워렌 제프스. 나이는 50세. 신분은 몰몬 근본주의 교회 예언자(담임목사)인데 1만명의 신자를 이끌어가고 있다.
그는 일부다처제 신봉자이다. 알려진 것만으로도 일흔 두 명의 아내를 거느리고 산다. 게다가 미성년 소녀들을 성폭행하고 다른 신도들에게 강제결혼을 시켰으며 미성년 소년들은 강제노동에 동원되거나 내쫓아버렸다. 소녀들과의 연애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함이었다.
제프스는 결코 산채로 체포되지는 않으리라고 예언했었다. 몇년 전 텍사스, 웨이코에 있었던 사교집단처럼 체포되는 경우에는 결사적으로 저항하겠다는 뜻이었다. 그래 그런지 매스 미디어들은 그가 순순히 체포되었다는 것이 매우 의외라고 했다.
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되기까지는 범법자로 단정하지 않는 것이 상식이니까 아직 그의 행위를 왈가왈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 사건을 보면서 또 한번 우리는 “종교란 과연 양약인가 아니면 독약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게 된다.
미래학자 새뮤엘 헌팅턴이 예언한 대로 온 세계는 지금 기독교 문명과 이슬람 문명 사이에 마주 달려오는 열차처럼 대충돌로 향하여 줄달음치고 있다. 그래 그런지 전쟁마다 종교전쟁이 되고 있다. 9.11 뉴욕 세계무역센터 폭파사건,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전쟁,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 세계 이곳저곳에서 터지는 자살 폭탄테러, 게다가 북한과 미국, 미국과 이란의 핵전쟁이 겉으로는 정치·군사적 충돌 같지만 그 배경에는 한결같이 종교가 버티고 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종교 때문에 인류가 멸망하게 될지도 모른다. 정말 그런 위기감의 파고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종교, 과연 인류에게 약일까 아니면 독일까?
종교는 분명히 약이다.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인물들은 대부분 종교를 가진 사람들인 걸 보면 종교는 분명히 양약이라고 진단할 수 있다. 종교의 창시자들인 고다마(석가무니), 공자, 예수, 마호멧, 그들을 이어받은 간디, 테레사, 링컨과 같은 인물들은 모두 신심이 깊은 사람들이었다.
종교는 죽음의 공포를 해결해 주기 때문에 군대에는 군종제도가 있다. 종교는 지존파 같은 구제불능의 흉악범들을 회심시키는 힘이 있기 때문에 형무소에는 형목이 있다. 청소년들 가운데 종교를 갖게 되면 마약과 갱 문화에서 벗어나 꿈과 비전을 향해 매진하게 된다.
고달픈 이민생활을 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큰 힘과 위로를 주는 것만 보아도 종교는 양약임에 틀림없지 않은가. 게다가 종교기관들이 자선사업을 제일 많이 하는 것으로 보아서도 종교는 양약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그것 만이면 얼마나 좋으랴. 인류 역사에서 사람을 제일 많이 죽이는 삼대 주범은 자연재난, 전쟁, 그리고 종교적 이데올로기라 한다. 히틀러 정권이 유대인 600만명을 죽인 것은 정치적 이유와 함께 종교적 이유였다. 공산주의 혁명 때문에 1억명 이상이 살해되었는데 종교는 아편이라는 칼 마르크스의 이론 때문이었다. 중세 십자군 전쟁이 이슬람 신도들을 대량 학살한 것은 종교의 독성이 얼마나 큰지 웅변으로 말한다.
그러고 보면 종교는 결국 양약도 되고 독약도 되는 셈이다. 몰몬 근본주의 교회 제프스의 범죄혐의들은 그의 ‘예언자’라는 직함이 말해 주듯 모두 신의 이름으로 저질러졌다. 종교는 양약인 것이 그 본질인데 이처럼 신의 이름으로 사람의 생명을 학대하는 사람들 때문에 독약으로 변질되었다. 임마누엘 칸트의 말처럼 사람의 생명을 증진시키는 종교는 양약이고 반대로 학대하고 살해하는 종교는 독약일 뿐이다.
정말이지 종교 지도자들은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하겠다.
이정근
목사·유니온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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