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임목사 선출을 놓고 신도들간 갈등을 빚고 있는 가나안교회에서 27일에도 몸싸움이 발생, 경찰이 교회 내부까지 진입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 20일 실시된 후임목사 청빙 전체 찬반투표 결과를 두고 과반수 찬성이냐 2/3 찬성이냐로 대립을 벌이다 몸싸움이 발생했던 가나안교회에서 27일에는 주보에 첨부된 문서를 통해 지난주 후임목사 선출 투표가 통과됐음을 알리고 퇴장하려는 이용삼 담임목사를 보호하려는 신도와 이를 막아서는 신도들간에 또다시 몸싸움이 일어났으며 급기야 경찰까지 출동한 것이다.
이날 1부 예배에서 이용삼 목사는 설교 도중 자신의 지금 심정에 대해서 잠깐 언급했을 뿐 지난주 투표 결과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다. 마지막 공지사항 시간에 이 목사가 “투표 결과가 통과됐고 그 이유는 주보에 첨부된 안내문에 나와있다”고 말했다. 이후 예배를 마치는 찬송가가 시작되자 좌석에 앉아있던 일부 신도들이 일어나“투표는 부결됐다. 이건 아니다!”를 계속 외쳐댔다. 목소리는 점점 커졌고 신도들 중 절반 가량이“투표 부결!”을 구호처럼 외치는 가운데 찬송가가 끝났고, 이 목사가 예배당을 빠져나가려 하자“이대로 가시면 안됩니다”하며 신도 몇명이 목사 앞을 가로막았다. 이를 뚫고 목사를 보호해 밖으로 나가려는 신도들과 이를 저지하는 신도들 사이에 밀고 밀리는 몸싸움이 1분 정도 발생했으나 목사 일행은 곧 밖으로 나갔고 신도들 간에는 계속 언쟁이 오갔다.
지난 투표 결과와 그 공표 방식에 반대하는 신도들은 계속 예배당 안에서 향후 대책에 관해 얘기하는데 몇분 뒤, 글렌뷰 경찰서 소속 경관 3명이 예배당 안으로 들어와 채모 장로에게 동행을 요청했다. 몸싸움 과정을 지켜본 신도 누군가가 911에 신고해 글렌뷰 경찰차 5대와 경관 8명이 출동했고, 목사를 보호하려다 떠밀렸던 이모 집사가 누군가가 자신을 밀었다고 경찰에게 진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관들은 누군가의 말을 듣고 채모 장로를 가해자로 조사했는데 이에 채 장로가 경찰관에게“이 집사가 자신의 몸 위로 넘어졌을 뿐”이라고 답변하며 교회의 지금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경찰관들은 그를 체포하지는 않았다. 이모 집사는 경찰서에 진술서를 쓰기 위해 가면서“목사님의 신변을 보호하려 했던 것뿐인데 강하게 떠밀렸고 얼굴에 손톱 자국 등 상처도 났다”고 말했다. 출동한 경찰들은 얼마 뒤 철수했으나 경관 2명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끝까지 교회에서 대기했다.
이날 3부 예배에서는 아무 일도 없었으나 200여명이 참석한 4부 예배에서는 다시 신도들간 극한 이견 대립이 벌어졌다. 4부 예배 초기에 이용삼 목사는 한때 소란이 있었지만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두 기도하자며 교인들을 다독이는 모습이었다. 이에 교인들 사이의 갈등은 잠시 수면 아래로 내려가는 듯 했으나 예배 중 김판태 장로의 대표기도 시간에서 다시 극한 대립으로 치달았다.
김 장로는 목사님 은퇴 시기를 틈타 악한 마귀들이 교회에서 준동하고 있다, 후임 목사 청빙 및 목사님 하시는 일에 사탄이 방해하지 못하도록 성령께서 보호해달라고 기도했으며 교인들 상당수가 이에 크게 분노, 예배당에서 고성과 삿대질이 오갔다. 김 장로의 기도가 계속 이어지자 반대측 교인들은 큰 목소리로 내려와 임마, 마귀라니 누가 마귀야 뭐 저런 놈이 다 있어, 그만 읽어라고 고함쳤으며 이에 목사측 교인들은 이구동성으로 크게 아멘을 외치는 방법으로 대응했다.
소란이 어느 정도 진정된 뒤 이용삼 목사의 설교가 이어졌다. 그는 지난주 일부 교인들이 ‘목사 끌어내라’는 말을 했어도 나는 담담하다. 당신들을 정죄하지 아니 하겠다. 우리 다시 그러지 말자고 말했다. 그러나 곧이어 라디오에 내 이름이 나왔다. 나를 비난한 사람에게 만나서 얘기하자고 했는데 결국 그러지 못했다. 그 사람 라디오 시작할 때 내가 축복기도까지 해줬는데 지금처럼 할 거면 그 땐 왜 기도 받고 고맙다고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말하자 일부 교인들이 그런 말을 하려면 광고하는 자리에서 해야지 왜 설교하는 자리에서 하냐며 항의하기도 했다.
혼란의 극치는 예배 말미 이 목사의 모든 회의 결과는 주보를 참고하라(이동관 목사 후임 결정 관련)는 말 뒤에 발생했다. 이에 반대측 신도들은 관련 주보를 구겨서 바닥에 집어던지고 예배당 2층에서는 갈갈이 찢어 허공에 흩뿌리는 이들도 있었다. 또 청빙위원장 김부웅 장로가 연단으로 나아가 청빙 결정의 부당함을 호소하려 했으나 마이크가 켜지지 않았고 이에 반대측 신도들이 목소리를 높여 ‘부결’을 외치자 이 목사와 목사측 교인들은 찬송가를 크게 불렀다. 혼란 중에 몸싸움 등 불상사가 발생할 조짐이 보이자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경찰이 예배당으로 진입했다.
예배 종료 후에는 대표기도를 했던 김판태 장로가 이 목사 대신 신도들에게 인사했으며 이에 반대측 교인들은 목사는 어디에 가고 당신이 인사하느냐, 우리가 마귀고 사탄이냐라고 항의했다. 또 이 목사가 곧바로 목사실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 그 앞을 최형영 장로가 지키자 흥분한 일부 교인들은 문을 열라고 요구했으며 경찰에게도 저 사람들이 문을 열게 해달라고 말했으나 경찰은 강제로 문을 열 권리는 없다며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후 목사 반대측 가사모(가나안 교회를 사랑하는 모임) 100여명은 교회당에서 항의 집회를 갖고 이 목사가 발표한 주보의 내용을 반박했다.
이날 사태와 관련, 김부웅 청빙위원장은 모든 교회는 로컬 룰을 우선으로 따르며 우리의 경우 지난 29년간 항상 2/3 규정을 지켜왔다. 공동회의에서 절차대로 의결하면 되는 것인데 목사의 독단이 이런 파행을 불렀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또 이 와중에 가장 아쉬운 것은 교회에서 10년, 20년된 친구들이 패가 갈려 사이가 벌어지는 것이라며 정말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승평 장로는 교회는 지금까지 화합으로 계속돼 왔으며 그래서 당회 결정도 항상 만장일치였다. 패배하는 측이 상처받을 테니 표대결도 한 적 없었다. 일부 소수가 자기네 패거리를 만들면 교회가 이상해지기 때문에 이 목사가 잘 관리해온 것인데 은퇴 시기가 가까워오니 장로 8명이 노회에 ‘목사가 교단법을 따르지 않고 멋대로 한다’고 고소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지난 주 래디슨 호텔에 반대파들이 회동한 자리에서 반대표를 던지자고 의결했다고 들었다. 교회 아닌 곳에서 그런 일이나 하고 있다. 2/3라 했던 것은 대다수를 포용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이제 더이상 소수파를 받아들이기 힘들다. 교단법인 과반수로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취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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